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철의 날씨,
게다가 장마철이어서 비는 낮밤으로 죽죽 내리는데 후덥지근하고 나른하고
그러면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삼복더위로 다가가니 입맛도 없고 쉽게 지치고 피곤하고......그야말로 여름 증후군이 발현됩니다.
더위와 여름을 이기기 위한 여러 방법 중 으뜸이 원기를 회복하는 '복날요리'를 먹는 것이겠지요?
복날 대표적인 요리하면 '닭'이 떠오르는데......닭 소리만 하면 오래전에 저희 딸이 보낸 문자가 생각나네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딸녀석 제 뒤를 졸졸 따라나오며, "엄마, 오늘 닭먹자!!!" 그러더라구요.
"그러지, 뭐"
그러고 나왔는데 저녁 무렵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제가 깜빡할까봐 이렇게 문자를...한가득...보내왔더라구요.
이러니 아무리 건망증이 심한 저라도 어떻게 빈손으로 그냥 들어가겠어요.
그래서 닭사러 갔다가 마트에서 만난 분들께 보여드렸더니 그만큼 닭을 많이 사오라는 것 아니었냐고 하시더라고요.
"헉!! 닭장차릴 일 있어요???"
했더니 막 웃으시더군요.
향토음식 특화마을조성 수업시간에 마을 형님들과 만들어 본 그야말로
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요리들입니다.
저희 조는 소금 백후추간으로 살짝 볶은 닭고기에 각종 데친 버섯과 양파를 담고
껍질째 갈아만든 청견소스를 두른 치킨 샐러드를 기본으로
닭고기를 다져 각각 매운 고추장 양념과 달콤짭조름하면서도 간장 양념과 머루와인을 넣어 구운 닭불고기,
그리고 마,연근,비트,당근 등의 뿌리 야채 튀김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살을 발라내고 닭뼉다구로 끓인 닭죽에 파와 홍고추로 장식한 살둔마을의 닭죽은 참 예뻤고요,다들 처음보다 실력이 발전했다고 서로서로 칭찬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첨엔 마을별로 경쟁이 치열--;;;...덕분에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온건지도 모르지만요.^^)
우리조도 홍고추로 꽃모양을 만들어 장식했는데 문득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한식조리사 실기과정중에 홍고추를 사용해서 미나리강회를 만드는게 있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씨를 빼고 껍데기만 썰은 고추녀석이 납작하게 누워있지 않고 자꾸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다들 애를 먹곤 했는데
홍천으로 돌아오는길, 대중교통 버스에서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던 미희언니가 갑자기 문득
"내 꼬추는 왜 자꾸 벌떡벌떡 일어난다냐??"
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버스에 탔던 승객들 모두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미희언니 바로 앞에 앉아 계시던 어떤 할아버님도 차마 큰소리를 내진 못하시고 얼굴이 뻘개져서 웃고 계시고, 저희는 그야말로 배꼽쥐고 웃었습니다.
"잘 다독여야지 그렇게 마구 주물럭거리면 그게 가만 있다냐??"
제가 한마디 더 보탰더니 다른 분들 아예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웃으시더군요.^^;;
하여튼 이 고추란 놈은 다른 야채들보다 물을 흡수하면 더 빳빳하게 일어나는 성질이 있어서, 이날 문영엄마가 만든 홍고추꽃도 자꾸 일어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보리 옆에 살짝 눕혀놓았습니다.^^
옥수수와 파프리카, 양파, 치즈, 닭고기 등을 버무려 튀김옷을 입혀 고추장 소스에 졸여낸 교수님의 시연작품
간장양념으로 졸여낸 닭봉
닭고기 탕수육..소스는 머루와인을 간장과 졸여내었습니다.
역시나 매콤한 겨자소스를 버무려서 먹는 닭고기 냉채
매운 닭불고기
비트액에 닭고기와 양파를 함께 담그었다가 식초, 소금, 설탕으로 버무린 닭고기 돌나물,부추 샐러드입니다.
덥다고 이열치열만 하지마시고, 이렇게 닭을 삶아서 차가운 소스로 버무려먹는 닭고기 샐러드나 닭요리도 삼복더위날의 색다른 맛일듯 싶습니다.
참고로 제가 새로 개발한 청견소스 닭고기 냉채 레시피 올려드립니다.
(이 청견은 제가 너무 바빠서 점심먹을 틈이 없어 점심으로 먹으려고 챙겨두었던 것인데,아쉬운대로 요리 재료가 되어버렸는데 생각보다 그 맛이 상큼하고 괜찮습니다. 청견이 없으면 수입과일인 오렌지보다 귤이나 한라봉으로 해 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갈아서 졸이거나 아님 생으로 그냥 양념을 하셔도 둘 다 향긋하고 독특한 맛입니다.)
준비물 : 닭 한마리, 청견 1개, 새송이버섯 1개, 목이버섯 100g, 표고버섯, 오이 1개, 양파1/2개, 비트액, 설탕, 소금, 식초
요리과정 :
1. 닭을 냄새가 나지 않도록 엄나무, 먹다남은 쐬주, 엄나무 이파리 한 장, 생강, 마늘, 통양파 한개, 무 1/5쪽 한개를 넣고 푸욱 푸욱 삶아줍니다.
2. 부드럽고 먹기 좋은 닭날개와 닭다리는 소금을 찍어 기냥 먹거나 서방님, 아드님, 따님들 중 이쁜 짓 잘하는 사람 순으로 건네 주시고요, 이쁜 짓 하는 사람 없으면...그래도 그냥 식구들 주세요.ㅋ(요리도중 음식을 자꾸 먹으면 허리 둘레도 굵어지고 무엇보다 간을 잘 못 맞추게 됩니다..ㅎ)
3. 팍팍하고 잘 안 먹는 가슴살은 버섯 모양으로 썰어 뽕소금, 통깨를 넣고 살짝 볶거나 무쳐 둡니다.
4. 목이버섯, 새송이버섯, 표고 버섯 등은 깍둑 모양으로 썰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놓습니다.
5. 양파도 다른 재료들과 비슷한 크기로 썰어 비트액에 한시간 정도 담그어 색을 냅니다.
5. 오이도 역시 다른 재료들과 비슷한 크기로 썰어 소금, 설탕, 식초액에 담그어 살짝 절여둡니다.
6. 쳥견은 강판에 갈거나 귀찮으면 믹서에 갈아 소금 반큰술, 식초 세큰술, 설탕 세큰술을 넣고 냄비에 졸이면 향이 더욱 진해지고 걸쭉한 소스가 됩니다. 이때 새콤한 맛이 좋으면 식초를 더, 달콤한 맛이 필요하면 설탕을 더, 그리고 여름철은 땀을 많이 흘리므로 간간한 맛이 필요하면 소금을 더 넣어줍니다. 즉 입맛대로 조리하시란 삼생아짐의 뜻이지요.ㅋ
7.다 되면 넓은 접시에 재료들을 색깔별로 돌려담고, 맛나게 오물조물 버무려 드시면
복날 더위 저어~~~~~~~~~만큼 물러갈겁니다.^^
게다가 버섯 잘 안 먹는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다이어트에도 제격입니다.
아, 닭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더!!
전 사실 이렇게 닭요리를 해도 닭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요, 그게 다아~~닭에 관한 지난날의 끔찍한 추억(?)덕분이지요.
처음 시집와서 다들 닭을 길러 맛난 토종닭을 먹는다길래 저희도 병아리를 길렀더랬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닭울음 소리도 듣기 좋았고, 달걀 꺼내 먹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문제는 시골출신이라며 그 모든 것을 다 잘 할 줄 알았던 남편이 닭 잡아먹자는 딸래미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하자며 자꾸만 뒤로 미루면서 미적미적......
어느날 친정엄마가 오신다니깐 닭을 잡아 대접한다고 어쩔수 없이 과도를 잡긴 잡았는데, 닭의 급소를 찔러야 하는데 이녀석이 퍼드득 거리니깐 마음이 약해서인지 잘 몰라서인지(제가 보기엔 한번도 안 해 본게 틀림없는 솜씨...)
설찌르고 말았네요.
과도를 가슴에 꽂은 닭이 온 집안을 핏방울을 흘리며 꼬꼬댁거리고 날아다니는데 딸래미도 놀래고, 저도 놀래고, 제 남편도 놀래고......완전 집안은 사람의 비명소리에 닭의 비명소리에 아수라장이 되고... 이웃집 아저씨가 오셔서 겨우 그 사태를 해결해 주셨네요.
맘 약한 서방님의 실체를 확인한 순간부턴 손님 오셔서 닭 잡아먹자 그러면 이웃집 아저씨가 오셔서 한마리 가져가시고 우리도 한마리 잡아주고...하여튼 그렇게 기르던 닭 몽땅 정리해버리고, 남편더러 절대로 닭 잡아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을 뿐더러 기르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저도 닭 먹으려고 하면 그 장면이 생각나 닭고기를 안 좋아하게 되어버렸지요. 어쩌다 닭 먹을 기회가 되면 껍데기나 닭날개만 조금 먹고, 되도록 피하게 되었는데, 이날 요리하면서 형님들 제 입에 자꾸만 닭고기 넣어주신는데 제가 닭고기는 별로고 껍데기랑 날개만 좀 먹는다니깐 닭껍데기 뜯어서 몽땅 다 저에게 주시더군요.
으~~느글느글......결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ㅠㅠ
이제는 그나마 조금 먹는데...하여튼 올여름 몸 보신은 색다른 닭고기 요리로 해 보심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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