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내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국 농업의 역사와 절기에 따른 농사일,농경문화와 세시풍속,놀이 등에 관해 농협 강당에서 약 세시간에 걸쳐 강의를 했습니다.
워낙 바쁜 농사철이라 참석인원은 반 밖에 되질 않고 그나마 왔던 새댁들도 일부 농산물 출하시간에 맞춰 가봐야 한다며 가버려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 열심히 강의를 들어준 새댁들이 있어 나름 열강했습니다.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주부에서부터 이제 한국에 온 지 약 3개월된 주부도 있어 어려운 농경용어를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부랴부랴 PPT 작업하느라 지난밤에 두 시간 밖에 못 잤지만
어려운 한국의 농업역사와 농경문화,계와 두레 같은 협동 조직 그리고 농자천하지대본의 의미를 놓치지않고 메모하며 눈을 반짝반짝 열심히 들어주는 이쁜 새댁들 덕분에 저도 열심히 강의를 준비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창작놀이 연구소 송종대소장님의 성냥개비 놀이도 시작과 중간에 환기용으로 활용했고요,
딱딱한 교재보다 이해가 쉬울 사진자료를 찾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저도 새삼 우리의 농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공부 많이 했습니다.
한글을 창제하고 농사직설이란 농업서를 편찬한 세종대왕을 아냐고 했더니 만원짜리를 척(!) 꺼내듭니다.
만원짜리 뒷면의 혼천의는 홍대용이 개발한 별자리 관측기로서 역시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고 계절의 변화를 헤아린 우리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임을 설명했고,
비가 온 양을 정확히 재는 측우기 등을 보여주며 농사에 과학을 활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설명해주자 박수도 쳐주네요.
농업을 내어준 나라의 국민들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우리 농촌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할 때 눈빛과 고개의 끄덕임을 보았지요.
8년전에 시집오자마자 만삭의 새댁으로 제게 한글을 배웠던 로안. 그때의 로안에게는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매개역할이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 오이도 따고 버섯도 키운다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문제를 상의합니다.
자신의 한국어교육을 해 주러 오던 때처럼 아들의 공부를 봐 주러 올 수는 없겠냐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사실 이제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한국 정착율도 높고 자녀들도 많이 낳아서 그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새로운 어려움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한국말을 할 수는 있지만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도 많고, 피부색깔의 차이에 따른 교우관계의 어려움등 시급히 해결해야할 부분들도 많다고 느꼈던 차인데, 로안이 그 고민을 직접 상담해오니 나름 고민하던 바라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신랑이 잘 해줘요??"
하고 물어보자 처음이나 다름없이 변함없이 잘 해준다며 밝게 웃는 로안이 참 이뻐 보입니다. 그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늘 그렇게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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