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더불어 살아요^&^

삼생아짐 2010. 8.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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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경기도 포천 지동산천 마을에 맹형규 행안부장관이 오시기로 했다네요.

 

삼생아짐 ; 또나가???

 

아무리 안 그러려해도...마을일을 하다보니 늘 집안일은 뒷전이라

 

조금씩 조금씩 싫은 소리를 하게 되네요.

 

 

한참전에 수확하고 난 옥수수밭에서 말라가고 있는 빈 찰옥수수대궁들도 그대로이고...

 

 

 겨울철에 볏짚 떨어졌을때 먹이려고 준비해 두었던 건초인데

  

얘가 요즘 우리 소들 밥상에 올라가고 있거든요.

 

매일매일 회의와 출장...

 

정말 농사꾼 맞나 싶을 정도로......바쁘네요.

 

 

베어오는게 시간이 걸리나 싶어

 

제가 목낫을 들고 먼젓번에 일부러 땀 뻘뻘 흘려가며 군데군데 베어놓기꺼정 했는데

 

얘들은 비 맞아서 밭 한귀퉁이에서 썩으려고 폼잡고 있어요.

 

이 옥수수대궁을 잘게 부수는 기계가 있는데

 

이 기계를 쓰도록 설치만 해주면 저라도 수시로 베어다가 먹이고 싶은데...

 

위험하다고 설치도 안 해주네요.

 

(이 기계를 사용하다 예전에 팔이 딸려 들어가 잘린 분들도 많거든요......)

 

 

어쨌든...풀씨를 받고있는 밭을 보면 한숨만 절로 나오는데...

 

울 최후의 보루,

 

전국 정보화마을 대외협력부 이사직을 맡고 있어 어쩔 수 없다네요.

 

이해는 하지만...가끔 그런 생각 들어요.

 

저또한 농촌마을 관리자일을 맡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가족들 아닌가라구요...

 

저도 체험있거나 마을 일 있을때 우리 애들 밥도 제대로 못 챙겨주고

 

운동회때도 같이 못 있어주고

 

밤늦게꺼정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슴 아팠던 적 많은데......

 

이렇게 때를 놓치면 두배 세배가 되고 마는 농사일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하죠.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누군가의 비난을 끊임없이 듣다보면...다 손떼고 싶어지구요.

 

어쨌든 길 떠나는 사람한테...더 이상 싫은 소리는 하지말자...결심하고

 

잘 다녀와...운전 조심해...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최후의 보루 ; 어?? 저x끼 왜저러지??

 

이러는거예요.

 

뭘보고 욕을 하나 싶어

 

깜짝놀라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세상에...

 

참새 한 마리가 길바닥에 가만히 내려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다가가도 도망도 안가고...

 

비실비실...조용히 있네요.

 

 

혹 다리가 부러졌나...

 

아님 새끼 낳으려고 배가 너무 불러 못 움직이나...

 

(배가 빵빵해요, 공제비가 아닌 공참새...)

 

 

걱정이 되던 참인데 울 최후의 보루, 가까이 다가가서 안아서 보더니

 

아기참새라네요.

 

아직 겨드랑이 사이로 곱고도 가는 솜털이 보슬보슬......

 

제가 안으니깐 고개를 푹 떨구고 죽은척 가만 있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그야말로 새가슴이죠.

 

 

내려놓으니깐 고개를 반짝 들고 쳐다보네요.

 

(에궁, 영악한 녀석......)

 

 

이넘을 잘 길들여서

 

애완용 참새로 한 번 훈련시켜볼까나...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혹 먹이를 제대로 못 얻어먹어 기운이 없나 싶어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다 부리근처에 대어주었는데

 

잠자리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던차에

 

손을 놓자마자

 

잠자리 녀석 훨 훨 날아가버리고

 

 

녀석은 다시 죽은 척 고개를 푹 숙이네요.

 

(누가 머리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 그랬던가요???

 

이녀석은 영리하기만 하네요...)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까 싶어

 

풀숲에 숨겨두고

 

어서어서 나는 연습을 익혀

 

건강하게 날아오르기를 바래봅니다.

 

 

어떤 분들은 곡식 익을무렵

 

이녀석들이 곡식을 샅샅이 훔쳐먹는다고

 

미워하시지만...

 

 

 그래도 사철 우리곁을 떠나지않고

 

아침마다 짹짹거리며 울 최후의 보루 방 옆에서

 

요란스런 모닝콜을 해대는...

 

 저희에게는 제비못지않게 친근한 녀석들입니다.

 

(새벽녘, 녀석들이 하도 요란스레 울기에 제가 시끄럽다 했더니

 

울 최후의 보루, 듣기좋지 않냐고...

 

자연의 소리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더군요.)

 

 

요란스레 제 바지를 타고 오르는 개미떼들도...

 

(MBC 명품여행 촬영 안내하다가

 

개미집 잘못 건드려 이넘들 털어내느라 완전 난리도 아니었네요...)

 

 

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제비떼들도......

 

 

비 온 뒤 잠시 맑아지는 하얀 하늘도..

 

 

오백원, 천원 놀려대는 하이얀 백로떼들도......

 

 

눈도 미처 못 뜬 채 에미를 찾아 발발거리는 어린 강아지들도...

 

 

밤이면 밤마다 은색실을 자아놓는 거미떼들도...

 

 

무더기로 겹쳐 쌓아놓은 무당새들도......

 

 

제 배를 몽땅 다 훔쳐먹고도 시침 뚝 떼는 까치넘들도...

 

 

 모두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 마을입니다.

 

 

고요하고...아름다운 삼생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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