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자연속에 묻혀살면서도
이따금 접하게 되는 자연의 오묘함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할때가 많습니다.
잣이예요.
머리부분이지요.
한층 한층 껍질을 떼내다 보면
이렇게 이쁜 잣이 층마다 촘촘이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잣나무에서 갓 따낸 잣에는
찐득한 송진이 묻기에
잣은 수확한 후에 이주정도 햇볕에 놓아두었다가
송진이 마른 후에 떼어내면 만지기도 쉽고 잣알도 잘 빠져나오지요.
얘는 송진이 덜 말라
이파리를 떼어내어도 잣이 고스란히 박혀서 떨어질 생각을 않네요.
그치만 자연이 만든 이 무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마치 물결무늬같기도 하고
왕관무늬 같기도 하고...
보물찾기 하는 것과도 같은...
사이사이 박힌 잣이 우리들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도 싶어
신기해서 한참 쳐다보았네요.
한 알 한 알 꺼낸 잣이 자그마한 통으로 하나가득 되네요.
제법 쏠쏠한 수확...
일하다 졸리거나 피곤할 때
한 알 콕 깨물어서 속알갱이를 파내어 먹으면
향긋한 잣 향이 피로를 가셔주지요.
가을이면 이 잣을 수확하는 사람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네요.
잣나무는 키가 꽤 자라죠.
게다가 가장 높은 꼭대기에 그 열매가 달리기에
기다란 장대로 따기에도 부족해
다람쥐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 하나하나 쳐서 잣을 떨기는데
능숙한 잣수확꾼들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라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수확이지요.
저희 선산에도 잣나무를 심어 해마다 수확량이 제법 되곤 하는데
따거나 관리할 능력이 되지않아
동네 아이들더러 따서 용돈벌이나 하라 했지요.
한자루에 약 5만원 정도를 받는다는데
아이들 용돈벌이로는 괜찮은 편이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작업이라 조심스럽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제가 시집왔던 때의 아이들보다
이런 산살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대개 청설모의 먹이가 되곤 하네요.
그래도 추석무렵이나 가을철 산에 올라보면
몇 송이씩 땅에 떨어져 있는 것들이 있어 의외의 수확을 거두곤 하는데
그게 바로 청설모의 공이라네요.
나무타기의 명수인 청설모는 잣나무에 올라
잣송이를 땅에 떨구어 놓는대요.
그걸 발견한 사람이 잣을 주워가면
청설모는 나무에서 내려와 사람을 쳐다보며 제법 요란하게 조잘조잘 따진다네요.
왜 내가 고생하여 수확한 잣을 네가 훔쳐가느냐 이거죠.
그래서 미안한 사람들은 청설모의 몫을 남겨두고 가기도 한다죠.
삼생마을이 있는 홍천은 예로부터 잣으로도 유명한 고장이지요.
그 향과 맛이 뛰어나 임금님께 진상하였다고 하는데
홍천잣을 먹어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되네요.
유난히 잣향이 진하게 나기 때문이지요.
소나무의 피톤치드향과도 닮은 잣향 특유의 냄새는
답답한 머릿속을 맑게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도 싶어요.
우리 민재녀석 간식으로 놓아 두었더니
울 최후의 보루가 들락날락하며 심심한지 호로록 호로록 연실 집어먹네요.
덕분에 담배나 좀 줄였으면 싶은데......
어쨌든
심심풀이 간식으론 딱(!)이네요.
아, 이 잣을 까먹을때 이로 깨물어서 까곤 하는데...
혹 치아를 씌운 분들은 조심하셔요.
청설모가 아닌 이상 치아 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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