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모가수의 '찔레꽃'이란 노래입니다.
산 근처에 있는 밭으로 일하러 가는 길, 한창 피었다 지는 찔레꽃에 마음을 설레었는데,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부터 저녁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여름을 알리고,
새벽 네시면 집 처마밑에 뺑뺑 돌아가며 집을 지은 제비들이 모닝콜을 울려주고,
참새소리, 비둘기소리, 박새소리,장끼소리 등 등 온갖 새들의 노래속에 삼생마을의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남편의 후배가 저녁 무렵 술을 한잔 걸치러 와서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개구리 울음 소리가 요란하자 듣기 싫다고 푸념을 하네요.
"돈 주고도 못 사는 자연의 소리들인데 왜 저 소리가 싫어요???"
너무 이상해서 저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는데......
살다보니 그런 날 있더군요, 유난히 새소리가 가슴을 파고 들어 오는 날이요.
너무나 요란하고 애절해서 듣기 싫을 정도로 가슴 아픈 날이요.
특히 요즘의 저녁 무렵이면 뻐꾸기 소리가 그렇더라구요.
유난히 요란하고 구슬퍼서 왜 저리 슬피 우나 했더니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을 한 뻐꾸기 어미가 새끼가 자라면 엄마를 잊지말라고, 엄마가 부르니 엄마를 찾아오라고 부르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뻐꾸기의 모성도 참 서글프구나...... 했는데
마을의 어머님이 게시판에 올려주신 뻐꾸기 탁란 사진을 보니 좀 얄밉기도 하네요.
할미새 한쌍이 우리동네 한 농가의 창틀에 집을 짓고 여섯개의 알을 낳았네요.
알을 깨고 나온 여섯마리의 새들,
동네 형님 잘 기르고 보살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이 새끼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커다란 알 하나가 놓여있더니 드디어 부화, 알고보니 뻐꾸기 새끼가 되어 있네요.
그것도 모르고 할미새 부부는 자기보다 더 큰 새끼 뻐꾸기 부리에 벌레를 물어다가 열심히 먹여 키우는데 자칫하면 할미새가 뻐꾸기 입안으로 들어갈듯 하더랍니다.^^;;
말로만 듣던 뻐꾸기 탁란현장을 보니 할미새가 어리석어 보이면서도 불쌍하고, 뻐꾸기가 얄밉기도 하고 그렇다면서 안타까워 하시네요.
이 어머님이 사진을 찍으니까 할미새는 자기 새끼인줄 알고 어떻게 할까봐 마악 공격하고 요란하게 방어하더니 드디어 뻐꾸기 새끼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네요.
자연이 하는 일이지만......이런저런 심란한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모습입니다.
한평생 새끼를 돌보고 기를 수 없는 뻐꾸기 어미도 불쌍하고,
자기 새끼인줄 알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할미새도 불쌍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뻐꾸기 어미에 의해 모두 사라져버린 아기 할미새가 가장 불쌍하더군요.
원래 뻐꾸기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무당새 둥지에 알을 잘 낳아놓는다네요.
게다가 뻐꾸기알은 하룻만이면 부화하기 때문에 차례대로 알이 깨어나기 전이나 깨어나면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가 무당새의 알이나 어린 새끼들을 모조리 밀어내어 떨어뜨려 죽이고
자신을 새끼로 아는 무당새어미에 의해서 정성들여 키워진다고 하는데
이번의 탁란은 뻐꾸기 어미가 할미새 새끼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자신의 알을 낳아놓은 거지요
예전에 저희 집 창고에도 무당새가 알을 낳아 여섯마리중 세마리만 남았었는데...
세개의 알이 무당새의 알보다 커서 뻐꾸기 탁란인듯 싶어 마음이 좀 그랬었지요.
무당새둥지 앞에서 우리 아이들도 엄청 고민하고요.
어쩌지, 어쩌지 고민하던 막내녀석은 뻐꾸기알이면 가져다가 달걀 후라이 해먹는다고 벼르기도 하고요.^^;;
다행히 이 새의 사진을 보신 분들이 무당새 아가들이 잘 자란거라 하더군요^^
그 후로도 또다른 무당새가 고 자리에 고대로 알을 깨어 번식시켜 나가고...
요즘도 저희 집 가스렌지 배기구 연통속에 새들이 살고 있는데 박새라 하네요.
이녀석들 겁먹을까봐 가스렌지 후드도 못 켜고 조리하는데
녀석들이 새벽이나 저녁마다 푸드득거리고 요상한 소리를 내며 지저귑니다.
아마도 어미가 끼니때마다 모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겠지요^^;;
하여튼 요즘은 온갖 새들의 번식철이라 그런지 마을 게시판에 심심찮게 새들의 모습이 올라와 제가 넘 넘 신납니다.
마을의 김창을님이 찍어서 올려주신 주목나무 가지에 태어난 새생명들
아마도 무당새(일명 딱새?)로 보입니다.
동창마을 안병관 선생님이 올려주신 찍박구리새들
얼마나 새끼들이 큰지 소나무위의 새집이 터질듯 합니다.
역시 무당새의 알을 저만치 밀어버리고 능청스럽게 입을 벌려
무당새어미의 돌봄을 받아 잘 자라고 있는 뻐꾸기녀석.
당단풍 사이에 숨어 쉬고 있는 새들
다른 형제들은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는데, 둔탱이 막내 제비녀석
겁을 먹고 다른 녀석들 날아오르는 것만 보느라 계량기위를 떠날 줄을 모르네요.
처마밑 다섯군데나 집을 지어놓고도 모자라 또다시 남쪽으로 향한 처마밑에 집을 짓고 있는 제비녀석들
이녀석들이 저희 집 처마밑을 뺑뺑 돌아가며 집을 지어놔서 집수리 조차 망설이게 하네요.
예전에 페인트칠 하느라 물청소해서 녀석들 집이 허물어져 버렸거든요.
물론 부지런한 녀석들이 얼릉 새로 짓긴 했지만요.
사람들과 친해져서 아무 손에나 잘 앉는 무당새??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힘찬 날개짓을 보이는 참새와 뒤태가 복실복실 이쁜 엉뚱(엉덩이가 뚱뚱..ㅋ)참새
이녀석 이름은 잘 모르겠고요......
제가 서방님한테 물어봤더니 '온갖 잡새'라네요.ㅡㅡ;;
제가 새들 좋아한다고 어렸을적 우리 민재녀석 제비구이 해먹는다고 제비집을 작대기로 쑤시기도 하고,
가끔 제 남편 저더러 새대가리(?)라고 놀리기도 하는데,ㅡㅡ;;
그래서 그런지 땅에 잘 앉지도 않고 조류학자들도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라 부르는 바늘꼬리칼새도 저희 집에 내려앉아 한 30분가량 놀다가서 제가 사진 실컷 찍었지요.
아마 녀석들 사이에서도 삼생아짐네 가면 편히 쉬고 갈 수 있다고 소문이 돌았나봐요.ㅋ
제가 찍은 바늘꼬리칼새 모습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빠른 동물중 세번째로 꼽히는데 첫째가 군함조(시속 400킬로미터),두번째가 송골매(시속 320킬로미터),
세번째가 바로 이 바늘꼬리칼새로 시속 177킬로미터로 난다고 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치타는 112킬로미터 정도로 이 바늘꼬리칼새가 훨씬 빠르다고 하네요.
어떤 분들은 바늘꼬리칼새의 속도가 시속 약 377킬로미터라고 하기도 해요.
어쩐지 녀석, 달아날때는 그렇게 빨리 쌔앵 사라지더라니......
일반 탐조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식간에 쌔앵하고 옆동네로 사라진다네요.
보세요, 꼬리깃털에 바늘을 꼽아놓은듯 하죠?
그래서 이름이 바늘꼬리칼새랍니다.
새들의 세계는 알면알수록 참 신기하고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처음엔 매인줄 알았는데 손에 들고 다녀도 동네분들 아무도 이녀석 이름을 모르더라구요.
생물학과 출신분들도 모르시고요.
나중에 새를 연구하시는 분이 이녀석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라 하시더군요.
우리나라에는 살지도 않고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새래요.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에서도 이녀석들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은 별로 없는데 이녀석이 제 아들 녀석 이부자리에 응가까지 해놓고 갔네요.
저희랑 실컷 놀다가요.
제비는 제가 살던 곳으로 이듬해 새끼까지 데리고 돌아와서 사는데 이 녀석은 자기가 잠시 내려앉아 쉬어갔던
한반도의 깊은 산골마을, 삼생마을에 살고 있는 삼생아짐을 기억 못할까요?
온갖 잡새(?)들의 지저귐으로 하루를 보내는 요맘때...
바늘꼬리칼새가 새삼 보고싶어지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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