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험날...
우연히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시험 날짜가 겹쳤죠.
전날까지도 죽어라 영화보던 넘들...
시험날 아침, 빠진 물건을 챙겨다주러 나갔더니
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고 있네요.
삼생아짐 ; 오우, 영재!! 웬일이야, 공부를 다하고??
시험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지???
속으론...(평상시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꼬...쯧...)
영재넘, 무안한지 씨익 웃어요.
그런데, 뒤에 앉은 민재를 보니
이넘도 시험지를 펴놓고 있네요.
게다가 중요한 내용은 형광펜으로 밑줄꺼정 그어서...
삼생아짐 ; 오우, 민재!!!
넌 또 웬일이야?? 해가 서쪽에서 뜰일이네???
역시 형이 모범을 보여야 해, 암, 그렇구말구.
봐라, 형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니깐
동생도 이렇게 따라서 공부하잖니.
역시 속으로...(이넘아, 좀전에 가방에서 딱지 세는 거 다 봤다,
시험날 아침꺼정 딱지에 미쳐서...쯧...)
근데 영재란 넘, 정색을 하며; 엄마, 말씀을 똑바로 하셔야죠.
전 열공이지만 쟨 아녜요.
삼생아짐 ; 그럼 뭔데??
영재넘 ; 쟨 연출이죠.
삼생아짐 ; 뭐??
제가 황당해하고 있는데 민재넘 ; 흥, 나중에 성적으로 보시지??
누가 연출이고 누가 열공인지??
삼생아짐이랑 영재넘 ; 헐~~~~
그순간, 저도 모르게 푸하핫 웃음이 터져서...그만 웃고 말았네요.
아, 이럼 안되는데...
동생앞에서 형이 당하는거 보고 웃음 안되는데
형녀석이 얼마나 공부를 안 하면 동생넘이 이렇게......
하긴 이 녀석이 동생한테 얕보일만도 해요.
공부랑 담 쌓다못해 나무심고 철책 둘렀다고 뺀질거리며 제 속을 긁어 놓던 녀석
지난번에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생들 야간 자율학습 시키면서
공부 좀 시킬터이니 학교에 남겨 공부시켜달라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했지요.
그랬더니 야자갔던 녀석, 어디론가 내빼서 실컷 놀다가
제가 데릴러 간 그 시간에 맞춰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거예요.
마치 야간자율학습 하다 나온 것마냥
딴데서 놀다가 끝날 시간 맞춰서 나타나는 녀석들이 많다는 걸 들었던 터라
야자 시작한 며칠 후에 제가 조금 미리 가 있었던 건데
녀석,딱 걸린거죠.
알고보니 친구넘들이랑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UCC찍고, 술래잡기 하고 놀았다네요.
하지만 녀석이 이미 신뢰를 저버린지라
제가 담당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나간 시간 알아보고
친구넘한테 전화해서 어디서 무얼했는지 죄 뒤를 캤죠.
근데 더 가관인건 이넘이 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목욕한다고 목욕탕 들어가서 자기 친구랑 문자메시지 주고 받으며
시간이랑 말을 맞춘거죠.
녀석딴에는 완전 범죄를 계획한건데
그게 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 담부터 야자들어가는 시간과 끝나고 나오는 시간에
담당선생님 싸인을 받아오라 시켰죠.
그랬더니, 매일매일 담당선생님 싸인을 받아오는데
선생님 왈, 너네 엄마처럼 부모들이 챙겨줬음 좋겠다고...하셨다네요.
영재넘, 엄마, 교장샘한테 필받아서 완전 넘어갔다고...
야자하겠다고 선뜻 나섰던 넘이 도리어 야자시키는 저를 원망하길래
이넘을 어찌해야하나 했는데...
공부를 제대로 안 하니 성적이 나올 턱이 없어
동생넘한테꺼정 이렇게 당하고 사네요.
(지금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EBS방송 듣고 공부하니 내빼는 넘은 없는듯 싶어요.)
어쨌든 부모된 입장이라 동생넘이 형을 무시하는 건 안되겠다 싶어
바로잡아줘야지 했는데...울 최후의 보루, 차에 타면서
"그럼, 나중에 성적이 말해주는거지, 그걸 말해뭣해??"
하면서 민재넘 역성을 드네요.
한마디로 영재넘 자존심을 긁는 거지요.
저더러는 영재넘 할 때 되면 한다고 야단치지 말라면서도
나름, 화가 나기는 나는 모양이죠.
아직도 고입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무릉도원에서 헤매고 있는 넘...
이넘을 어찌해야 할런지......
정말 부모노릇 힘들어요.
때로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때가 많고,
그래도 부모인지라 감정보다는 적절하게 지혜를 발휘해야하는데
그리고 녀석들에게 반발심이 가지 않도록 올바른 길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게 왜 이리 쉽지 않은지요.
아무리 부모가 좋은 밥상을 차려줬어도 스스로 챙겨먹고
소화시키지 않음 아무 소용없는걸요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려 노력했어도
스스로 깨우치고 실천하지 않음 그또한 아무 소용없는걸요...
물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리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사회에서 성공하고 행복하고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기 삶에서 최선을 다해 해야하는 일들중의 하나이고
그리고 그 공부가 때로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하고
더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하잖아요......
이제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시험 날짜도 모르던 녀석
(고입시험 보는 날짜를 물었더니 모른대요...... 내가 미쳐...정말...)
저한테 한바탕 잔소리 듣고 난 후
엊그제 시간 계획표를 짰네요.
일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근데요...
더 환장하겠는건
그 와중에 요즘 인기드라마 '아이리스'는 꼭 보겠다고 써 놨네요.
내가 미쳐...정말....
민재넘, 녀석도 생활계획표를 짰는데
이넘도 요즘 제 형 닮아서 학교 갔다 오면 텔레비젼 앞에 앉아 늘어지는 시간이 많아
제가 슬슬 신경질이 날 판인데...
나름대로 눈치 보면서 계획표를 짜더니
처음에는 밥먹는 시간도 없이 몽땅 공부만으로 계획표를 작성
가만 들여다보더니 다시 고쳐서 이렇게 짜놨네요.
그래도 하교 후, 8시 15분꺼정 텔레비젼 볼 시간은
빼놓지 않고 짜놨네요.
밥먹는 시간은 10분밖에 안걸리거든요.
밥먹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몽땅 텔레비젼 시청시간이란거죠.
참내......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제 2의 부모가 텔레비젼이라더니
정말 정말 텔레비젼과 경쟁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ps. 근데요, 요즘 저도 슬슬 텔레비젼을 보기 시작했는데
몇 몇 프로그램은 정말 재밌긴 재밌더라구요.
그 앞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어느결엔지 후딱(!) 지나가 버려요.
텔레비젼의 위력도 대단하구요.
우리 마을이 방송에 나가고 난 후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은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해요.
취사선택은 물론 시청자가 하는 거겠지만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에게 따뜻한 마음의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네요.
아, 그리고 저절로 공부하게 하는 드라마는 없나??
(교과서 만화는 있는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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