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아빠와 아들

삼생아짐 2012. 11. 11. 04:42
728x90

 

"야, 너랑 똑같이 생긴애가 당구장에 있다??"
작년에 당구장에 몰래 갔다가 아빠의 레이더망에 걸렸던 녀석, 오늘 소원풀었다.

(처음 갔었다는데 하필이면 아빠의 친구를 만난 바람에...들통이 나 버렸다) 


수능 마친 아들녀석이 제일 하고픈게 바로 당구였단다.

 

엊그제는 소맥도 한잔 했다는데, 너무 빨리 어른들의 세계로 이끄는 건 아닌지...

 


하긴 나도 수능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술집 데려가셔서 맥주를 한컵 가득 따라주셨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접할 수 있는 것들, 금지된 것들은 왜 더 하고 싶어지는걸까.

 

아빠와 아들!!

 

 

 

창 밖에는 늦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채 못 걷은 볏짚이 비에 젖어 마음 쓰이면서도 지난 주 내내 조금 긴장하고 바쁘고 피곤했던 터이라 주말인 오늘 아홉시 반까지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따뜻한 요위에 배 깔고 엎드려서 남편은 텔레비젼 보고 나는 컴퓨터 하고...

아, 편하고 좋다...하다가 문득 드는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불안함

고 3 수험생인 아들은 요즘 일분일초가 피말리는 긴장의 연속일터인데 엄마인 내가 잠시나마 이렇게 편한다고 느껴서 될까...라는 대한민국 수험생 엄마의 공통된 죄책감.

아들위해 백일기도에 불공 드리는 엄마들도 있고, 정작 우리 엄마는 절에 가서 불공 드리고 스님께 외손자의 장래를 상담하고 오셨다는데...정작 엄마인 나는..
...

 


중학교때 녀석과 성적때문에 엄청 부딪쳤던 터인지라 그래, 네 인생 네가 알아서 해라, 네가 느껴보고 부딪쳐봐야 알지,,,하며 공부에 관해서는 거의 포기했던 아들인지라, 대학도 자기가 가고 싶으면 열심히 하겠지...라고 공언했던 터라...잔소리를 멈추었는데, 막상 수능날이 다가오니 이래저래 걱정된다.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지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고, 즐겁게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학에 가보면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기회도 있고, 그 장점을 아는데...오로지 취업의 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학문의 전당이 많이 아쉬울 따름이란 생각도 드는데...그래도 대학을 나와야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우리 사회인지라 아예 아들의 진학에 무심할 수가 없다.


남편이 출장 갈 때면 곧잘 점심을 건너뛰었는데, 아들 수능보는데 먹을 도시락 싸주느라 구입한 보온도시락이 있어서 모처럼 도시락을 싸왔다. 근데, 오늘따라 점심 같이 먹자는 분들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얘네들은 오늘 저녁으로^^

(도시락 한 번 싸기위해 보온 도시락 구입하고, 보온병 구입하고, 나름 새로 산 도시락통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들이 수능보면서 맛나게 싹싹 먹어줬다. 그리고 여러번 고맙다고...투자한 돈 십만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기분, 모처럼 엄마노릇 한 듯도 해서 뿌듯하다.hahaha!!)

--수능볼때 먹으라고 싸준 도시락이 아들의 고등학교 3년 동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준 도시락이었다는 사실에 어쩐지 마음이 좀 그렇다.

 

 

 

'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돈 이천원^^  (0) 2012.12.26
세월, 정말 금방입니다...  (0) 2012.12.22
가을 거두미  (0) 2012.09.24
엄마의 마음  (0) 2012.09.19
멧돼지 꼬리털  (0)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