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이 차 빼내지 못해 줄서서 안달이라는데
저는 조금도 기쁘지가 않더라구요.
물론 할부금이며 선금이며 돈도 돈이지만...
(10년이상 탈 거니깐 어차피 하는 거 조금 좋은 거 하자고 장고끝에......)
어쩐지 오랫동안 정들은 가족 하나를 떼어버리는 듯해서
시무룩해하니깐
울 최후의 보루 친구왈,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게 이상한지
"아......투싼 타고 싶다 그랬었죠??"
하면서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네요.
"그래도 제가 이 차 뽑아오려고 얼마나 애썼는데요......
서울에서도 계약하고 두달이상 기다려요."
하면서 조금 서운한 표정을......
(삼생아짐 ; 살까 말까 망설이니깐 얼릉 뽑아온거잖아요,칫.)
알고보니 이 소나타가 요즘 무지 화제에 오른 차더라구요.
너도나도 빼내지 못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네요.
다자녀 혜택받고(울 수향이 올해 지나면 성인이라 그 혜택도 올해가 마지막이래요.
울엄마 구박하셨지만 애 많이 낳은게 이런때 도움되네요.)
10년이상 노후차 혜택받고, 현대카드 M포인트 세이브 적용시키고
하여튼 200만원가까이 혜택받으면서 뽑았는데......
울 최후의 보루랑 이 차를 몰고 나갔는데
사람들마다 모두 쳐다보고
와서 들여다보고, 어떤 사람은 마악 한 번 타보자고...
(실제로 들여다보다가 다짜고짜 올라타보는 사람들꺼정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헐~~)
보는 사람마다 축하한대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받았냐구요.
내참, 차 새로뽑고 나서 이렇게 축하받은 거 정말 첨이예요.
게다가 남동생은 오랫만에 차 뽑은거 축하한다며
할부금 두달치도 넘는 거금을 올캐를 통해 보냈어요.
제가 고맙다고 전화하자 동생왈 ; 누나, 나 그거 아침저녁으로 걸어다니면서
출퇴근해서 절약해 모은 돈이야.
삼생아짐 ; 헐~~
제가 미안해 어쩔줄을 몰라하자
남동생 웃으면서 ; 오랫만에 새차 산 거 축하해, 매형이 부모님께 잘해서 주는 거야
라며 녀석, 의젓하게 기를 죽이네요.
동생도 아이가 넷이나 되어 교육비며 생활비며 만만찮을터인데...
얼마나 미안하고 또 고마운지...
하긴 남동생이지만 저한테 늘 오빠처럼 굴때가 많은 동생이죠.
하여튼 새 차 뽑아놓고도 만만했던 세피아에 대한 미련과......
또 이게 오토라 운전해볼 엄두를 못내고 우사옆에 세워놨더니
파리들이 열심히 똥싸대고
참새랑 까치들도 지나가며 똥싸대고...
도둑고양이도 올라타고......
먼지가 뽀얗게 앉으니깐 울 수향넘 ; 엄마, 그거 내가 겨울에 가져간다???
눈독 들여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루러 들어왔던 여동생도 ; 언니, 축하해.
나같으면 얼릉 타겠다, 왜 안타??
라며 성화를 부리고...
게다가 이태리로 돌아가서도 거금을 보내주고...
울 최후의 보루도 저더러 운전해 보라고 성화인데
정말 선뜻 맘이 내키질 않더라구요.
게다가 이 새차값 선금 물어주려고
자그마치 소를 아홉마리나 팔아야 했구요...
(송아지랑 엄마소랑 엄마소 뱃속의 아기랑......)
텅 빈 우사를 보면서 제가 슬퍼하니깐
영재넘, 쟤네가 죽으러 간 게 아니고 더 좋은 주인을 만나서 잘 살게 된거라며
슬퍼하지 말래요.
(냉정한 넘...)
근데 얼마전에 된통 아팠는데...
3일 내내 정말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는데...
그렇게 아프고나니깐 타 볼 엄두가 겨우 생기네요.
(이렇게 아프다 죽으면 나만 손해......죽기전에 타봐야겠다는...)
그래서 이젠 몰고 다니죠.
근데요...
새차 스트레스라는 거 아세요??
결혼 21년 만에 사줬으면 기냥 사준거지...
웬 잔소리가 그리 심한지...
발 털고 타라, 문 살살 닫아라, 큰길로만 다녀라, 먼지 닦아라......
제가 새차를 세워놓고 이주일이 넘도록 안 타니깐 그렇게 타보라고 성화를 부리더니
막상 타기 시작하니깐 주의사항이 장난이 아녜요.
넘 짜증나서 화악~~ 차 한 번 긁어버릴까부다......싶은 심통이 발동......
근데 소 밥을 주다보니...
(소 팔아서 차 사줬다고 가끔 소밥 주는 거 시켜요.)
차 옆에 이상한 자국이 있는 거예요.
마치 차 칠이 벗겨진듯한...동전만한 크기의 무늬가...
혹 내가 어서 긁었나 싶은게 가슴이 철렁...
헐~~~
알고보니 나방 한 마리가 붙은 거잖아요.
것두 모르고 전 혹 어디 나뭇가지에서 긁은 줄 알고......
죽었다...생각했죠.
(큰길로만 다니랬는데 시골길이 어디 그래요,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나뭇가지도 스치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갈 데 안 갈 데 다 가는게 시골길이죠.
내참...
아직도 가끔 스틱차 운전할 때의 습관이 나오곤 하지만
그래도 오토라 정말 편하긴 하네요.
게다가 연비도 좋고
고속도로에서 아무리 달려도 흔들림없는 안정감에...
스포츠카 모양의 디자인이라 공기 저항도 적고...
외부 소음도 차단되고...
실내공기도 알아서 조정해주고(인공지능인가...)
하여튼 차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저로서도
몇 몇 좋은 점을 알겠더라구요.
결혼하고 나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날, 기냥 밥 한끼 외식하는 걸로 때우고 마는
남편이었건만...
요즘 힘들다 하면서도 정말 큰 맘 먹고 사준 차인데...
게다가 앞으로도 29개월동안 할부금 물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는데...
고맙단 말 한 마디 못했네요.
저한테 운전연습 시켜준다고 저랑 이 차를 타고 나가면서
울 최후의 보루, 그러대요.
"야, 너 그 차 쪽팔려서 어떻게 타구 다녔냐??"
내참...
제가 그 차 타고 다닌게 한두해가 아닌데...
그땐 암말도 않고 모른척 하더니
후배넘이 잘못하면 사고나서 죽을지도 모른다니깐 얼릉 바꿔주네요.
이래저래 새 차 구입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긴 했지만...
에휴...이제 겨우 할부금 한 달 물어줬는데...
완전한 제 차 되려면...
아직도 스물아홉달이나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