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고야

삼생아짐 2010. 7. 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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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구요???

 

 

고야예요.

 

일명 자두 아가(?)처럼 생긴거지요.

 

(우리 마을 화끈한 명자형님은 자두새끼래요...)

 

그래서 전 새끼자두라 그랬는데

 

자두새끼새끼자두나 그게 그거인듯...

 

센터에 컴교육 받으러 오셨던 분들 유난히 강조된 새끼소리에 마악 웃으셨죠.

 

  

작년에 굿모닝 신한증권 정연구 차장님 가족 오셨을 때

 

어디선가 벌레먹은 고야를 한접시 가득 따왔던 울 최후의 보루...

 

(전 우리집에 고야 나무가 있다는 걸 그때에야 처음 알았어요...

 

열매가 한번도 달린적이 없어...복숭아나무인줄 알았거든요.) 

 

그때 벌레먹은 부분을 피해 조심조심 잘라줘서 먹었는데 얼마나 달던지......

 

 

그랬는데...오늘 아침

 

소 밥주러 나갔다오면서 씽크대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 제게

 

이 고야 한 알을 쑤욱 내미는거예요.

 

삼생아짐 ; 와~~~

 

저도모르게 입이 딱 벌어지네요.

 

울 최후의 보루 ; 내 마음이야.

 

하더라구요.

 

순간 감격......

 

 

근데...과일귀신이 이 거 한 개 갖고 만족할 수 있나요...

 

근원지를 찾아 얼릉 쫒아나갔죠 

 

 

삼생아짐 ; 심봤다아~~~~~~!!!!!!!

 

세상에!!!

 

알고보니 뒷뜰 야외화장실 옆에 있던 이 나무가

 

복숭아 나무가 아니라 바로바로 고야나무였던거죠.

 

 

올해에는 벌레도 안 먹고

 

열매도 주렁주렁 매달리고

 

완전 보물창고가 따로 없네요.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아기 고야...

 

왕 고야...

 

이쁜 고야...

 

 

빨갛게 익은 고야!!

 

새콤달콤 맛난 고야!!!

 

주렁주렁 달린 고야!!!

 

 

그동안 앞뜰에서 굵어지는 시퍼런 자두만 언제 익나 눈독들였더니

 

이렇게 신통방통한 고야가 어느새 뒷뜰에서 방긋방긋~~

 

 

얘는 정말 하트모양으로 생겼어요.

 

가장 잘익고 달콤해 보이는 이쁜 요 넘을 똑(!)따서 

 

 

아즉꺼정 잠에서 못 깨어나고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

 

 

우리집 늦잠탱이 민재넘 입에다 넣어줬죠.

 

 

한 입 깨무는 순간!!

 

 

녀석의 눈이 반짝 떠지더니...

 

 

눈에 생기가 총총 돌아요.

 

삼생아짐 ; 내 마음이야. 엄마의 사랑을 담았어.

 

(사랑은 내리사랑이죠, 울 최후의 보루가 제게 했던 멘트를 고대로...ㅋㅋ)

 

 아니나다를까 저처럼 과일귀신인 민재넘, 이 고야 먹자마자 어서 났냐고 성화를 부려요.

 

 

덜익은 고야 먹음 배탈이 잘 나기에

 

안가르쳐 주려 했는데

 

녀석이 너무 매달리고 닥달해서 할 수 없이

 

 고야나무 있는 곳으로 델구 갔네요.

 

 

절때~~루 완전히 빨갛게 익은게 아닌이상 따지 말라 그랬죠.

 

저 닮아 성질도 급하고, 과일도 좋아하는 과일귀신이라... 

 

미처 익지 않은 핑크빛 앵두도 따먹으면서  

 

맛나다는 녀석이거든요.

 

요것도 보나마나 수시로 따먹을 게 뻔한데...

 

참말 걱정되네요.

 

 

그치만, 민재넘, 저 만큼이나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해요.

 

이제부터 매일매일 아침마다 뒤뜰에 와서

 

하나씩 하나씩 잘 익은 넘만 골라 따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녀석 고야 따먹으려고 일찍 일어나면 깨울 필요 없다는 생각에

 

 저도 더불어 즐겁네요.

 

 

 

가끔 '삶'이란...정말 별거 아니다 싶기도 해요.

 

이렇듯 소소한 작은 일상들에서도 잔잔한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니깐요.

 

 

울 최후의 보루가 아침마다 소밥주고 들어오면서 내게 건네주는 고야 한 알

 

울 민재넘의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와

 

저를 볼때면 언제나 환하게 웃는 그 밝은 미소

 

수향이의 장난기어린 농담

 

영재녀석의 의젓함...

 

그리고 여섯마리의 소들이 떠나자마자

 

고담날 아침 바로 새로 한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나서

 

다소나마 그 빈자리와 허전한 맘을 달래주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게 삶이지요.

 

모자란듯 부족한 듯

 

그치만 큰 욕심 내지 않으면

 

그렇게 남은 삶,

 

물 흐르듯 살아지겠지요. 

 

 

 

뒷뜰 어느 구석... 보지 못한 어느새 불쑥 생겨나서 열매를 맺은 오가피나무

 

그 송이에 맺힌 이슬 한 방울처럼

 

삶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란 생각도 들지요......

 

 

살아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면

 

내가 이 세상에 왔다가 거저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러고보면 제가 삶에 많이 초연해진거 같기도 하죠???

 

그나저나...울 수향넘, 이 글 보자마자 그러겠네요.

 

엄마, 죽으러가???  엄마, 세상 다 살았어???

 

냉정한 넘......

 

 이넘은 도대체 제가 사색할 기회를 안 준다니깐요......

 

그래도 뭐...잠시나마 일상의 소소함에 눈을 돌려보는 아침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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