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도토리묵 쑤어봐요^^

삼생아짐 2008. 10.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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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스스로 껍질을 쪼개내며  

알맹이를 드러내던 도토리는 다 말랐다 싶음  

껍데기와 완전히 분리되어 방앗간으로 직행 

고운 가루가 되죠.

 

근데 이 가루를 그냥 말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물에 담그어서 떫은 맛을 우려내요. 

하루에 두 세번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떫은기를 우려내는데...

 

너무 오래 우려내면 도토리의 향이 줄고 

너무 안 우려내면 도토리묵 맛이 쓰거나 떫죠.

 

알맞게 우려내는 것도 기술...

 

 

그렇게 우려낸 도토리 가루는 한주먹씩 덩어리를 지어 

이렇게 볕에 말려요.

 

가을볕이 좋으면 빨리 마르고  

비라도 지적거리면...죽을 맛이죠.

 

다행이도 올해는 볕이 좋아 다들 잘 말리셨대요. 

 

바짝 마르면 모아서 절구에 넣고 한덩어리 한덩어리를  

고운 가루가 되도록 손으로 일일이 부수고 으깬다네요.

 

 


이렇게 도토리를 만지는 과정에서  

 

피부가 약한 사람은 도토리의 옻이 올라 

온 몸에 발진이 생기기도 해요.

 

혜연엄마, 지난 번 회의때 팔을 걷어 보여주는데 도토리 옻이 올라 

 빨갛게 두드러기가 군데군데...

 

소중한 우리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쉬운일이 없다는 걸 새삼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파는 것조차 아깝다고...

 

도토리는 10년에 한 번 풍년이 들까말까 하기때문에 

두고두고 먹겠대요.

 

잘 손질된 도토리가루는 망가지지도 않는다는군요. 

그런데 가격은 10년전에 제가 산 가격이나 지금 가격이나 똑같네요...




 

재길네 할머니가 많이 만드셨다고 해서 

제가 먼저 구입을 했어요.

 

(다되면...더 많이 해서 울 친정어머니랑 시어머니께도 보내드리려구 

예약했어요.)

 

우리 민재녀석, 장에 갈 때마다  

도토리묵 파는 아저씨 앞에서 날름날름 집어먹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한 모씩 구입하곤 하는데...

 

이게 며칠이 지나도 굳어지질 않으니 좀 꺼림칙하기도 하고 

시중의 도토리묵은 전부 중국산이라 먹고도 기분이 께름칙하고...

 

하여튼 요즘같이 원재료에 신뢰가 가지 않을 땐 

내손으로 직접 구입한 재료로 만들어먹는게 최고죠.

 

 


도토리묵은 예전에 쑤어봐서 잘 해요.

 

이래뵈도 손님들께 칭찬꺼정 받은 실력인걸요??

 

아주 쉬워요.

 

물의 양과 뜸들이는 시간만 잘 조정하면 

일류 요리사 절루 가라죠.

 


먼저 도토리가루를 큰 숟갈로 약 다섯스푼 정도 떠요.

 

(아님 물컵으로 반컵정도... 

한컵정도 쑤면 도토리묵 여덟모 정도가 나와서 다 못먹죠. 

이웃과 나눠먹으려면 한컵 정도가 적당!!  

다섯 식구가 세 끼정도 반찬하려면 반컵이 적당...)

 


도토리가루와 물의 비율은 1; 6정도로 잡는데 

이정도 비율이면 조금 단단한 도토리묵이 되구요... 

1:8은 너무 부드러워서 잘 부스러지고 

약 1: 7정도가 알맞더라구요.

 

기호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하심 돼요.

 

센 불에서 3분정도 거품기로 살살 저어주며 눌지않게 끓이다 보면  

색깔이 변하기 시작해요. 

넘 걸쭉하다 싶음 

물을 조금 더 추가하죠.

 


색깔이 기가 막히죠??

 

 

이 때 제가 젓기가 힘들다 싶어서 물을 약간 추가했구요...



하두 오랫만에 쑤다보니...(약 10년만...) 

제가 쬐끔 헷갈려서 물을 넘 많이 부어서(1:8의 비율이...) 

아주 부드러운 도토리묵이 되어버렸어요.

 

퍽퍽 거품이 나며 튀기 시작할 땐 조심해야 해요. 

안 그럼 손을 델 수도 있어요.

 

기운이 세서 밖으로 튀어나오는 넘들 때문에... 

그럴 땐 얼른 흐르는 물에 씻어버리세요.

 

그럼...피부가 조금 빨갛다 싶지만...뭐...괜찮아요.

 

대신에 애들 볼 땐 약바르고 대일밴드 하나 폼으로 처억 붙이세요.

 

삼생아짐 ; 얘들아, 내가 너희들을 위해 

맛난 요리를 하다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그럼 그날 저녁 설거지는 안 해도 되는거, 아시죠??



지금부터는 불을 가장 약하게 하고 

약 1분정도 더 뜸을 들이죠.

 

뚜껑을 덮음 탈 수도 있어서 

살짝만 덮어주고...뜸을 들여요.

 

(이 과정에서 소금을 넣어 간을 하기도 하는데...전 그냥 해요. 

어차피 나중에 양념간장이나 초장으로 소스를 하니깐....)

 

이때도 수시로 젓는 것은 잊어버림 안돼요. 

아까운 묵이 눌어서 냄비 바닥에 붙어버림 안되잖아요.

 


이제 다 됐어요.

 


네모난 통이나 유리그릇(전자렌지용...내열성 있는...)에  

살살 부어주고 식히죠.

 

울 형님들은 가끔 큰 쟁반에 쑤어오시는데... 

전 그렇게 많이는 해 본적 없구요...

 

(항상 식구들 먹을 만큼이라 약 네모정도 나오게...)


 


그리고 약 서너시간이상 지나거나...  

대개 전날밤에 쑤어서 시원한 곳에 두면 

고다음날 아침에 먹을 수 있어요.

 

도토리묵을 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이면 충분해요.

 

좀 더 쫄깃하고 맛난 묵을 먹으려면 

가루를 풀은 물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쑤면 더 쫄깃하고 맛난 묵이 된다네요.

  

하여튼 이렇게 묵을 쑤어놓고 나중에 먹을 때 

자르면 껍데기처럼 쫄깃한 부분 있죠??

 

그 부분이 바로 이렇게 식히는 과정 중에  

공기에 닿는 부분인데... 

이거 뜯어먹는 재미도 쏠쏠...

 

 

자랄 때 엄마가 제사때 쓴다고 도토리묵 쑤어놓으시면 

이거 뜯어먹다가 혼나기도 하고...

아예 담을 때 이 부분 잘라내서 저 주고  

부드러운 부분만 제사 쓰시기도 하시지요.

 

근데 울 애들은 아직 이 재미를 모르죠.

 

이거 아는 날엔...난리나죠.

 

왜냐구요??

 

......

 

저랑 서로 먹으려구 싸움날테니깐요.

 

자...

 

이제 남은 건 맛난 도토리묵을 활용해서 하는  

요리만 남았겠죠?? 

 

기대해 보세요!! 

얼마나 맛난 요리가 등장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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