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주말...
지난주에 비 흠뻑 맞으면서 울 최후의 보루, 모자리 마치는 거 보니깐...
마음이 참 그렇더라구요...
삼생아짐 ; 하고많은 맑은 날 중 하필이면 비오는 날 날짜를 잡아서...
하고 놀려댔지만 비쫄딱 맞은 흙투성이 모습 보니 안됐기도 하고...
그치만...논 한가운데 나란히 싹을 틔우고 있을 볍씨들을 생각하니
마음은 뿌듯하대요.
시작이 반이라고, 일년농사는 이렇게 모자리부터 시작되잖아요.
몸살기가 있다더니...쉬지도 못하고
서울 송파GS마트에서 하는 강원권역 정보화마을 판매행사 지원 가고 난 후
저도 집안일을 하기로 결심...
옥수수 씨앗을 넣었죠.
근데 이 모판이 겹쳐진 것이 잘 안떨어져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어요.
떼어내는 순간 먼지도 풀풀 날리고,
찢어지고...
3년째 쓰니깐 낡아서 잘 부서지네요.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일단 모판 분리부터 주르륵 하고...
올해에는 옥수수 심은 뒤
이넘을 물에 헹구어서 간수해야지...다짐도 해보네요.
흙이 사이사이 끼어있으니 더 안 떨어지는 듯 싶어요.
우선 분리한 모판에 흙을 채워 담았죠.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국을 낸 후
옥수수 씨앗을 하나하나 집어 넣어요.
두개를 넣으면 나중에 하나는 버려야 하고
또 잘못해서 빈 곳은 옥수수모도 없이 아까운 흙만 버리니깐...
신경써서 잘 넣어야죠.
혼자서 하다보니 조금 지루하던 참인데...
때마침 민재녀석, 학교에서 돌아와서
저지레하고 돌아치기에 녀석을 꼬드겼죠.
민재넘 ; 엄마, 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린 꽃구경 안가요??
삼생아짐 ; 엄마도 그러고 싶다만...
오늘은 옥수수씨앗을 넣어야해.
놀고 싶다고 맨날 놀기만 하고 일은 안하면 어떻게 먹고 살아???
시험끝나고 조금 들떠있는 녀석한테
생활의 쓴맛을 일러주는 게 좀 그렇긴한데...
녀석, 군말없이 나와서 도와주네요.
씨앗 들어갈 구멍을 내 달랬더니
처음에 저처럼 두손가락으로 내다가
요령이 생겨 열손가락으로 푹푹 찔러놓네요.
하여튼 녀석,
후다닥 구멍을 내놓고...
이번에는 씨앗을 넣는데 한알한알 넣는게 아니라
쥐고서 후르륵 뿌리니깐
신기하게도 제구멍에 하나씩 들어가 박혀요.
녀석, 자기 재주부리는 거 보라고 신이나서 으쓱으쓱...
삼생아짐 ; 하나하나 넣어야지 안 헷갈려...
나중에 두 개 들어가면 뽑아내야 한단 말이야.
아까운 씨앗만 버리잖아.
녀석, 옥수수 한 알갱이 값이 얼마냐 묻고
또 이 옥수수씨앗이 자라서 옥수수가 되었을 때
얼마에 파느냐 물어보더니...납득을 했다는 듯
차근차근 넣네요.
하여튼 녀석과 함께 일을 하니
훨씬 수월하네요.
농사일이란게 그래요,
혼자서 하면 능률도 안나고, 지루한데
둘이서 하니 떠들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훨씬 덜 힘드네요.
그래서 예전에 울 최후의 보루, 저더러 일 안해도 좋으니
논두렁에 앉아서 노래라도 부르라고...
그랬나봐요.
민재녀석 덕분에 일단 한봉지는 다 넣고,
허리도 아프고, 조금 지치기도 해서...
일단 쉬기로 했죠.
민재녀석 일했으니 새참 달라 그래서
김치 부침개를 한 장 부쳐줬죠.
(녀석, 본 건 있어서 챙길건 다 챙겨요.)
김장김치를 쫑쫑 썰어넣고 반죽해뒀던건데...
녀석,유난히 김치부침개를 좋아해요.
엊그제 몸살기가 있다고 추욱 늘어지더니
김치 부침개 먹음 나을 거 같다 그래서
제가 김치 꺼내와야 한다 그랬더니
무서우면 자기가 같이 가서 꺼내오자고...
얼마나 먹고 싶음 그러겠나 싶어서...
밤 열한시에 김치 꺼내다 부쳐줬던거거든요.
한조각 입에 넣더니 녀석의 이 행복한 표정 좀 보세요!
이만큼 맛있다네요.
삼생아짐 ; 원래 땀흘려 일한 뒤에 먹는 새참이 맛있는거야.
은근슬쩍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
좀 엽기적인 표정이긴한데...
때로는 이넘의 과장된 애정표현이 절 웃게 만드네요.
모두들 놀러다니는 화창한 주말이지만
농촌은 지금이 가장 바쁜계절중의 한때...
먼곳으로 향하는 시선을 접고
집앞의 꽃과 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죠.
세상의 많은 일들 중에서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소린 넘 당연한거구요...
모두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농촌에서 일년농사의 성패는 씨뿌리기에서 시작되기에...
때론 어떤 형님들은
씨뿌리기는 자손 많은 집 여자들이 해야한다고 하기도 하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전 충분히 씨뿌릴 자격 있어요, 그죠??
어쨌든 대박은 아니라도
고생한만큼 올 한해 농산물 가격이 나와줬으면 바라는 마음, 절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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