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비해
지금 시골에서는 소득이 없을 때라 많이 힘든 때이지요.
기름값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자
되도록이면 걸어다니려 마음먹고 있답니다.
걸어다니면 평소에 차를 타고 다닐 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 좋답니다.
겨우내 잠자던 해충들과 묵은 풀씨들을 갈아엎어
숨고르기를 하는 땅
요사진은 저번에 찍은거네요.
이곳은 4월꺼정 눈이 펑펑 오네요.ㅠㅠ
지난 겨울에 미처 태워버리지 못한 갈대들도
제법 무성하니 보기 좋네요.
잠시 숨을 고르기위해 튀어나올 물고기를 사냥하려고
가만가만 때를 기다리는 까치 한 마리
다른 까치들은 집 주변에서 던져지는 음식 찌꺼기에 만족하는데
이녀석은 사냥꾼의 정신이 살아있어 한동안 제 눈을 못 떼게 하네요.
물을 마셨는지 한마리를 잡았는지
몇 번 재빨리 입질을 하다가 휑하니 어디론가 날아오릅니다.
점점 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지고
허리가 굽어지시는 호중씨네 할머님의 뒷모습도 보입니다.
어제는 일찌감치 콩을 심으시는지 논에서 엎드려 계시더니
오늘은 물꼬 손질을 하시는지 무거운 삽을 들고
이쪽끝에서 저쪽 끝으로 왔다갔다 하시네요.
시골에서 살면...대개 경치좋은 곳에서 맑은 공기 쐬면서 신선놀음한다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이렇게 나이들어서까지 땅을 놀리지 않으려
일해야 하는 고단함(?)도 있답니다.
논 가장자리에 조르륵 피어난 잡꽃들
경운기의 날카로운 쟁기날을 용케도 피해갔네요.
이름은 모르겠지만 하얗고 앙증맞은 잡풀들
가만 들여다보면 마치 안개꽃을 연상시키듯
그 꽃이 오밀조밀 이쁘답니다.
꽃다지라 했나요
냉이꽃처럼 생긴 역시 논의 잡풀이죠
존재조차 미미하고, 벼가 들어서면 흔적없이 사라질 풀들인데
그래도 봄이라고 일제히 꽃을 피웠네요.
길가에 핀 이름모를 작은 꽃들도 보이네요.
마치 나팔 모양을 닮았어요
야생화의 일종인가요
얘도 정말 작은데, 묘하게 눈길을 끄네요.
어느새 꽃을 만개해버린 민들레
마을의 이정자아주머님께서 하우스 안의 민들레를 한보따리 캐어 주셔서
얼마전에 참 맛나게 무쳐먹었답니다.
이녀석은 홀로 외진곳에 가파르게 자라고 있어서
번식에 일조하라고 기냥 살려두렵니다.
집 앞 모자리터 논 한 가운데 꽂혀진 삽 하나
모자리를 마치고 물관리를 하기 위해 남편이 세워둔 삽이지요.
올해에는 오대볍씨가 발아가 고르지 않아 여기저기서 모자리를 다시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발아기에 들어갔다 나온 볍씨는 그나마 덜하다고 하네요.
일년농사의 시작이 바로 모자리인데
날씨도 춥고 은근 걱정이 됩니다.
센터에서 집까지 걸어오면 약 30분 걸려요.
남편은 10분 거리인데 뭘 그렇게 오래 걸리냐며
저더러 좀 더 빨리 걸어보라 하지만
(그래야 운동이 된대요......)
오며가며 사진도 찍고, 이생각 저생각 하며 걷는 시간들이
마음속의 잡생각을 지우고,
머릿속엔 긍정적인 생각의 단편들을 심어주는 듯 싶어
조금더 빨리 걷고픈 생각은 안드네요.
저를 보면 반갑다고 일어서서 두 발로 반기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얼릉 딴 곳을 바라 보는 비글이녀석
이녀석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제 귀가는 끝나는거죠.
아, 우리집 화단에도 볼 만한 것들이 있지요.
앵두나무꽃
이 꽃이 지고 나면 앵두가 맺히고
앵두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민재랑 함께 하던 시간들이 절로 떠오를터이지요.
파릇파릇 돌나물도 어느새 고개를 바짝 내밀고 있네요.
좀 더 자라면 이녀석들은 우리 식탁에 올라올거예요.
삼생아짐 : 지둘려랏, 귀여운넘들!!!
초고추장과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마, 내 너희를!!!
남쪽에선 이미 져버렸을 진달래가 이제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해요.
못먹는 철쭉에 비해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고도 한다지요.
이 진달래는...대학교때 스승이셨던 전상국 교수님의 야외 강의를 들을 때
처음으로 먹어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우리 아이들도 제가 한번 먹여보았었죠.
(반응 시큰둥...실은 저도 그랬지만요.ㅎㅎ
쌉싸름한게 약간 비릿하기도 하고...뭐 맛이 쫌...그래요.)
그래도 녀석들에게 고향의 추억을 심어준다고 찹쌀가루 반죽하여 화전도 부쳐서 해 준 적 있네요.
녀석들, 화전에 발라준 달콤한 꿀 먹는 맛에 진달래 화전은 그래도 꽤 좋아하더군요.
올 식목일 전후에 딱 한 그루 심은 라일락나무
추워서 잘 살까 싶었는데, 어느새 살아서 새순을 내미네요.
다행이예요.
초여름, 바람을 타고 번지는 라일락향은
마음을 설레게 한답니다.
......
이젠 정말 집으로 들어갈 차례^^
들어가면 온갖 집안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지요.
한숨 한 번 푸욱~~쉬고...
그래도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니...기쁘고 즐거운 맘으로 한답니다.
지난 겨울부터 되도록이면 걸어서 집으로 오고 있는데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서
늘 바쁘게만 살아오느라
시골에 살면서도 시골의 정취를 마음껏 못 누렸는데
어느덧 조금씩 조금씩 주변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누구는 그게 나이들어가는거라네요.
그러게요.
나이가 들어가는 거야 세월이 흐르니까 당연한거고
다만 그 나이에 맞게 제 영혼도 무르익었나가 심각하게 고민되네요.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하며 살고 싶은데
참, 그게 쉽지 않네요.
누군가의 단점을 탓하기전에 내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말
남의 눈의 티끌을 보지말고,
내게 박힌 대들보를 보라는 말......
가끔 속터지는 울화를 억누르며
똑같은 밉상되지 않으려 노력한답니다.
에궁..산책 잘 하고 나서 결국 또다시 뱁새눈 되어버렸네요.
저녁먹고 도로 산책나가야겠어요.
비록 비가 오더라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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