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부부

삼생아짐 2009. 10.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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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진학한 울 딸, 집에 다니러와서 다짜고짜 물어보대요.

 


 

수향넘 ; 엄마, 이 집 누구 이름이야?

 

- 아빠이름

 

수향넘 ; 땅은?

 

- 것두 아빠이름

 

수향넘 ; 그럼 엄마 예금통장엔 얼마나 있어?

 

- 아빠 농협에 이자 갚는다 그래서 다 빼주고 별로 없는데??

 

수향넘 ; 어휴, 엄마, 그럼 어떡해?? 엄만 도대체 가진게 뭐야??

 

-  너희들!! 근데, 왜그러는데??

 

수향넘 ; 엄마, 요즘 내친구들 부모 장난이 아냐, 엄마아빠들이 전부다 애인있대,

 

학교 선생님이 삼촌이 뭐냐고그러니깐 초등학교 애들이 엄마의 남자친구라 그러더래.

 

그래서 재산도 각자의 명의로 하고,

 

각자의 생활은 간섭 안 하기로 한대.

 

그래서 내친구 엄마도 집 살 때 자기 이름으로 하고, 재산도 반반 똑같이

 

나누어갖는대. 그니깐...엄마도 무슨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어?

  

근심스런 얼굴로...무지 심각하게 말하네요. 

 

- 그치만 엄만, 아빠를 가졌잖아.

 

수향넘 ; 그렇긴한데...엄마, 남자는 절대 믿으면 안돼.

 

내친구 엄마들도 다 남편 철썩같이 믿다가 뒤통수 맞았대.

 

나중에 혹시라도 헤어질 때 생각해서 엄마몫은 꼬옥 챙겨놔야해. 알았지??

 

녀석, 신신당부를 하네요.

 

 

그로부터 며칠 후, 울 최후의 보루랑 별일 아닌데 말싸움을 좀 하고, 제가 화가나서

 

- 창고 지을 때 내가 준 돈 내놔.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대뜸 ; 창고 뜯어가져.

 

그러는거예요.

 

내참, 열 받아서...그 창고 지을 때, 돈 없다 그래서 제가 2년동안 적금 부었던 돈 찾아서

 

몽땅 줬거든요.

 

- 그럼 이 집 내 이름으로 하거나, 아님 땅 내이름으로 해줘.

 

그랬더니, 최후의 보루, 한치의 망설임없이 ; 그래, 너 다가져.

 

근데 아마 명의변경하는데 돈 엄청 들걸??

 

약을 살살 올리대요. 그래서 제가 그만 들이대버렸죠.

 

- 수향이가 남자는 절대 믿지말래. 그니깐 나도 내 몫 챙겨줘.

 

그랬더니, 수향넘, 당황해서 얼굴 빨개지고 어쩔줄을 모르네요.

 

 

울 최후의 보루, 수향넘 보고 씨익 웃더니 : 이 집, 이담에 너 물려 줄려구 엄마 이름으로 안했지.

 

생각해봐, 김씨 주는게 낫나, 백씨 주는게 낫나...

 

그랬더니 수향넘, 얼굴 환해지면서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아빠, 짱(!)이라네요.

 

 

녀석, 제아빠한테 혼날 줄 알았다가 오히려 아빠가 자기한테 주려고 그랬다니깐

 

금새 아빠 편으로 라인을 바꿔타서

 

아빠옆에 꼬옥 붙어서 시원한 얼음물도 가져다 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고, 냉커피도 타다 주고...내참...

 

 

근데 그로부터 며칠 후, 전날 밤 열두시꺼정 운영회의 하고,

 

센터안에 날파리며 하루살이, 모기들이 엄청 들어오고

 

게다가 커피마신 종이컵이며 실내화, 의자들이 마구 흐트러져서

 

제가 엄두가 안 나서 한숨만 폭폭 쉬고 있으니깐

 

울 최후의 보루, 수향넘더러 센터 청소좀 도와주라구 시키네요.

 

 

수향넘, 센터로 출근하는 차 안에서 제 차가 너무 낡아 이상한 소리도 나고,

 

코팅도 벗겨져서 날아오고, 와이퍼도 한쪽만 남아있고...

 

불도 마악 들어오니깐, 다짜고짜

 

수향넘 ; 엄마, 있잖아, 아빠 차,그거 엄마 이름으로 해 달라구 막 떼 써봐.

 

'차 내이름으로 해달란 말이야~~

 

안 해주면 나 밥도 안 해주고, 청소도 안 해주고, 마악 울거야'

 

이렇게 떼 써봐. 그럼 아빠가 맘 약해져서 해 줄지 알아??

 

하면서 녀석, 두 주먹을 꼬옥 쥐고 마악 투정부리는 시늉을 하네요.

 

 

 

너무 기가 막혀 마악 웃었지만, 녀석, 그래도 딸이라고

 

엄마 처지 생각해주는게 조금 이쁘긴 하네요.

 

 

-   너 아빠 앞에 가선 엄마가 마악 떼쓰고 울어도 절대로 엄마이름으로 해 주지마, 그럴거지??

 

그랬더니 수향넘, 깔깔거리고 웃네요.

 

- 그리구 니네 아빠가 너 주려고 엄마이름으로 안해준다 그럼 또 아빠 짱(!)이라 그럴거지??

 

수향넘, 이번엔 아예 웃느라고 배꼽쥐고...어떻게 알았냐며...

 

 

 

평상시에 다혈질인 우리 부부 마악 말다툼하고 큰소리 나면, 녀석,

 

저더러 오빠 말 좀 들으라구 제 아빠 편들던 녀석인데...

 

(울 최후의 보루, 제가 마악 고집부리면 한숨 푸욱 푹 쉬면서

 

"이 오빠 말 좀 들어라, 응?"

 

하면서 부부싸움 마무리 짓거든요.)

 

그래도 둘이 있을 땐 엄마 처지 이해하는 듯 실속좀 차리라고 코치하네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민재넘, 엊그제 과도들고 흐르는 수돗물에 이리저리 그어보며

 

칼로 물 베어보기 시범이라네요.

 

하여튼 애들 보는덴 찬물도 못마신다는 말 실감...)

 

 

 

그치만...부부는 갈라서면 남보다 못한 사이...

 

예로부터 부부에 관해서 내려오는 말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직 연애도 제대로 못한 딸녀석으로부터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자기실속 차리라는 얘길 들을 정도로 이렇게 부부의 개념이 변해버렸나...싶은게

 

좀 서글프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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