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아이의 학교에 가다

삼생아짐 2009. 10. 5. 14:35
728x90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녀석의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한다길래 

못갈지도 모르겠다 했더니 녀석의 얼굴이 급실망...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시간을 바꾸고 쪼개어 가 보았답니다.



우리민재네 반 4학년 전체의 인원수가 9명... 

도시에 있는 한 학급의 3분의 일도 안되는 숫자지요.

 


수업 시작전에 아이들이 일년동안 학교에서 생활한 것을  

선생님께서 동영상으로 편집하여 보여주셨습니다.

 


장면마다 넘치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 하나하나,

 


학습활동, 만들기 활동, 생일축하 파티 등

 


직접 본 것처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생동감있게 그려지네요.



동영상 시청 후 시작된 수업시간... 

'생각나름'이란 주제로 수업을 하는데요 

똑같은 그림을 보고 어떤 모습이 보이는지 맞추는 거죠.

 

꽃병인지 마주보는 사람의 얼굴인지... 

그리고 오리와 토끼, 소녀와 할머니등 여러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통하여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통해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교과서내에 있는  

'우산장사와 나막신 장사의 어머니'의 예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에 관해 아이들에게 일깨워주고... 

느낀점이나 배운점을 발표하게 했지요. 

 

비가 올 때면 나막신 장사인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날 때면 우산장사인 아들을 걱정하며 

늘 걱정만 하던 어머니가 이웃집 아주머니의 충고에 따라 

비가 올 때면 우산장사인 아들의 우산이 잘 팔리는 것을 

해가 날 때면 나막신 장사인 아들의 나막신이 잘 팔리는 것을  

기뻐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는데

 

재현이녀석, 말 끝에 '구름낀 날에는 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 말에 모두들 폭소를 터뜨렸지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또한 있었지요.

 


지영이녀석, 모처럼 학교에 온 자기 어머니의 모습이 넘 좋아 

수업시간 내내 엄마와 눈을 맞추려 애쓰고...



우리 민재넘도 저랑 눈이 마주치면 손도 흔들고 윙크도 하면서


 

또 열심히 공부하는 듯... 

수업에 집중하려 애쓰지요.

 

녀석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절로 들어요.

 


우리 엄마는 ㅡㅡㅡㅡㅡㅡㅡㅡ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글을 쓰는 시간도 가졌지요.



그순간 엄마들 표정이 급변... 

우리 아이들입에서 어떤 모습의 엄마로 비칠까 순간 염려가...

 

글을 써서 발표해야 하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걱정스런 표정이 되어버렸죠.

 

저또한 울 민재가 저를 어떻게 표현할런지 

그리고 제가 우리 민재에게 평소에 어떻게 비쳤을런지 새삼 

자리가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드디어 아이들의 발표시간. 

인지는 우리 엄마는 '사랑'이다...사랑을 주시니까..

 

 

지영이는 엄마를 '보석'이라고...소중하니깐.

 

 

지현이는 '얼음'이라고...반짝거리니깐... 

혜지는 '집'이라고...자신을 감싸주니까...

 

나름대로 엄마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네요.

 


근데 재현이는 '일꾼'이라고...늘 일만 하신다고... 

그순간 선생님과 엄마들과 뒤에 계신 장학사님들도 깜짝 놀라고 

저또한 깜짝 놀랐죠.

 

아이들이란 얼마나 솔직한지요...

 

농촌의 엄마들은 어쩌면 이렇게 아이들에게 일만하는 일꾼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대부분 아닐런지...

 

늘 바쁘다며 울 아이들에게 가사노동을 분담시키고 

제대로 놀아줄 시간도 못 가진 저또한 얼마나 좌불안석이 되던지... 

우리 엄마는 잔소리쟁이다, 야단치는 마녀다...이래도 걱정...

 

예전에 저보고 우리나라 보물 1호, 국보라고 했는데, 그래도 걱정...(남사시러워...) 

이래저래 자리가 불편하더라구요.

 

 

숟가락으로 뽑기를 해서 발표 차례를 정했는데  

우리 민재가 맨 마지막 순서였어요.

 

민재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까 이렇게  

조마조마 숨죽인 적도 아마 근래들어 처음인듯 싶어요.

 

 

민재넘, 우리 엄마는...'물'이래요. 

그순간 다들 의아해하며 민재의 다음 말을 기다렸죠. 

 

민재넘 ; 우리가 살아갈 때 물이 필요하듯이  

내게는 엄마가 꼭(!) 필요하니깐.

 

그순간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순간...에궁...영악한 넘...소리가 절로... 

이넘이 엄마를 사랑이나 감사가 아닌 

'필요'의 존재로...

순간, 부담 팍 되는 제가 넘 이상한가요??? 

 

이담에 제가 나이들어 아프거나 필요없게 되면 

엄마를 '고려장'보낼 넘인가... 

(며칠전에 제가 집에서 입는 편안한 단풍나무 치마와 면티차림으로 학교 데려다주니깐 

녀석들, 창피하다고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아, 제가 '긍정적인 생각을 갖자'라는 수업을 들었으니 

그만큼 이 녀석에게 제가 소중한 존재라고 해석해야 하나...  

하여튼 쬐끔 헷갈리더라구요.

 

 

발표하는 내내 발을 좌우로 까딱거리는 지영이 

연실 머리카락을 꼬는 아이들도 있고 

연필 돌리는 넘도 있고....

 

턱 괴고 의젓한 척, 침착한 척 하는 민재넘... 

아이들의 수업시간을 지켜보는 것...참 오랫만인데 

넘 재밌고 유익했어요.

 

 

아이들의 순수성을 지켜볼 수 있어 흐뭇했구요.

 

담임선생님인 백현선 선생님... 

늘 꼼꼼하고 차분하게 아이들을 지도해 주셔서 감사드리곤 하는데 

이번 수업을 보면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더욱 더 생겨나는 거 있죠??

 

예전에 큰녀석들때에는 학교에서 배운 거 말고도  

시험때면 붙들고 앉아 며칠씩 보충수업해야 했는데 

민재넘은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얼마나 꼼꼼하게 잘 가르쳐 주시는지

 

제가 시험때 별로 봐 준 적이 없어요. 

그래도 늘 올백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오죠. 

점수로 평가할 건 아니지만 그만큼 학교 수업이 알차진 거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답니다.

 


요즘은 영어에도 자신이 붙어  

가끔 틀리게 읽긴해도  

곧잘 영어를 하곤해서 어떻게 지도하나 궁금해했는데 

학교 올라가는 계단에 일상회화가 이렇게 붙여져 있네요.


 

복도에는 지나갈 때면 소리가 나오는 영상 시스템이...

 

 

홍영희 교감선생님께서 자랑스럽게 시범을 보여주시는  

'말하는 영어펜'이죠.

 

 

이렇게 영어로 쓰인 글자에 갖다대면 

발음이 나와요.

 


게다가 동화책에 갖다 대어도 소리가 나오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해석도 나오죠.



 

절로 영어공부가 척척!!


 

수업참관을 오셨던 학부형들도 신기해서 쳐다보고... 

저또한 신기해서 집에 온 민재넘더러 물어봤지요.

 

늘 배치되어 있는 것인지 아님 부모님이 오셔서 꺼내놓은 것인지 물어봤더니  

항상 그 자리에 있대요.

 

그래서 민재넘,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하곤 한다네요.

삼생아짐 ; 야, 그거 공짜니깐 수시로 해라, 응?? 

그거 집에서 돈 주고 사려면 얼마나 비싼 줄 알아??

(민재넘, 안그래도 자기가 젤 많이 하고 있대요.)

 

저희 자랄 때에는 공개적인 행사때에나 공개하곤 했는데...(전시용으로...) 

근데 수십만원짜리펜이 상설 배치되어 아이들이 하고싶을때 늘 할 수 있도록 한다니 

학교 교육 여건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새삼 느끼곤 합니다. 

 

사실...전 평소에 되도록이면 아이들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편이었는데... 

(때로 데릴러 갈 때에는 조용히 갔다오고 

녀석의 학교 생활이 궁금할 때면 몰래가서 지켜 보곤 하죠.)

 

제가 자랄 때 수시로 부모님들이 학교에 드나들고 

또 선생님들은 그런 부모님의 자녀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어서 

바빠서 못 오시는 부모님들을 가진 아이들의 불만을 보았던터라 

이곳 농촌에서도 부모님들이 모두 바빠 학교방문을 거의 않는 편이라서 

저도 삼가하곤 했는데 

이렇게 공개수업에 가 보고 

또 아이의 학교 환경을 지켜보니 새삼 

신뢰가 가더군요.

 

 

농촌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느끼지만 

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서그런지 

선생님 한 분당 학생들의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아님 제가 학교 다니던 때보다 더 학교 시설이 좋아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의 학교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이란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특기적성으로 요즘 바이얼린까지 배우고 있는데 

학교에서 바이얼린까지 구입해 줬대요.

 

지난번에 집으로 가져왔길래  

어쩐 일이냐 했더니 

형이 기타 들고 다니는 게 넘 멋져 보여서  

자기도 멋있어 보일려구 바이얼린 들고 왔대요.

 

삼생아짐 ; 연습하려구 가져온 게 아니구?? 

했더니 녀석 씨익 웃으며 연습도 해 보려구 한다네요.

 

연주해보라 했더니...음...아직 도레미파솔라시도 밖엔 못 하지만...

 


 

연주 하다가 삑사리 나고 이쁜 소리가 안 나니

기타처럼 들고 뜯질 않나...

 



나중엔 아예 바이얼린이 가야금 역할마저...  

삼생아짐 ; 한창 더 배워야겠네??

 

했더니... 

녀석, 이제 차츰 노력해서 늘거라네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래요.

금새 배운 걸 써먹어요.) 


어쨌든.. 

 시골살면 아이들 교육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라 했는데 

이렇게 우리아이 초등학교는 오히려 시골이 도시보다 더욱 좋은 환경인듯 싶어 

마음이 흐뭇해요.

 

아이들 교육에 관한 한 조금 까탈스러운 편인 제가 

이렇게까지 만족을 느낄 수 있는건...

 

물론 이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바른 인성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는  

 담임선생님 영향이 가장 크구요.

 

자주 못 찾아뵙지만 

아이의 일기장에서 

아이의 공부하는 노트에서 선생님의 꼼꼼한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정말 정말 우리 민재는 행운아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그리고 사실 이거 비밀인데요...민재한테 제가 물어봤어요. 

삼생아짐 ; 야, 너네 연구수업 하는 거 미리 연습해 보구 한거니, 아님 기냥 한거니?? 

왜냐하면 저희때는... 

선생님들이 공개수업 할 때는 질문도 미리 주고, 대답할 넘도 정해놓고... 

몇 번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연습해보고...

그랬거든요.

(저도 예전에 학교 나갈 때 아이들한테 미리 한 번 연습시켜 놓고...) 

 

민재넘 ; 아니, 우리 평상시에 항상 그렇게 수업하는데??

동영상만 특별히 본 거구, 연습같은 거 안했어.

죄송해요, 선생님, 아이한테 요딴 질문해서... 

근데 울 최후의 보루도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미리 연습하는거라구...

 

저희 불신을 깨끗하게 씻어 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인 백현선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올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민재에게 정말정말 좋은 교육을 베풀어 주셔서요...    


 

'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값고추값  (0) 2009.10.16
개쩐다??  (0) 2009.10.14
순데이와 인포르~~마티온  (0) 2009.09.23
대한민국의 수험생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0) 2009.09.18
누나가 싸줬대요 ㅡㅡ;;  (0) 200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