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나니
김치가 넘 익어져서 갖가지 요리를 다 해보다가...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찌개, 참치김치찌개, 김치말이, 김치비빔국수, 김칫국 기타등등...)
만두를 빚기로 했어요.
김치를 잘게 다지고, 고기도 갈고...
만두랑 당면이랑 숙주나물을 데쳐서 함께 물기를 꽈악 짜내는데...
이 작업이 또한 만만치 않죠.
부부쌈 했을 경우엔 열 받아서 힘이 왕왕 넘치는데...
(손아귀 힘 한 번 주면 국물이 주르르~~)
요즘은 돈 안드는 '사랑해'땜에 그런지
아님 늘어가는 흰머리탓인지...
손아귀에 힘이 딸려요.
하여튼 힘 안 쓰고 3분만에 완전히 물기 쫘악 빼는 나만의 비법을 찾아서...
김치 만두속 준비 끝!!
(궁금하신 분 쪽지주세요^^
울 애들이 제가 만두속 물기 짜내는 방법 보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이제 슬슬 만두를 빚어볼까나 하고 마트에서 사온 만두피를 뜯었더니
울 딸녀석 ; 엄마, 만두피를 사왔어요?? 어휴, 성의없게...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한심하다는 듯 투덜거리더니...
울 최후의 보루를 보자마자
"아빠, 엄마가 만두피 사왔대요. 만두피는 직접 반죽을 조물락조물락 빚어서
만들어야 부드럽고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밀가루 투성이에 잘 붙지도 않고...
삼생아짐 ; ......
만두를 빚는 내내 궁시렁궁시렁 눈치주더니...
때마침 울시어머니 전화가 오자 얼릉 받아서 ; 할머니, 엄마랑 만두 빚는데
엄마가 파는 만두피 사왔대요, 글쎄.
엄마 되게 바보같죠, 그죠?
직접 반죽해서 만들면 더 맛있고 되게 쉬운데...
삼생아짐 ; 저 녀석이......
민재랑 영재넘마저 만두 빚으면서 잘 안 붙는다고 투덜거리자
수향녀석, 시골에서 만두피를 사다쓰는 사람이 어딨냐며 내내 잔소리...
참다참다 못해 드디어 열받기 시작...
삼생아짐 ; 고마~~해라, 앙??
그만하면 충분히 반성했다 아이가.
그넘 잔소리에 못 이겨 결국 조금 남아있던 밀가루랑
예전에 평창 계촌마을에서 구입했던 메밀부침가루를 섞어
만두피 반죽을 만들었어요.
수향넘, 내내 구박한게 쬐끔 미안했던지
얼릉 일어나 소주병 씻어서 라벨 떼어내고
밀어서 만두피 만들어 주대요.
요번 설때 춘천 가 있다가 할머니랑 한번 해봤다 이거죠.
능숙하게 척척 만두피를 만들어내네요.
그 실력 자랑하고 싶어 그렇게 구박을...
이쁜건 제가 만든거...
못 생긴건 울 영재와 수향이 만든거
더 못생기고 만두속마저 터진건 민재가 만든거
수향넘, 만들어놓은 만두보고 피식 웃더니
"난 못생겼는데 엄마가 만들어놓은 만두는 이쁘네??"
삼생아짐 ;(기가 막혀) 니가 어디가 어때서?? 그만하면 내가 이쁘게 낳아놨지.
심보를 그렇게 쓰니깐 못생겨지는거지.
녀석, 그래도 이쁘게 낳아놓았다는 말에 빙긋이 미소를...
녀석들과 함께 만두를 빚으니 금방 끝나네요.
고사리같은 녀석들의 손이라도 보태고 함께하니
혼자선 엄두도 안 나던 일이 손쉽게 마무리되었어요.
일단 밤참으로 맛이 어떤지 찜솥에 넣고 쪄봤더니
밀가루로 만든 만두와는 색다른 메밀만두의 맛이 느껴져요.
밀가루보다 더 구수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고...
쫀득한 만두피의 씹히는 맛도 그만이네요.
쟁반위에 겹치지 않게 담아서 냉동실에서 얼려
먹을 만큼씩 차곡차곡 봉지에 담아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국거리 마땅찮을때 몇 개씩 꺼내어
만두국을 끓여 밥을 말아 먹으니깐
아이들도 좋아하고 울 최후의 보루도 좋아하네요.
근데 만두국을 끓여 보니깐 메밀만두는 터지질 않는데
밀가루로 만든 만두는 속이 잘 터져 보기가 좀 그렇긴 하네요.
울 딸한테 실컷 구박받고 좀 약이 오르긴 했지만
녀석, 구박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앞으론 밀가루보다
메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만두피를 만들어야겠어요.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만두...
김장김치가 시어진 분들은 함 해 보세요, 만두 맛이 끝(!)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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