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농부의 아들

삼생아짐 2010. 4. 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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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번, 농사를 시작하기전 꼭 해야 하는 농가의 연례행사가 있지요.

 

바로바로 소똥 거름 퍼내는 것...

 

 

그전까지는 영재랑 수향이가 있어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고

 

 

꾀많은 영재넘, 민재를 꼬셔서 아주아주~~ 재밌는 놀이인 것 마냥

 

떠넘기기도 했는데...


 

제 형의 꾀에 넘어간 줄도 모르고 소똥 밭에서 신나던 민재녀석

 

올해는 당번 정할 것도 없이

 

기냥 민재 책임이 되어버렸네요.

 


아빠의 큰 장화를 신고

 

마치 커다란 임무라도 부여받은 특공대마냥

소똥 밭에서 경례를 부치는 넘...

 


심심한지 요즘 유행하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정말 소똥 밭에서 저혼자 신났어요.

 

(삼생아짐 ; 혼자 보기 아까워...ㅋㅋ)

 


트랙터 운전하는 제 아빠에게 작업감독관마냥

 

작업 지시도 내리고

 

 

애꿏은 음메소들에게 삽을 겨냥하며

 

협박도 하고...

 


모델마냥 갖가지 폼을 잡으며 애교도 떨던 녀석...

 

한 세시간을 이렇게 추운데서 떨었나요...

 

조금 힘이 드는지 집안으로 쫓아들어와서...

 


현관벽을 붙들고 통곡을 해요.

 

전 녀석이 넘 힘들어서 우는 줄 알고 깜짝놀라 달려갔더니

민재넘 ; 엄마, 나 무지 애처로워 보이지?? 그치??

 

하면서 깔깔거리네요.

녀석, 참....

 


새참을 챙겨달라 그래서

 

딸기쨈 바른 빵이랑 따끈한 차를 준비해줬더니

 

민재넘, 자기가 바리스타래요.

 

근데 무슨 바리스타가 들고 가면서 철렁철렁 다 흘려요.

삼생아짐 ; 무슨 바리스타가 그 모양이야??

했더니 민재넘, 눈 하나 깜짝않고 ; 신입이예용^^

하더니 들고 가네요.

 


그 와중에 음메소넘들, 계속 풀어달라고 메애거리고...


 

여전히 민재녀석은 보초내지는 문지기......

 

 

송아지들을 상대로 계속 눈치작전



내지는 힘겨루기...

 

 

민재가 지키고 있자 포기한 듯한 송아지녀석들

 

 

오랫만에 만난 자기 어미소들 찾아서

 

 

열심히 젖을 먹네요.

 


 

근데 문제는 올 겨울에 겨우겨우 살려놓은

 

 

송아지녀석 젖꺼정 몽땅 빼앗어 먹으니 큰일이죠.

 

 

송아지 젖 지키기 위해서라도 얼릉 일을 마쳐야 한다면서

 

점심도 거르고 

 

 

정말 열심히 퍼내네요.

 


모두모두 밭으로 나가 땅의 소중한 영양분이 되어줄 거름들이죠.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고...


 

땅강아지랑 지렁이 등 땅 속 생명들도 보듬어 안고 있는

 

농가의 자원이죠.



민재넘, 자기 보물 보여준다면서

 

제 손을 잡아 끌더니

 

이 지렁이들을 손으로 잡아 올려서 한 데 모아놓아요.

 

낚시에 미친 영재넘한테 질렸었건만

 

민재넘마저 이 지렁이를 손으로 잡아서 한군데 모아놓는 바람에

 

제가 기절할 뻔 했죠.

 

근데 이녀석, 지렁이 만진 손으로 제 머리카락 잡아당기며

 

뽀뽀해 달라고 끌어안는데

 

제가 그만 기겁을 하고 뿌리쳤더니

 


녀석, 엄마를 무지무지 사랑한다나요...

 

그러면서 엄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왜 피하냐고...

 

그럼 지렁이 만진 손으로 다가오는 녀석을 어케 끌어안아요.

 

전 솔직히 말하면 지렁이, 정말 징그럽거든요.

 

민재넘 ; 렁이야~~렁이야~~ 이쁜 렁이야~~

이뻐 죽어요.

 

삼생아짐 ; 너네는 거미는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지렁이랑 뱀은 이뻐하냐???

 

제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자

 

민재넘 ; 거미는 발이 많잖아.

 

하면서 새삼 진저리를 치네요.

 

어휴...

 

아무리 사람마다 보는 눈과 주관이 다르더라도

 

이렇게 발 없는 지렁이를 이쁘다고 만지작거리는 거 보믄

 

참, 묘해요.

 

그나저나 울 최후의 보루, 올해는 밭에 호밀을 심어놓아서

 

거름을 안 낸다고

 

지용주이장님께 전부 다 드리길래......

삼생아짐 ; 옛말에 거름주는 자식은 낳지도 말랬는데???

 

했더니 씨익 웃어요.

 

하긴요...

 

 

지난번에 울 시어머니 아프실 때

 

지용주 이장님께서 암에는 청국장이 좋다고 일부러 띄우셔서

 

그걸 일일이 말리셔서 청국장 가루를 만들어서 주셨어요.

 

그 정성에 울 최후의 보루, 감동먹은거죠.

 

 

울 어머니께 잘하기만 하면

 

울 최후의 보루는 뭐든지 만사오케이죠.

 

덕분에 어머님 병간호를 척척 해낸 울 수향넘도 점수 따서

 

용돈도 달라는대로 다 줘요.

 

효자아들 밑에는 효자아들 난다는데...

울 아들넘들도 제 아빠 닮아서 효자하려나요??

 

그나저나, 이날 자그마치 여섯시간동안 소를 지켜야했던 민재넘,

 

나중에는 저더러 안 지켜도 된다면서

 

송아지들이 자기 엄마가 좋아서 자기엄마 옆에

 

자기처럼 꼭 붙어있는 거라며 큰소리치고 딴 짓하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능청스런 송아지넘들 몽땅 뛰어나와서

 

이웃사람들과 합동으로 송아지 잡아 넣느라 엄청 고생했지요.

 

짜식, 마무리를 잘 했어야지...쯧쯧...

 

민재넘 ; 근데 엄마, 난 송아지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줄 처음 알았어.

 

어휴, 초스피드로 달아나는데, 차보다 더 빨라.

 

완전 달리기 선수야.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네요.

 

어쨌거나 김민재, 농부의 아들답게 정말 고생 많았네요.

 

 

ps. 농가에는 이렇게 아이들의 작은 손길도 큰 힘이 되는 때가 바로 농번기랍니다.

 

이제 점점 더 바빠져오는데...

 

삼생마을 여러분,

 

건강 지키시면서 열심히 열심히 농사 지으시고

 

올해는 정말 '대박'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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