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가을값고추값

삼생아짐 2009. 10. 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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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쩐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하고... 

(지나간 세월을 되돌이켜 반추하는 겸허한 계절...) 

또한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가을은...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덩달아 날뛴다는 바쁜 계절이기도 하지요. 

한해동안 농부들이 땀흘린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이잖아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울 집 녀석들또한... 

농촌에 사는 이상 바쁜 가을을 비켜갈 순 없지요.

 


삼생아짐 ; 뭐하냐?? 

두 넘들 ; 힘들어서 쉬고 있어요.

 


제가 말린 미흑찰옥수수 껍질을 까고 자루에 담으라 했더니 

고작 고거 해놓고 힘들다고  

마당앞에 놓인 평상에 드러누워버렸어요.

 


삼생아짐 ; 맨날맨날 일하는 엄마, 아빠는 힘들어서 벌써 죽어버렸겠다. 

덩치값도 못하는 녀석들...쯧쯧...

 

혀를 차주곤 들어와버렸죠.

 

 

근데 집안 정리를 하고 다시 마당으로 나오니

 

 

녀석들이 이번에는 아빠한테 붙들려 고추섶 정리를 하고 있네요. 

영재는 고추대궁을 뽑아서 민재에게 가져다주고 

민재는 대궁에서 고추를 따내는 작업중인가봐요.

 

 

근데 민재넘, 저를 보더니 울먹울먹 ; 엄마, 아빠가 우리보고 XX값도 못하는 녀석들이래.

난 벌써 XX값 다 했는데.

 

삼생아짐 ; 헐~~~~

 

 

무슨 소린가 했더니...녀석들이 고추섶 갖고 계속 딴짓하며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자  

열받은 울 최후의 보루, 녀석들한테 한 소리 했나봐요.

 

 

근데 녀석들, 틈만 나면 장난거리 찾아 쉴새없이 말썽부리는게 특기인데 

요 일도 얌전히 할 리가 없죠.

 

 

고추섶을 뒤집어쓰고, 전방 30미터 앞에 적군이 나타났다는 둥 

가장무도회의 가면이라는 둥 

아수라백작이라는 둥  

별 놀이를 다 하더니...

 

(삼생아짐 ; 헐~~ 청량고추 섶인데...)

 


이번에는 영재녀석 ; 엄마, 이거봐!! 

하면서 아기고추 하나를 집어들고...



민재고추라고 놀리네요. 

그랬더니 민재넘, 커다란 청량고추 하나를 집어들어서

 


......

 


민재넘, 이번에는 빨간고추 하나를 집어들더니 형고추래요. 

근데 포경수술을 해야한다나, 어쩐다나...

 


고추를 반으로 쭈욱 갈라내어 고추씨를 보더니 

'아기씨'래요. 

(삼생아짐 ; 헐~~ 저 매운 청량고추를...)

 


 어찌됐겠어요. 

그 매운 청량고추섶을 뒤집어쓰고 

또 빨갛게 약오른 고추를 반으로 갈라 조물락거리고 놀았으니... 

그야말로 고추값 단단히 했죠.

 

가을은... 

바쁘기만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꼭 그 값을 치르게하는 계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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