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참내......

삼생아짐 2010. 8. 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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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정보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기제비 한 마리가 현관 앞 바닥에 떨어져 있네요.

 

 

언제 떨어졌는지...기력이 많이 약해진듯 꼼짝도 않고...

 

 

제가 만지려 하자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보려 하는데 아직 날 수가 없고...

 

 

날개 사이 솜털 밑으로는 털도 채 안 나서 붉은 맨살이 보이네요... 

 

 

제가 올려 놓아 보려 했더니 까마득하게 키가 모자라요...

 

저보다 더 컸다고 으스대는 영재넘더러 올려놔 주라 했더니  

 

영재넘, 처음엔 징그럽다고 질색하더니...

 

(지렁이는 이쁘다는 넘이...참 이해가 안가요...도리도리...)

 

좀있다 올려놔주려 하는데 역시나 키가 한창 모자라요.

 

삼생아짐 ; 키 컸다고 으스댈거 하나도 없다. 아직 한창 부족하잖어.

 

했더니 녀석 머쓱...

 

 

쬐끔 자존심이 상했는지 마당에서 의자를 가져다가 베란다에 올려놓으며

 

저더러 꾹 잡으래요.

 

근데 넘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제 힘도 딸릴 듯 싶고......

 

그랬다가 놓치면 울 아들넘 어케요...

 

(예전에는 가진 건 힘밖에 없다고 큰소리 쳤는데...흑흑......)

 

아빠 오시면 해달라고 하자고 했죠.

 

 

해마다 아가제비들이 꼭 한마리씩 이렇게 둥지에서 떨어져요.

 

왜그런가 했더니

 

 

어미가 먹이를 줄 때 서로 받아먹으려고 몸을 내밀다가

 

그만 추락하는거죠.

 

작년에 수향넘, 제가 올려주라 했더니

 

수향넘 ; 엄마, 길가다 무서운 개X끼가 쫓아오면

 

저도모르게 초스피드로 달리지, 그치??

 

삼생아짐 ; 응.

 

수향넘 ; 쟤도 고양이가 쫓아오면 저도모르는 날개짓이 나와.

 

살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그게 세상사는 이치야.

 

하면서 안 올려주더니...

 

결국 그 새는 나중에 떠날 때 보니 없더라구요......

 

집부근을 돌아다니며 호시탐탐 노리던 들고양이들에게

 

잡아먹혔나봐요.....

 

그러고보면 세상 사는 이치는 아무리 살려고 몸부림쳐도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기 마련인가보네요.

 

 

그러니깐 결국 세상사는 이치는

 

스스로 살게끔 무조건 내버려두는게 아니라

 

약한 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덜 약한자(?)가 보살펴줘야 한다는 게 맞는 거지요.

 

 

영재넘, 친구들한테 제비의 모습 보여준다며

 

핸폰사진 찍으면서

 

제비의 크기를 보여주려고 자기 손을 갖다 대네요.

 

 

저렇게 찍은 사진을 학교에서 반친구들에게 보여줄 때

 

 바로 깡촌 출신의 촌넘이 최고로 자랑스러워지는 때가 아닌가 싶어 우습기도 하고...

 

또 방학때 기숙사 친구들 델구 놀러올테니깐

 

접대(?)좀 잘해달라며 애교도 떨더니......

 

 

그래도 수향넘 보다는 쬐끔 더 덜 냉정한 넘이라

 

아빠가 오자마자 의자놓고 붙들고 올라서서

 

결국 둥지안에 아기 제비를 무사히 넣어줬네요.

 

 

 

며칠 지나면서 보니

 

새로 태어난 제비 네마리가  나란히 전깃줄에 앉아

 

그네를 타고 있네요.

 

이제 슬슬 비행연습을 하는 걸 보니

 

여름도 거진 끝나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일 아침 창가에 앉아 모닝콜을 해 주던 녀석들이

 

어느날 아침,

 

모두 모여 마당과 집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우리에게도 스칠듯 말듯 우리 머리주변을 비행하고 인사를 마치면

 

그 담날은 녀석들이 떠나버린 걸 알게되는거죠.

 

그때에야 비로소 제 삶에 또 한 계절이 지나간 것을 실감하곤 하죠.

 

 

세상모든 만물이 생성하고, 번성하고, 쇠퇴하고, 소멸하고......

 

만나면 헤어지는

 

그 간단한 원리를 알면서도

 

왜...늘...마음속을 부대끼며 사는지......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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