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얼굴을 마주보고 사는 아들녀석이지만
이젠 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울 막내아들 민재넘, 애교덩어리에 늘 저만 보면 생글생글 웃어서
녀석이 아직도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밥을 먹으면서 문득 그러는 거예요.
민재넘 ; 엄마, 내가 유명한 사람들이 한 말 중에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게 있는데,
그게 참 좋은 말인거 같어.
삼생아짐 ; 무슨말인데??
민재넘 ; 최치원이라는 분이 한 말인데, 지혜로운 자는 가난해도 즐거워하고
어리석은 자는 부자라도 걱정한다.
난 이 말이 꼭 맞는 거 같애.
삼생아짐 ; 가난한 사람이 노력도 않고 맨날 즐거워만 하면 쫄딱 망해.
민재넘 ; 헐~~ 엄마, 넘 객관적으로 생각하시넹.
삼생아짐 ; 뭐라구??
민재넘 ; 넘 냉정하구 야속하다구.
삼생아짐 ; 그럼 어떻게 말해야하는데??
민재넘 ; 그거 어디서 들었니, 참 좋은 말이다.
100번쯤 잘 새겨두거라,
머릿속에 잘 새겨두거라.
이래야 하는 거 아냐??
삼생아짐 ; ......영악한 넘......
왜냐구요??
며칠전 울 최후의 보루, 여름 양복을 사러 갔는데, 민재넘 자기 운동화도 좀 사달래요.
요번달은 조금 힘드니깐 다음달에 사자 그랬더니 녀석,
자기 지갑에서 3천원을 꺼내 저한테 주면서 신발 사는데 보태라는 거지요.
괜찮대는데도 굳이굳이 저한테 3천원을 떠안기며
녀석, 자긴 이제 아이스크림 안 사먹어도 되니깐 엄마 필요한 데 쓰래요.
그러면서 농담처럼 자기 신발 사는데 보태면 더 좋다나요....
하여튼 녀석이 억지로 떠안긴 삼천원을 받아 넣었는데,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제 아빠랑 신발 매장으로 젤처음가서
떡하니 신발 사 넣고...
게다가 제가 잠시 딴 거 살펴보는 새
두 부자가 6만 4천원이나 하는 닌텐도 게임팩을 떡하니 사서 카트에 넣은 거지요.
(그러면서 캐시백적립하나라나요...
이거 결재 안했으면 백프로 제가 도로 갔다놨을텐데...아예 결재를 해버렸어요.)
제가 열받아서 방방 뜨니깐 둘이서 소근소근 눈 맞추더니
영재가 오랫만에 집에 오니깐 영재 운동시키려고 샀다나요...
(여름방학 딱 하루밖에 없는 영재를 위해 샀다네요......어이없어...
)
운동이 필요하다, 닌텐도를 잘 활용해야한다...별 핑게를 다 대더니...
둘다 집에 오자마자 닌텐도 켜놓고 두 부자가 아주 신이 났네요.
도대체 저 아빠랑 아들은 어찌 저리 수준이 같은지...
덕분에 통장잔고가 줄어들어 제 속은 바짝바짝 타는데......
제 눈치 실실보던 민재넘, 절 붙들고 지혜로운 자 어쩌구 저쩌구 운운하는거지요.
에휴...
제가 지혜롭지 못한 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잔머리쓰는게 느는거 보면 울 아들넘, 자라고 있는 건 틀림없는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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