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농사일이 시작되어 다들 바쁘셔서 센터에 나오셔서 공부하실 분들이 많질 않답니다.
대신 비가 오거나 잠시 짬이 나실 때
그리고 컴이 잘 안될때
저를 부르시면 제가 달려가지요.
(어디든지 갑니다, 부르시면요^^)
컴활용에 재미를 붙이신 어르신들은 댁에서 사용하시다 잘 안되면
무척 답답해 하시지요.
부품이 망가져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AS기사를 부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나 제 남편이 가서 손봐드린답니다.
저희 친정아버님도 집에서 하시다가 잘 안되시면
동네 수리점 기사를 부르는데 한번 들어가는 출장비가 몇만원이라면서
내심 아까워하시죠.
저희가 나가서 해 드린다해도 성질이 급하셔서 기어이 동네 수리점 기사를 부르곤 하시지요.
사실 저희는 그 비용이 너무 아깝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 컴은 되도록 저희가 가서 손봐드리려 한답니다.
비가 와서 날이 흐리고 넘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는데
이정자님께서 포도주를 맛보라고 주셔서
그거 한 잔 마셨더니 몸이 확(!)풀어져요.
음...
기분도 쬐끔 좋아지구요.
(역시 이 기분에 와인을 즐기나봐요.
지난번에 지역정보개발원 분들 오셨을때에도
이정자님 담으신 포도주가 맛나다고 극찬해 주셨어요.)
센터로 돌아오려는데 하우스안에 취나물이 먹기 좋을만치 컸다면서 부랴부랴 뜯어주셔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얘는 미나리싹이라고...봄에 제일 빨리 먹는 단나물 중의 하나지요.
여러장 겹쳐 쌈을 싸먹거나
초장에 무쳐 먹음 향긋하니 맛나답니다.
얘는 취나물이구요.
이 취나물은 산에서 나는 거나 집에서 재배한거나
향차이가 별로 없답니다.
재배취나물은 빨리 세어지기 때문에 자주 뜯어줘야 하지요.
곤드레와 취나물 모를 많이 부어놓으셨어요.
곤드레와 취나물은 파란때 먹어도 맛나지만
뜨거운 물에 데쳐낸 후, 말려서 묵나물로 먹어도 맛있지요.
취나물 모는 잘 섰는데
곤드레씨는 값이 비싼데도 잘 붙질 않았다고 걱정하시네요.
취나물과 달롱(달래), 그리고 미나리싹을 한보따리 뜯어주셔서
집으로 갖고 와서 하나하나 분류하고, 손질했네요.
취나물은 데쳐서 된장한큰술, 간장 한큰술,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음
뜨거운 불에 살짝 볶아내었구요
미나리싹은 초고추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먹기 직전에 살짝 버무려내었더니
민재녀석,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요.
달래는 멸치가루와 표고버섯 가루를 한큰술씩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어요.
구수한 된장냄새와 향긋한 달롱이가 어우러져
저녁 반찬은 웰빙밥상이었지요.
가게가 멀어 두부를 못 넣은게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뭐 그래도 반찬걱정 않고 뚝딱(!)
봄향기 가득한 저녁 식사를 마련했지요.
봄에는 향긋한 봄나물을 많이 먹어야
피로도 덜 타고, 춘곤증에도 덜 시달린다는데
잘 발효되어 달콤한 포도주로 혈액순환을 시키고
향긋한 봄나물로 저녁식사를 했으니
그야말로 신선의 삶이 따로 없네요.
마을의 어머님들 댁을 방문하면
보통 한시간 넘게 두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그래도 저의 부족한 재주로나마
어르신들이 불편없게 컴을 활용하실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보람도 느끼고
이렇게 '정'도 가득 받아오니
가끔은 얼마나 고마운일인가 스스로 되뇌인답니다.
바쁘신 중에도 늘 하루에 몇 차례씩 마을 홈페이지에 들러
사진이랑 동영상도 올려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서로서로 위로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그렇게 정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열심히 공부하시고 생활하시는 어머님들 모습을 뵈면서
늘 반성도 많이 하구요.
사람의 재주는 얼마만큼 갖고 태어나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만큼 노력하여 삶을 값지게 만드는가가 더 중요한듯 싶습니다.
에궁...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그야말로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일어공부,
다시 시작해야겠당......
(작심3일일거라구 옆에서 놀려대던 남편한테 두고보자고 결심 독하게 했었는데...
정말...무지 혼자서 꾸준히 공부하기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