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비교하지마세요ㅡㅡ;;

삼생아짐 2010. 3. 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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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 기숙사 입학준비 해 주느라 춘천 나갔다가 친정에 들렀더니

 

마침 여자 쇼트트랙1000미터와 남자 쇼트트랙 경기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수향넘,조해리인지 박승희인지를 가리키며 ; 영재야, 쟤 열일곱살이래.

 

(재는 동갑인 네 나이에 국위 선양하며 돈 버는데 넌 뭐하냐 이거죠.)

 

영재넘, 관중석에 응원와있던 김연아를 가리키며 ; 누나, 김연아는 스물한살이라는데?? 

 

(김연아 또한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리며, 많은 CF에 출연해 돈도 벌고 나라의 자랑인데

 

역시나 동갑인 누난 뭐하냐 이거죠.)

 

먼저 시비걸었던 수향넘, 동생한테 고대로 당하고...

 

 암말도 못하고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만 실실...

 

 

그때 가만히 계시던 울 아부지, 한말씀 하시네요.

 

"이번에 서울 갔더니 작은넘은 K고등학교 들어가는데 전교 22등해서 3년간 학비 면제란다.

 

그리고 60명뽑는 특수반에 들어가서 학교에서 모두 책임지고 다 돌봐준대.

 

 그리고 큰 넘은 대학교에서 장학금 타서 돈도 조금밖에 안 낸대."

 

하시는데 순간 물을 끼얹은듯 우리집 넘들 조용~~~

 

 

울 아부지, 노골적으로 친손주 자랑하신듯한 생각이 드시는지... 

 

 "사촌끼리도 경쟁시켜야 정신 차리고 공부하지."

 

한마디 덧붙이시네요.

 

 

참, 이상하죠??

 

저도 가끔 녀석들을 녀석들의 친구들과 비교하며 이야기하곤 했지만, 순간적으로 기분이 무척 묘해지는거 있죠??

 

아, 공부로 비교하면 바로 이런 기분이 드는거였구나.....

 

삼생아짐 ; 우리 영재도 이번에 시험 잘 봐서 기숙사 들어가요, 학교에서 26명 뽑는 거거든요.

 

그래놓고 한마디 더 덧붙이려다 울 최후의 보루 눈치보고 참았어요.

 

 

에궁, 이런게 바로 부모맘인가봐요.

 

 평상시에 공부 안 한다고 마구  구박하고 욕하면서도,

 

누군가 우리집 녀석들한테 뭐라 그럼 듣기 싫은거요.

 

심지어 그 대상이 부모님인데도 말이예요......

 

 

 

영재넘을 볼 때마다 공부좀 하라고 잔소리했지만,

 

그리고 수향넘한테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장학금 좀 타보라고 했지만,

 

녀석들은 나름대로 참 착하고 재주도 많고, 장점도 많은데, 왜 모든 기준을 공부에만 뒀는지...

 

 

영재넘 보내고 난 후에 텅 빈 옷장을 보니, 저도 모르게 울컥......눈물이 나네요.

 

있을 때 좀 더 잘해줄걸, 그렇게 구박하지 말걸,

 

이제 녀석이 집에 들어와서 생활할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는데,

 

기숙사에서도 외박은 마지막 주 토요일 딱 하루 뿐인데.....

 

수향넘이 농담으로 '고생문'이라고 놀려댔지만,

 

정말 고등학교 3년 내내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 시간들이 기다리는데......

 

조금 더 놀라고 할걸......조금 더 취미생활 하도록 내버려둘걸......

 

조금 많이 반성되네요.

 

 

 

마음이 심란하여 녀석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더니

 

기숙사에 입소하기전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글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영재넘 ; 어차피 이제 하지도 못할 싸이 따위 접어버려

 

첨엔 어이없어 웃었지만......생각해보니 좀, 많이 안됐네요.

 

교내에서 핸폰 소지도 안되고, 기숙사에 컴퓨터도 못 가져 들어가고,

 

교과서와 문제집외엔 다른 책도 놀거리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고...

 

무지 좋아하던 것들인데...하루아침에 몽땅 단절됐으니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들긴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전화했는데, 또 얘기끝에 공부 좀 제대로 하란 소리 하고 말았네요.

 

이거 정말 저도 병인가봐요. 안그런다 하면서 왜 그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테이프 녹음해 놓은 것마냥 저절로 리플레이되니...

 

 

(하지만......이런저런 마음이 들긴해도

 

역시나 학생은 학생일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네요.

 

어른들도 마찬가지......)

 

다만 그 공부하는 방식이 무조건의 암기 위주가 아니라,

 

이해하고, 연구하고, 폭넓게 적용해보고...

 

비판도 해보고, 나름대로의 논리도 세워보고...그래야 한다는 거죠.

 

 

그나저나 울 아부지한테 덧붙이려다 그만 둔 말이 뭐냐구요??

 

......

 

"그리고 얘도 학비 안 내요, 농업인 자녀는 학비 면제받거든요."

 

바로 요말이었어요.

 

 

울 최후의 보루, 예전에 대학교 다닐적에 학생회활동하면서 장학금 타고, 전 공부로 탔는데

 

어쨌든 학비 안 낸건 똑같으니

 

뭐, 모로가든 어쨌든 서울만 가믄 되는 거라고 큰소리 쳤는데,

 

지금 제 말이 딱 그짝이네요, 그죠??

 

 

PS. 저 장학금 타고 다닌 거 자랑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오빠가 학비가 비싼 서울의 사립대 대학원 다니고

 

남동생이 의대 다녀서 제가 대학교 다닐려면 어쩔 수 없이 장학금 타야해서

 

열심히 한 거예요. 울 수향넘도 엄마 아빠 힘든데 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좀 타줬으면 좋겠어요.

 

이참에 장학금 못 타면 확~~ 휴학시킨다고 협박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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