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요맘때 시골길을 달리다가
혹...
지독한 똥냄새를 맡아본 적 있으세요??
아님...
혹 개울가나 농가 마당 한귀퉁이 수돗가에 놓인 이런 거 본 적 있으세요??
이 옆을 지나갈 때면 아주 향기로운(?)냄새가
진동을 하죠. 이렇게 꼬옥 덮어놓았어도...
이게 바로 초여름에 캐낸 감자를
여름내 함지 속에서 썩이는 건데요...
이거 거르는 날은...온 동네가 냄새때문에 들썩들썩하죠.
학교에 교무보조로 나가면서도 요것조것 농사일도 잘하고
지난 겨울 메주도 쑤고...
얼마전 한서제에서 체육대회 달리기도 일등
서석면 힘자랑도 이등...(모래가마니 들기...)
하여튼 부지런하기로 엄지손가락 꼽히는 원호엄마가 감자를 썩이길래
언제 거르나 했더니...
때마침 제 카메라에 따악 걸렸네요.
송이따는데 귀신(?)인 원호아빠도 거들구요...
부지런한 두 내외가 함께 일하는 모습...보기 좋죠??
여름내 통안에서 잘 썩은 감자는 이렇게 물처럼 변해요.
감자의 하얀 속살은 다 녹아서 밑으로 가라앉고
껍질만 둥둥...
그래도 감자껍질에 남아있는 속살을 이렇게 으깨어 밑으로 내리고
껍질만 버리죠.
근데 이 거르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는...정말 직접 맡아보지 않으면...
실감못해요.
잘 썩은 소똥은 차라리 냄새가 구수한데...
감자썩은 냄새는 똥냄새보다 더 지독해요.
제 차에 탔던 녀석들...
제가 사진 찍느라 잠시 (약 2분동안) 멈추어 내렸더니...
코를 싸쥐고 죽을 맛인 표정들...
애벌 걸러낸 것
두번째 걸러낸 것
세번째 걸러낸 것..
걸러낸 순으로 이렇게 고무함지에 담아 다시 오랫동안 울궈야 해요.
가만 놓아두면 감자녹말이 가라앉고 맑은 물만 뜨는데
그때 뜬 물은 쏟아주고 새로 물을 부어주고...
(처음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이거 하시는데...
멋모르고 물 따라내다가 감자녹말꺼정 다 쏟아버려서
울 시어머니 기가 막히셔서 혀를 끌끌...)
감자녹말 쏟아지지 않게 살살 따라야하는데..후다닥 쏟아버리다가...
색깔의 차이가 확연히 나죠.
처음 거른 것일수록 색깔이 짙은 회색에 가깝고
가장 많이 울궈낸 것
그리고 가장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하얀 분말은
최고의 상품이 되는거죠.
전 하얀 감자가루보다 약간 짙은 색이 도는
감자향(?) 나는 감자떡이 더 맛있더라구요.
근데요...
한 2분동안 서 있었는데 제 옷은 물론
차안에도 냄새가 배어서 이틀이 지나도 감자썩는 냄새가 가시질 않아요.
차에 다른 사람을 태우거나
차만 타고 내렸다하면 냄새가 진동...
원래 냄새 지독한 건 알지만...이상하다...했더니...
제 차에 탔다가 감자썩는 냄새에 골탕 먹었던 녀석들...
저한테 복수하려고
학교앞에 떨어져 있는 은행알을 꼭꼭 밟아 으깨구서 제 차에 탔대요.
어쩐지 냄새가 오래간다 했더니...
나쁜 넘들...
화창한 가을 날씨에 비도 안오고...
(볏짚 말려서 걷느라 비 올까봐 조마조마...)
시간쪼개서 세차하게 생겼잖아요...
어쨌든
냄새는 지독하지만....
얼릉얼릉 걸러져서 맛난 감자떡 먹을 날을 기다리니까 마음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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