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까먹지 않는다면요...

삼생아짐 2009. 10. 2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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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지용주이장님께서 강릉에 다녀오시면서 도루묵을 한 보따리 사다 주셔서 

 

저녁에 무 도톰이 깔고 양념간장으로 졸여서 맛나게 먹었는데...

 

밥솥을 보니 고담날 아침밥이 어정쩡...

 

 

 

삼생아짐 ; 낼 아침에 라면 끓여서 밥 말아 먹을까??

울 최후의 보루;난 아침 안 먹어두 돼.

 

(소맥칵테일로 혼자서 두 병을 다 해치웠거든요)


 

화장실에 있던 민재넘, 귀가 번쩍 뜨이는지...

민재 ; 찬성, 엄마 전 대찬성이예요.

 

 

 

 

근데 정작 라면귀신인 영재넘만 시무룩해요.

 

왜 그러나 했죠.

 

 

 

고담날 아침, 북어국을 데우는데 영재넘 다가오더니 들여다보며

 

영재넘; 엄마, 무슨 국이예요??

 

삼생아짐 ; 응, 너가 좋아하는 북어국!!! 

 

영재넘; 응, 그렇구나. 

 

......엄마, 전 아침 안 먹어도 돼요.

 

 

 

삼생아짐 ; 안먹긴 왜 안먹어??

 

아침 안 먹음 공부 못 한대. 가뜩이나 공부 안 하는 네가

 

아침꺼정 안 먹어서 공부 더 못함 어떡하냐.

 

아침 꼭 먹어야지. 먹어, 조금이락두. 그래야 배 안 고파.

 

자라나는 나이에 아침은 꼭 먹어야 된대. 먹어, 알았지??

 

 

 

그랬더니 녀석, 마지못해 반공기를 먹더라구요.

 

근데 반찬도 하나도 안 먹고, 영 표정이 시큰둥...

 

 

전 어제밤에 녀석이 밤참 먹어서 그런 줄 알고 또 울 최후의 보루더러

 

밤참먹는 습관땜에 애들식습관꺼정 버려 놓는다며 투덜투덜 뭐라 그랬죠.

 

 

 

근데 학교 갈 준비하는 영재녀석 표정이 영 아녜요.

 

눈물 글썽글썽 하며...어쩐지 분위기가 요상해요.

 

 

 

그래서 저녀석이 또 어제 선생님한테 혼났나 싶어...

 

붙들고 물어보니 대답도 않고 눈물만 핑해서 고개 돌리고...

 

 

 

그래서

 

울 최후의 보루더러 물어보라 그랬죠.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대뜸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영재에게 무슨 일이냐고...

 

"너 왜그래?? 어제 야자감독 선생님 싸인 가져와봐."

 

하면서 애를 윽박지르는데...아무래도 아침부터 뭔 일 나겠다 싶어

 

도로 말리고 제가 붙들고 물어봤죠.

 

(이그......도대체 뭘 시키지를 못해요......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는지...쯧...)

 

 

 

아무래도 이녀석이 공부안한다고 블로그에 올리다만 내 글 봤나 싶어 가슴이 뜨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도 사춘기라 상처 받았나 싶어 녀석을 붙잡고

 

 

 

삼생아짐 ; 왜그래?? 왜 그렇게 우울한거야?  너 무슨 일 있어?  사고쳤어?? 말해봐.

 

했는데

 

녀석, 고개를 도리도리...

 

 

 

삼생아짐 ; 그럼 너 내가 글쓴거 땜에 그래?? 너 흉봤다고???

 

영재넘(발칵); 엄마 또 내 흉봤어?? 이번엔 뭐라고 썼어?? 

 

도로 큰소리를...

 

 

 

그럼 이것도 아닌가 싶어, 도대체 왜 그러냐고 신경질을 파악 냈더니

 

 

 

녀석(눈물을 펑 쏟으며) ; 엄마땜에 그러잖아.

 

그러는 거예요.

 

 

 

삼생아짐 ; 내가 뭘???

 

영재넘 ;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아??

 

 

 

헉!!!

 

 

 

그러고보니, 녀석의 생일날... 

 

아, 나 원참...

 

바로 며칠전까지도 기억했는데, 하필이면 생일 당일날 까먹을게 뭐예요.

 

그담부턴 무조건 미안해지는데...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지 뭐예요.

 

 

 

삼생아짐 ; 미안해. 엄마가 어제 보고서 늦게까지 쓰느라고 잊어버렸어.

 

밤 열두시넘어꺼정 보고서 쓰느라고 그만 깜빡...

 

 

 

근데 가만 생각하니 화가 슬슬...

 

 

 

삼생아짐 ; 야, 이넘아. 너 생일을 네가 기억하면 엄마한테 얘기해야지

 

엄마를 떠보고 있어?? 이 나쁜넘아.

 

가뜩이나 엄마 건망증 심한데, 네가 그거 좀 감안해 줌 안되냐??

 

영재넘(어이없다는 듯); 미안하면 미안하다 그러지 도로 나한테 화를 내??

 

 

 

어라??

 

이넘이 이젠 반항을???

 

근데...정말 미안하긴 미안하더라구요.

 

 

 

울 최후의 보루, 우리 둘이 하는 얘길 가만 듣고 있더니 불쑥

 

" 야, 어제 아빠가 너 2만원 줬잖아. 그걸로 친구들과 짜장면 사먹음 되지

 

꼭 엄마가 차려줘야해??"

 

 

 

하면서 오히려 아이를 야단쳐요.

 

(나원참, 내가 계모였다면 정말 클나겠어요.... 죄송해요, 계모가 다 나쁘다는게 아니라...

 

정말 이런 거 보면 내가 오래 살아야지 싶어요.)

 

 

 

삼생아짐 ; 그만해요, 내가 잘못한건데...

 

야, 이렇게 하자.

 

너 음력생일 날짜가 10월 27일이니깐 음력생일로 해먹자.

 

영재넘 ; 언제부터 음력으로 했다구?? 

 

음력으로 안 한지 10년두 더 됐다!!!

 

도로 심술을...

 

 

 

가만보던 울 최후의 보루 ; 생일을 음력으로 하지 누가 양력으로 해, 임마??

 

영재넘 ; 세살 때부터 다 양력으로 했잖아요.

 

 

 

예휴...

 

가뜩이나 삐친넘한테 도로 야단만 치는 울 최후의 보루...

 

차라리 가만이나 있지...

 

(정말 정말 내가 울 애들 돌보려면 오래 살아야겠어요...)

 

 

삼생아짐 ; 좋아, 그럼 너 오늘 야자 빠지구 엄마가 맛난 거 사줄께. 아님 음력생일날 하든지.

 

선택해!!

 

영재넘, 기어이 양력생일 해 먹겠다네요.

 

(이넘이 야자빠지고 싶어서...하여튼 약은 넘,,,)

 

 

 

그래서 그날, 출근해서 이것저것 일처리하고 뭘 해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울 딸 문자메시지 넣었어요.

 

딸녀석 :  엄마, 영재 생일 까먹었어? 

 

삼생아짐 ; 응, 깜빡했어, 일하느라구...

 

딸녀석 : 영재 어땠어???

 

삼생아짐 ; 울었어.ㅡㅡ;;

 

딸녀석 :자기가 엄마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미역국 끓여 드려야지.  

 

아, 맞아!!

 

녀석이 저 낳느라구 고생했다구 엄마인 저한테 미역국을 끓여줘야 맞는거잖아요.

 

그리구 낳아줘서 고맙다구 해야되는거구.

 

(수향넘한테 울 최후의 보루가 그렇게 교육을 시키더니...

 

수향넘, 안 잊어버렸네요.)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영재넘 오면 도로 내가 화를 내야지...하는데...

 

딸녀석 : 엄마, 생일빵 해주지.ㅋ

 

에궁...

 

우리 수향넘은 어찌 이리 머리가 팍팍 돌아갈까...

 

아침에 그 난리를 치는 바람에 생일빵은 생각도 못하고...집안 분위기만 험악...

 

이녀석, 집 떠난게 진짜진짜 무지 아쉽네요.


하여튼...

 

퇴근을 서둘러서 그날 저녁, 장 봐다가 부랴부랴 생일상을 차렸죠.

 

 

근데 뭐 시골이라 마땅한게 있어야죠.

 

그래서 쪽갈비 재우고, 미역국 끓이고(특별히 소고기 넣어서...다른 사람 생일 땐 안넣거든요.)

 

 그리고 초간편 동그랑땡 부침개를 했죠.

 

울 마을 방명자형님한테 배운 지혜로 팩에 동그랑땡과 밀가루를 넣고 흔들고...

 

한단계 더 업해서 여기다 달걀꺼정 두개 깨뜨려 넣고, 소금 넣고 흔들어서

 

팬에 기냥 화악 부어버렸어요.

 

그래도 맛난 부침개가 짜안~~ 되네요.

 

하여튼 생일케익꺼정 사서 노래 불러주고, 늦었지만......저녁에나마 녀석, 기분 다 내줬죠.

 

 

비로소 헤헤거리며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미안하던 맘이 조금 가시더라구요.

 

 

 

근데...참 기가막힌게 녀석, 전날저녁부터 내가 기억하나 못하나 계속 테스트하며 서운해 했잖아요.

 

기냥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어디가 덧나나...

 

 

 

수향이나 민재, 울 최후의 보루는 며칠전부터 공개방송하고 읊어대는데

 

이넘은 잔뜩 꼬여서...

 

제속으로 낳았지만......어찌 성격이 이리 다른지요.

 

 

 

근데 녀석, 쪽갈비를 맛나게 먹으며 ; 엄마, 근데 오늘 야자 안하는 바람에 기분 반감(!)이야.

 

 

원래 야자하는 날인데, 학교에서 사정이 있어 안 한다네요. 그게 아쉬워서...투덜투덜...

 

 

 

삼생아짐 ; 그렇게 억울하면 내일 학교가서 선생님한테 그래.

 

엄마가 야자 하루 빼준다 그랬으니깐 생일날꺼 대신 빼달라구.

 

영재넘 ; 정말 그럴까?? 

 

 

 

귀가 솔깃~~~

 

 

 

이그이그...정말 못 말릴 넘......

 

그나저나...가을이면 울 애들 셋하고 저하고 몽땅 다 생일이 몰려있는데...

 

이제 세넘들 생일 다 지나갔고...

 

딱 하나 남았네요.

 

 

 

달력에다 굵게 표시를 하고...광고를 할까요,

 

 아님...영재넘처럼 두고서 지켜볼까요?? 

 

 

 

농담이구요...

 

그날 잘 기억했다...엄마한테 전화나 드려야겠어요.

 

저 낳느라구 고생하시고,

 

키우느라 고생하시고...(제가 고집이 세서 속을 많이 썩여드렸어요)

 

 

 

또 결혼한 이후에도 늘 저땜에 가슴아파 하시는데...

 

걱정 마시라고...

 

그리고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미역국은 못 끓여드리지만...감사하다는 전화라도 드려야겠어요

 

 

 

단...

 

까먹지 않으면요.

 

 

 

ps. 그나저나 울 영재넘, 저만 보면 그러네요.

 

엄마, 엄마 생일날 아침에 라면 끓여 먹을거야??

 

아니다, 참. 내가 미역국 끓여 드려야지, 그래야 엄마가 퍼페트 미안할 거 아냐?? 그치??  

 

 

 

그 옆에서 울 최후의 보루, 재밌다고 박수치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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