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아들이 졸업했어요^^

삼생아짐 2013. 2. 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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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맏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네요.ㅠㅠ

 

 

 

 

 

 

 

왜 드디어......라고 했냐면요...

 

자식 키우는 부모들 대개가 그렇겠지만 이녀석 키우면서 제가 엄청 맘고생을 많이 했었거든요.

 

 

 

옛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있지요.

 

자식 키우는 사람과 짐승 키우는 사람은 절대로 남의 말 하면 안된다고...

 

제가 이녀석 키우면서 그 말을 정말 무지무지 실감했습니다.

 

 

 

사실 누구처럼 그렇게 큰 말썽을 부린 건 아니지만 제가 이녀석을 키우면서 절대로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거나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실감을 넘어 절감했거든요.

 

 

 

 

 

 

 

그 착하고 순하디 순하던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조금씩 반항하기 시작

 

 

 

중학교 때에는 하도 말을 안 듣고 공부를 안 하길래 제가 이녀석한테 공부 부분은 아예 포기를 해 버렸어요.

 

(이녀석 키우면서 예전에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새삼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만감이 교차하네요..ㅠㅠ) 

 

 

 

시험보는 날 아침, 시험보는 과목이 뭔지도 모르고 학교에 가질 않나, 초등학교때 홍천군 전체에서 4명뽑는 홍천교육청 수학영재에 뽑혀서 영재교육까지 받은 녀석이 수학을 양을 받아오질 않나,(그 와중에 이녀석 아빠, 개도 기르는데 양은 못 기르냐며 시큰둥...), 주말 내내 어디가서 실컷 놀다가 밤 아홉시 넘어 기타 두 개 들고 들어와서 친구 기타 조율해준다고 띵띵거리다가 엄마 좋아하는 노래 불러준다고 흥얼거리더니 밤 열한시 넘어 문득 공부한다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고담날이 모의고사 시험날.......ㅡㅡ;;

 

 

 

평상시 학교 갔다 오는 녀석 가방에는 볼펜 한 자루 없이 장기판과 알만 달랑 들어 있고,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고 내준 프린트는 여섯장 중에 달랑 한 장만 잔뜩 구겨진채 가방 밑바닥에 굴러다니고, (온갖 납부금이며 안내문이며 녀석한테 받아본 적이 없어요...ㅠㅠ), 야자 시간엔 도망갔다가 들켜서 저한테 얻어맞고, 심지어는 고등학교 들어가는 시험을 보름 앞두고도 낚시질에 축구만 하러 다니길래 시험 날짜를 물어보니 그것도 모르고 무사태평......

 

 

 

순간 너무 열 받아서 녀석을 맨손으로 마악 패버렸지만, 하여튼 죽어라 공부 안 하고 속썩이길래 가정의 평화를 위해 녀석과 공부 문제로 다시는 투닥거리지 않기로 암묵적 합의를 보았지요.

 

(원래 비폭력주의자인 제가 이녀석은 몇 번 패 줬습니다. 심심하면 공부할 거라는 녀석 아빠한테 백날 말해봐야 소귀에 경읽기, 온갖 말썽을 부려도 암말도 안하고...알고보니 녀석 아빠의 성장시절도 이녀석 못지 않았던 처지라 못 본 척 해 준거죠...ㅡㅡ;; 덕분에 이녀석 동생인 민재는 제 형이 저한테 얻어맞는 거 보고 미리 알아서 잘 기더라구요.ㅋ)

 

 

 

그래, 네 인생 네가 사는거지...

 

부모가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고, 네가 살다보면 네 스스로 깨치겠지...

 

 

 

 하여튼 불성실의 극치로 중학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 들어갈 때 떨어질까봐 엄청 쫄더니 어찌어찌하여 춘천에 있는 사대부속고등학교로 겨우 들어가고,(아마도 거의 꼴찌로 들어간 듯 싶어요.ㅡㅡ;; 시험보고 나와서 자기가 리더쉽이 강하다고 그러더라구요, 뭔 말인가 했더니 4번으로 답을 줄을 잘 세웠다고...답을 거의 찍었다는 얘기...) 하여튼 갖가지 기상천외한 장난질과 딴짓과 취미생활로 중학 3년 내내 저를 기함하게 하더니,저희랑 떨어져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바람에 만날 시간도 거의 없어져버려 제가 녀석에게 잔소리할 기회도 아예 없어져버렸지요.

 

 

 

대학가고 싶으면 열심히 하겠지 그냥 믿어버렸습니다.(사실은 포기했다는 말이 맞겠지요...ㅠㅠ)

 

 

 

그러던 지난 여름,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녀석이 학교에서 쓰러졌다는 담임선생님 전화를 받고 놀래서 허둥지둥 달려나갔지요.

 

며칠전에도 쓰러졌었다는 소리에 잠시 빈혈이거나 과로겠지 싶었는데...

 

또 기절하고 깨어나서 전날일을 기억못하고 이상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는지요.

 

 

 

 담임선생님께서 수업도 교대하시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데려가셔서 입원수속을 마쳐 주셨고, 저희도 만사 제쳐놓고 병원으로 달려갔지요.

 

 

 

넘어지면서 턱밑에 상처가 나고, 교복도 엉망이었지만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녀석. 주치의 선생님도 혈압의 문제이거나 빈혈, 혹은 과로, 고3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그래도 모르니 입원해서 액스레이 찍고, MRI검사도 받자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엔 근심이 가득이었지만 그래도 멀쩡해보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자 녀석아빠 안심했는지, 아님 아들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연실 농담을 건네더라구요.

 

 

 

-야, 관심받고 싶냐?, 여자친구 오라그래야지,얼른 전화해봐^^, 야자도 안 하고 학교도 안가니까 좋지??, 그치??

 

 

 

간호사 선생님이 피를 뽑으니까
 
-피 뽑았으니까 영양보충해야지? 뭐 사줄까?

 

 

 

잔뜩 겁에 질렸던 아들녀석, 씨익 웃더니

 

 

 

-피 뽑았으니깐 피먹어야죠, 선짓국 사줘요.

 

 

 

-MRI찍을때 칼라로 찍어달라지 그랬냐? 브이자 하고, 폼도 좀 잡고.ㅋ
-안그래도 제가 3D로 찍어달라 그랬어요.

 

 

 

두 부자의 농담따먹기에 어이없던 중, 막내아들녀석, 형보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적당히 하라고, 취업하는게 목적이니까 대강 공부 하라고 카톡을 보내왔습니다.(중학교 1학년 녀석이 취업하려고 대학에 간다는 생각을 하다니..이녀석한테도 새삼 놀랐습니다.)

 

녀석의 누나는 그녀석이 너무 무리하게 다이어트 했다는 둥 녀석의 잠시 기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외출해도 좋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오랫만에 아이들과 저녁먹으러 가면서 결정적으로 제가 한마디 질렀지요.

 

 

 

-야, 그러니까 밤새워 야동보지 말라그랬지!!!ㅋ

 

 

 

평소같으면 펄쩍 뛸 녀석이 씨익 웃으며

 


-엄마, 어떻게 알았어? ㅋ 조금만 볼걸.ㅋㅋ

 

 

 

태연히 받아칩니다.ㅡㅡ;;

 

 

 

다행히 검사결과는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신경계통이 덜 아물어서 오래 서있거나 피곤하면 잠시 정신을 잃게되는, 기립성 저혈압인가 그런 쪽이랍니다.  이녀석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면서 자그마치 키가 30센티이상 커버렸거든요. 약 3일간 입원해서 검사받고, 주의사항 듣고, 기숙사에 내려주면서 녀석 아빠, 녀석에게 한마디 툭 던지더라구요.

 

 

 

-관심!!

 

 

 

뭔 말이냐구요?  늘 관심갖고 있으니 아프지 말란 말이죠.

 

 

 

바람잘 날 없는 가지많은 나무의 심정이 바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인가 봅니다.

 

 

 

(모의고사 보고 나서 점수가 보던중에 제일 잘 나왔다고 자랑하니 녀석아빠, 또 한마디 합니다.

 


-꼴통반에서 3등? 니네 반 원래 공부 못하잖아.

 

 

 

녀석, 전교에서도 좋은 등수 받았다고 연실 싱글벙글, 꼴찌로 들어가서 전교 20등안에 들었으면 엄청 잘한거아니냐며 활짝 웃습니다. 아마도 시험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고 살짝 착각도 했었지요. 그때에는 대학가는 공부도 좋지만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러면서도 대학입시 원서써야 한다는 카톡이 오자,

 

 

 

-니 실력대로 써!!

 

 

 

그래버리고 말았지요.

 

 

 

근데 생각보다 열심히 안 했는지, 아님 너무 높게 썼는지, 원서를 쓰기는 썼는데 수시에서부터 정시까지 차례대로 떨어지더라구요.

 

남들은 다 여기저기 대학 붙었다고 소식 오는데, 이녀석은 후보순위로 붙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

 

 

 

너무 높게 썼다는 둥 생각보다 운이 없다는 등 하여튼 이녀석 대학 발표 기다리며, 집에 들어와서 조용히, 정말 조용히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었지요.

 

 

 

덕분에 제가 이녀석 원없이 부려 먹었습니다.^^

 

 

 

설거지에, 청소에, 빨래 널고, 개고, 치우고, 개밥 주고, 개똥 치우고, 눈 치우고, 밥도 해 놓고,온갖 심부름에, 출근할때 눈에 빠진 제 차 뒤에서 밀어주고, 뜨거운 물 퍼다 바퀴밑에 녹여주고, 차창에 내린 두꺼운 성에 녹여놓고, 시시때때로 제 안마도 해주고, 과일이랑 물 저온저장고에서 꺼내오기 심부름에 잘 때 불꺼주는 심부름까지 하여튼 돈 안 주고 부려먹는 파출부가 따로 없어 은근 제가 무지 편했습니다.

 

 

 

 

 

 

 

 

 

 

 

가끔 슬쩍슬쩍 녀석 염장도 질렀지요.

 

 

 

- 야, 너 엄마아빠 돈 없다고 대학학비 안 대게 하려고, 효도하려고 공부 안했지?

 

 

 

그럴 때마다 녀석, 펄쩍 뛰며 열심히 했다네요.  

 

 

 

어쨌든 무지 고맙다고 했더니, 녀석, 차라리 혼내고 구박하는 부모가 낫다는 생각이 드나보더라구요.ㅋ

 

 

 

하여튼 녀석을 가끔 놀려주면서도 맘속으로는 남편이랑 저랑 은근 걱정했는데, 다행이 정시 추가모집에 붙었네요. 잘하면 언어영역 1등급이라 장학금을 탈 수도 있다며 으쓱거리는데, 잔뜩 풀 죽었던 녀석이 도로 기가 살아나니 그 모습이 마냥 밉진 않네요.

 

 

 

 

 

 

 

누나와 나란히 서서 졸업사진 찍는 모습 보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비싼 등록금 내며 가는 대학에서는 부디 자기 갈 길을 잘 찾아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리잡기를 살며시 기대해봅니다.

 

(농사 지어서 두녀석의 비싼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 대려니 정말......한숨이 나옵니다. 반값 등록금, 어떻게 안 될까요?? ㅠㅠ)

 

 

 

아이들한테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좀 타라고 했더니 녀석들, 여전히 시큰둥...

 

엄마인 저는 4년 내내 장학금 타고 다녀서 돈 안 들었는데 너넨 그딴거 못하냐 했더니 제 남편, 자기도 장학금 타서 돈 안 들었대요. 뭔 말이냐구요? 대학시절 내내 학생운동 하고, 학생회 활동 하면서 장학금 탔더라구요. 어쨌든 이녀석들한테 장학금을 기대하는것 또한 부모의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걱정은 걱정이네요.

 

 

 

그나저나 졸업식장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사람은 졸업생도 수상자도 수고하신 선생님도 아닌, 1분안에 축사를 끝낸 내빈입니다.ㅋ

 

 

 

이제는 졸업식날 울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없네요. 그래도 우리 영재를 위해 일년내내 고생 많으셨던 춘천 사대부속고등학교 김영규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그나마 녀석이 착한 심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어긋나거나 반항하지 않고 즐겁게 고3 시절을 마친 건 자상한 큰 형처럼, 아이들과 거리감없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도해주신 담임 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걸 아니까요. 

 

 

 

김영규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녀석이 대학에 들어가도 제일 잊지 못하는 분은 아마도 고3때 담임선생님일 거예요. 인생에서 가장 고민이 많고 힘든 시기중의 한 때가 바로 학창시절이니까요. 앞으로도 녀석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선생님을 찾아뵈면 좋은 충고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고3때 선생님은 평생의 은사로 기억되니까요.

 

 

 

ps. 이제 돈 안 드는 파출부는 어디서 구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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