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우리 막내녀석
필수 예방접종 마지막 단계인 TD와 일본뇌염 접종을 받았네요.
며칠전에 학교에서 보내온 안내문을 보고 날짜를 고르다가
감기 기운이 있어 잠시 보류하고
마지막날인 오늘에서야 가게 되었네요.
이날 접종을 못하면 홍천에 있는 개인병원에 가서 맞아야 하는데
개인병원에 가게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기름값도 더 들고, 접종료도 내야해서
지역 보건소에서 맞는게 여러모로 경제적이거든요.
민재넘 ; 엄마, 주사 맞고 나서 나 바나나우유 사줘야해???
흠...기억력도 좋은 녀석.
예전에 주사맞으러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서 바나나 우유 사준다고 꼬시고 맞췄었는데
그 기억이 나나 보네요.
근데
이젠 얼릉 가서 주사를 맞자고 성화를 부리는 거 보니깐
그래도 컸다고, 주사가 예전보담은 덜 무서운가보다 했는데
보건소에 상주하시는 공중 보건 의사선생님,
열을 재보고 이것저것 문진을 하고 진찰을 하더니
잠시 민재녀석 눈을 들여다보다가
민재의 팔을 잡으며
주사 맞는 과정을 지나치게 상세히 설명해 주시네요.
의사선생님 ; 내가 어떻게 주사 맞는건지 설명해 줄께.
요기 살을 이렇게 잡은 다음에 주사바늘을 콕 찌르는데'
살과 근육이 있지?
바로 요 근육에 주사약이 들어갈거야.
양쪽에 한대씩 맞을거야.
아플지도 몰라.
민재넘, 씩씩한척,아무렇지도 않은척 하고 앉아있다가,
의사선생님이 팔 부위를 잡아늘기며 재현하는 것을 보고
눈을 찔끔 감았다 뜨더니 ; 우리반 애들이 그러는데
그냥 따끔하고 만다던데요??
하면서도 얼굴이 빨개지며 갑자기 눈은 겁에 질리는 표정
삼생아짐 ; 차라리 설명 안해주시는게 나을 듯 싶은데요??
했지만, 선생님 표정을 보니 씨익 웃고 계시네요.
이 의사 선생님, 주사 안 맞으려고 떼쓰는 아이들을 보다가
이렇게 다 큰 녀석들을 보니 재밌으신가봐요.
은근 짓궃은 면이 있으시네요.
하여튼 양쪽에 한대씩 맞고, 피가 나오지 않게 소독솜으로 양 팔을 누른채
민재녀석, 의기양양하게 보건소를 나오며 씩씩하게 인사를 하네요.
그러고보니 작년에는 주사맞고 심술이 잔뜩 나서 인사도 제대로 안해
제가 뭐라 그랬더니 돌아서서 눈물 찔끔하며
감사합니다!!!
소리를 크게 지르고 나왔었는데
표정은 전혀 감사한 표정이 아니어서 마악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뭐 지금도 웃고는 있지만, 눈은 울고 있네요.
약속대로 바나나 우유를 사준다고 마트에 갔더니
수업중에 들어가면 미안하다고
수업받고 있는 친구들한테 모듬별로 하나씩 줄거라면서
과자를 네 봉지나 들고나서는데
금액이 만원이 후딱 넘어가네요.
제가 눈을 크게 떴더니...
녀석, 바나나 우유 하나만 산다고 졸랐는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드는지
민재넘 ; 엄마, 근데 엄마는 나를 굉장히 많이 사랑하나봐.
삼생아짐 ; ???
민재넘 ; 나 예방접종 하나도 빠뜨린거 없잖아.
딴 애들은 이런 수첩있나??
명호랑 재현이는 빠뜨리지 않고 다 맞았을까???
하면서 자기 예방접종 수첩을 들여다보는 척 하네요.
이그, 못말리는 녀석.
삼생아짐 ; 그거 빼먹는 부모가 어디있냐?
어쨌든 이젠 정말 예방접종 필수단계는 다 마쳤다.
(고로 넌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니란거지......)
아이들 세 명의 예방접종 수첩을 들여다보니...
정말 이녀석들 역사가 보이네요.
큰 넘인 수향이을 낳자마자 병원에서 첫 접종한 기록부터
막내녀석인 민재넘의 오늘 접종기록까지
예방접종 기간만 딱 21년이 걸렸네요.
산모수첩에서부터 예방접종 수첩을 보관하면서
이런게 전산화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도 나고,
주사를 맞힐 때마다 녀석들과 씨름해야 했던 기억
그리고 이 수첩 잃어버릴까봐 매우 신경썼던 기억도 나네요.
아이들은......무럭무럭 자라나네요.
대학생인 수향이도, 고등학생인 영재도, 이제 예방접종 필수 단계를 모두 마친 민재도
저마다의 세상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성장하고,
또 힘든 장애물을 만나 나름 고민도 많이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녀석들이 만나는 사람들과
녀석들이 만나는 세상이
제가 만난 세상보다 낫기를
제가 만난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기를 기원하며
부딪히는 문제에 좌절하지 말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그리고 저보다는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해봅니다.
부모의 마음이 바로 이런거겠지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 저를 낳고 기르실때 바로 이런 마음이셨겠지요??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데도 일이 계속 생겨
병원에 들르지 못하는 이 불효가...죄스럽기만 합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이아 (0) | 2011.07.15 |
---|---|
다문화가정 화상상봉을 하다 (0) | 2011.07.06 |
누구 말을 더 잘 들을까요?? (0) | 2011.06.23 |
더불어 봄향기를 느꼈네요^^ (0) | 2011.04.28 |
집으로 오는 길 (0) | 201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