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주말...
화창한 봄날...
담담주면 중간고사인 고등학생 아이의 공부를 봐주느라 밖으로 도는 마음을 다잡고
책을 들여다보는데 친정엄마가 전화하셨습니다.
쑥이 나지 않냐고...쑥 뜯으러 오시고 싶다고 하시네요.
전화통화에 귀를 기울이던 그이가 얼릉 모시러 가겠답니다.
(칫, 남 통화하는데 늘 간섭해요...^^;;;
이번 간섭은 물론 좋은거지만요.ㅎㅎ)
지난주부터 벚꽃이 만개하여 아름답다는 소리를 했지만
아무런 대꾸가 없어 흘려듣는가 보다 했더니 그 말을 염두에 두었나봅니다.
요즘 항암치료중인 아버님......
체력이 달리시는지 어지럽다 하시면서 길을 떠나지 않겠다고
왜 나에게 전화했냐고, 쓸데없는 짓 했다고 그 사이에 엄마랑 한바탕 다투셨답니다.
그러시면서도 그이가 아파트에 도착해보니 정작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고 계셨고
엄마는 살짝 토라지셔서 준비도 안하고 계시고...
그래서 그이가 우겨서 기어이 모시고 왔답니다.
도착하신 그길로 바로 강릉으로 출발했네요.
오후시간대라 밤벚꽃이 아름다울거라고...
시간되는 대로 떠나서 벚꽃을 보다가 회도 먹고
늦어지면 자고 오자고...그렇게 길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습니다.
강릉은 벌써 벚꽃이 지고 있습니다.
거센 바람에 눈물처럼 하늘하늘... 떨어져내리는 벚꽃의 물결들...
누군가는 벚꽃이 사쿠라라고...일본 문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하나미'라고 벚꽃 축제도 있고, 벚꽃이 일본국화이기에
일본사람들은 벚꽃 이상의 큰 의미를 둔다하지만
왜 우리나라에서조차 벚꽃을 많이 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정작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더 많이 기리자구요.
그 말도 맞지만...
그러나...그저...벚꽃이란...이또한 하나의 꽃나무일뿐......
꽃의 만개함과 그 떨어짐에 굳이 색안경을 낄 필요가 무에냐 싶기도 합니다.
지난 겨울, 부쩍 자라버린 울 막내 아들 민재입니다.
(그래도 아직 저보다는 작다는 사실^^
슬몃 위안삼아 말하지만 자식이 부모보다 훌쩍 커버리는 모습을 보면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영재녀석은 지난 주말에 보았을때, 제 아빠의 키를 훌쩍 타넘어 버렸습니다.
조만간 저도 민재녀석한테 밀릴 듯 싶습니다.
떠나오기 전에 아버지가 지팡이를 찾으셔서 많이 힘드신가보다 했더니
다리가 부쩍 아픈 엄마를 위한 거였네요.
그이가 휴게소에서 등산용스틱을 하나 사드렸는데
지팡이는 남이 사주는거 아니라며 굳이 싫다 하셔서
결국 등산갈 때 제차지가 될 듯 싶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 될 듯 싶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순간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내년에도 또 오셔야죠......그이가 얼릉 대답합니다.
치료를 받으시느라 입안이 헐고, 잇몸이 흔들려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겠다고...
횟집에서 엄마에게 많이 먹으라는 말씀만 되풀이하십니다.
엄마를 다정하게 챙겨주시는 아버지의 모습......
늘 호통만 치시던 아버지였는데...
그 모습이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종가집 종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의 등은
석고로 척추뼈를 메웠어도
세월의 무게만큼 자꾸만 휘어져버립니다.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겠다면서 작년에 여동생이 사는 이태리에 다녀온게
정말 잘한 일인거 같다고 하시는데 왜이리 서글픈지요......
그러면서 저더러 너무 고맙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친정어머니가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니
그동안 제가 얼마나 친정부모님께 못했는지 반성이 됩니다.
(人無遠慮難成大業) 인무원려난성대업......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랍니다.
한자에 해박하신 아버지가 읽고 해석해 주십니다.
살면서 가슴에 담아두면 좋은 말일듯 싶습니다.
어릴적에 아버지에게 한자를 배우고, 붓글씨를 배웠지만
그래도 집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져오는 조상들의 문집은 단한권도 온전히 해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몇년전에 내려오던 민화와 고서적들을 몽땅 다 도산서원에 기증해 버리고 말으셨네요.
저희더러 보고 싶으면 도산서원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다면서요.
그 서적들을 그냥 둬도 재산가치가 엄청난데...아까워했더니
돈의 가치보다 정말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낫다는 지론이셨지요.
자라면서...늘 엄격하고 어렵기만 하던 아버지였는데......
부모님의 그 엄격함이 연로함보다 낫다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 되새겨집니다.
쌀쌀한 날씨탓인지...이미 한풀 꺾여져버린 벚꽃의 조락때문인지...
초저녁...저물어가는 경포에서는
사람들마저 자리를 채워주질 않고
섹스폰 소리만 쓸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가끔...기적을 믿고 싶습니다.
작년초, 시어머님께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을 받으신 후,
바로 엊그제 재검사를 하여 이제 완치되었다고'
일년에 한번만 오셔도 된다고 동생이 그랬다면서
시어머님께서 전화하셔서 너무 좋으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친정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치료를 맡고 있는 동생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너무 큰 짐을 지어버린듯 싶어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렇게라도 부모님과 하루를 보내고 나니...
조금 마음이 나을 듯 싶었는데
내내 편칠않습니다.
다행이 아직까진 약이 잘 듣고 있어
체력만 잘 버티시면 나으실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늘 그렇습니다.
꽃이 진들 영원히 지는 것은 아니며
내년이 되면 다시 피어나듯
그냥 우리들 삶에도 늘 희망은 다시 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아버지가 완쾌되시기를 빌며...
이 벚꽃구경은 내내 가슴에 남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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