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누굴 버려요???

삼생아짐 2010. 4. 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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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재녀석을 데리러 갔더니, 녀석 교문앞에 서서 저를 기다리고 있다가

 

울먹울먹 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려요.

 

 

 

참 이상하죠??

 

녀석의 누나가 스물두살, 녀석의 형이 열일곱

그리고 이녀석이 열두살...

그러니깐 20년이 넘도록 아이를 셋이나 키워왔는데

왜 지금도 아이들의 눈물만 보면 가슴이 철렁할까요...

 

삼생아짐 ; 무슨일이야?? 왜그래? 선생님한테 혼났어?? 친구랑 싸웠어?? 어디 아파??

 

성질급한 삼생아짐답게...

 

미처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물어봤네요.

 

민재넘,말도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이번에는 소리내어 통곡을 해요.

 

 

 

차에 올라타서 녀석, 큰소리로 땀꺼정 흘려가며 엉엉 통곡을 해대는 틈에

미처 출발도 못하고

가슴을 태웠네요.

 

삼생아짐 ; 도대체 왜 우는건데???

 

평상시에도 활기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넘치는 넘이고,

녀석이 이렇게 우는 날은 거의 없었기에 정말 심장이 턱,,, 내려앉는 듯 했죠.

 

 

 

 민재넘 ; 아빠한테 미안해서...엉엉...

 

 

 

삼생아짐 ; 뭐가 미안한데?? 

아빠한테 뭐 잘못했어??? 

 

민재넘 ; 내가 오늘 아빠를 죽여버렸어. 흑흑... 

삼생아짐 ; ??????????

 

 

 

민재넘 ; 있잖아, 수업시간에 내게 가장 소중한 것 한가지만 찾는 거였는데...

만약 타이타닉처럼 배가 침몰한다면

그중에서도 제일 소중한 것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는 거였어.

근데 너무 슬펐어.엉엉......

 

 

 

민재 ; 내가 엄마를 살리느라고 아빠를 버렸어.

아빠한테 너무 미안해. 엉 엉..

 

아...그제서야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네요.

 

 

 

예전에 저도 중학생들 대상으로 특활시간에 해 본 적 있죠.

아무 의미나 목적없이 살아가는 삶을 경계하기 위해

지금 이순간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하나...여러가지 의미에서

생각해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데...

 

 

 

순간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하기에 초등학교 5학년은 조금 어린 나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민재넘 ; 근데 엄마, 여자애들은 마악 소리내어서 울었는데

남자 애 두명은 우는 애들 놀리면서 마악 웃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혼났어.

근데 선생님이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른데

슬픈데도 안 슬픈 척 하면서 큰소리로 웃는 건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고

겉으로 용감한 척, 안 그런척 하는 거라고...

그런 애들을 미워하지 말고 이해해 줘야 한대.

 

삼생아짐 ; 선생님이 잘 말씀해 주셨네...

근데 다른 애들은 마지막으로 누굴 남겼어??

 

민재넘 ; 다 엄마를 남겼어. 나만 그런게 아냐, 엄마.

 

삼생아짐 ; 다들 엄마가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나보네.

그치만...엄마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우리 민재를 구할거야.

우리 민재는 우리 식구들 중에서 제일 어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세상을 살아봐야지.

 

민재넘 ; 그치만 우리 형이랑, 아빠랑 누나한테는 비밀로 하자, 응, 엄마???

 

삼생아짐 ; 알았어.(영악한넘...)

 

녀석과 손가락 걸고 약속했네요.

 

 

 

녀석을 데리고 센터로 와서 컴퓨터 교육을 마치고 잠시 딴일하는 동안

녀석, 언제 울었냐는 듯 게임에 열중해서 표정이 딴판이네요.

 

참내, 애들이란......

 

그래놓고도 금방 사람죽이는 게임 하고 있잖아요.....

총쏘고, 팔 다리 잘라내고, 피 튀기고...

아무리 게임이지만 넘 잔인해서 평상시에 못하게 하는 편인데...

녀석들은 컴 앞에 앉으면 주로 이런 게임을 해요.

 

 

 

삼생아짐 ; 우리 민재 공부하니??

 

민재 ; 네!!!

 

하더니 얼릉 '다음'에서 위성지도 열어놓고 마우스 이리저리 움직여요.

 

공부마치시고 담소를 나누시던 아주머님들이랑 아저씨, 마악 웃으시네요.

 

라순옥님 ; 그넘 참 빠르네...

 

방명자형님 ; 민재야,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마악 날아갈 거 같지??

 

하시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사람의 성정은 나면서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게 아닌가 하고요...

 

소중한 가족 한 명씩을 버리면서 통곡하던 녀석이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남을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열중해서 하는 거 보면

대다수의 많은 어린이들이

현실과 게임세상을 구별할 수 없는 날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요..

 

 

도대체 이런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 할 수가 없네요.

 

한때 미국의 이라크공격때 전쟁을 마치 게임처럼 보도한 뉴스가 있어 지탄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 대부분이 정말 사람 죽이고 쏘는 게임이예요.

 

게임에 중독된 녀석들의 눈빛을 보면 맑지가 않고

흐리멍텅해요,

게다가 집중력도 떨어지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정말 여러가지 것들과 경쟁을 해야하네요.

 

언제까지나 부모가 취사선택을 해 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아이들한테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쓴다면

게임중독 되는 건 좀 덜하지 않을까...싶네요.

 

 

그나저나 민재넘, 저한테 비밀지키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울 최후의 보루, 이거 보고 삐쳐서 민재넘 구박함 어쩌죠??

 

평상시에도 민재랑 수준을 맞춰서 가끔 토닥거리는데...

 

지난번에 울 최후의 보루, 사귄 여자들 수가 버스 한 대가 모자라서 보조의자 놨다니깐

 

민재넘 ; 엄마, 걱정마, 난 아직 승용차 한 대 밖엔 안돼.

아빠보다 착하지??? 

 

하며 방긋방긋 웃는 바람에 엄청 웃었는데요.

 

녀석,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만큼

다른 생명의 소중함도 알면서 그렇게 자랐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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