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아들넘들 꼬셔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옥수수섶에서 옥수수를 분리해 내는 것은 마치고...
울 최후의 보루 틈틈이 드나들며 껍질 까내고...
저도 쬐끔 거들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옥수수수염...
어쨌든 시중에 나오는 옥수수수염차는 몽조리
원재료가 중국산이길래...
따로 모아 차 끓여마실 양으로 분리를 하고...
(다이어트는 모르겠고, 오줌 소태라 하나...이불에 찔끔거리는
어린 녀석들한텐 아주 좋다네요.)
까는 틈틈이 껍질을 치우는데...음메소들 저만 움직이면
강아지마냥 이리루 우~~ 저리루 우~~~
메애거리며 따라오길래...
약올리는 거 같아서
옥수수 껍질도 녀석들 특별 간식으로 좀 집어주고...
하여튼 일부분 마무리는 했는데...
아직도 할 일이 태산...
이거 한알 한알 다 옥수수토시에서 따내야 하거든요.
출근은 해야지...
주말에도 쉴 틈은 없지...
어쩌지 어쩌지 했는데...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나봐요.
형님들이 일 가시기 전 들르셨어요.
제가 한알한알 따내는거 보더니
부녀회 부회장인 춘래형님...
그런 방법으론 택두 없다고...
송곳 가져오라 하시더니...
두 세 줄씩 줄을 내놓으면 나머지는 한 두번 비틀어주기만 하믄...
몽조리 떨어져나와요.
호선이랑 애들 데려다주던 새마을 지도자 손근양님도 붙들려서...
그까짓거 뭐 어렵냐고 큰소리 빵빵...
실력을 보이라 했더니
정말 타개지도 않고 후두둑 비틀면 옥수수알갱이가 우수수....
삼생아짐 ; 우와~~~ 대단한 실력!!!
울 최후의 보루, 함께 하다가 실력보더니 슬그머니 일어나서
춘래형님이 타개놓은 쪽으로 옮겨와요.
손근양님 ; 왜 도망가?? 여기서 계속하지.
울 최후의 보루 ; 잘하네?? 계속해봐!!
모두들 깔깔거리며 웃고...
뒷집 아저씨도 집 밖에 나오셔서 어슬렁거리시다가
울 최후의 보루에게 포착!!
뭐하나 구경하시다가 기냥 잡혀버렸어요.
근데...만만찮은 실력이시네요.
옛속담에 여자 셋이 모이면...뭐가 어찌 된다구요??
자다가도 밥이 생긴다..맞죠??
아저씨 술 안드셔서 너무 이쁘다고 칭찬도 하고...
아저씨, 머쓱 하셔서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평소에 목청 크신 분이...얌전히 일만...)
가끔 시골에선 남자들이 하늘이라고 큰소리 뻥뻥 쳐대는데...
(특히 울 아부지랑 최후의 보루...)
형님왈 ; 하늘같은 소리 하구 앉아있네.
하늘 암만 쳐다봐. 뭐 떨어지나??
땅 파면 곡식이락두 거두지...쯧쯧...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제 기가 확 살아나는 거 있죠??
이 말 울 아부지한테 가서 하믄...울 아부지 뭐라 그러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치만 울 아부지도 만만찮으신 말빨이라...
예전에 제가 입원했을 때 울 최후의 보루가 AS하라니깐...
울 아부지 왈 ; 이사람아, AS기간 벌써 끝났네.
울 최후의 보루, 울 아부지의 뜻밖의 반격에 멍~~~
결국 의기투합한 장인과 사위가 술 한잔 하러가고...
전 혼자 병원에 쓸쓸히...
(첫애 낳았을 때도 딸 낳았다고 장인과 사위가 나가서 저녁내내 술 마시고
들어와서 코를 드르렁 드르렁...
전 밤새도록 토해대는 울 수향녀석 땜에 무진장 고생...)
이렇게 말랐는데도 아직 벌레가 살아있네요.
벌레먹은거 주위는 따로 발라내어 버리는데...
벌레가 숨어있다 꼬물꼬물 기어나오길래
삼생아짐 ; 저 이제 옥수수 벌레 안 무서워해요.
지난 여름에 옥수수 배송작업 할 때 하두 많이 봐서
이제 손으로도 만져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손가락으로 벌레 잡아서 빼내니깐...형님들 ; 헐~~~
인상이 파악...찌그러지네요.
삼생아짐 ; 무서운가?? 왜그러지??
현기네 형님 ; 수향엄마야, 그 벌레 깨무는데??
삼생아짐 ; 헉!!
깜짝 놀래서 털어내버리니깐 다들 하하...웃으시네요.
예전에 파리 앉은 음식도 못 먹고 깔끔떨던 제가
이제 많이 늘었다 이거죠.
다들 손을 모아서 하니깐
그 많던 작업이 반나절만에 다 끝났어요.
이제 이렇게 따로 모은 옥수수는
풍구로 불어서 껍데기랑 수염 부스러기랑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하고...
다시 깨끗하게 닦아서
방앗간에 가서 껍질을 까고 쌀처럼 으깨어서 가공을 해요.
그럼, 밥할 때마다 한줌씩 집어넣어서 쌀과 섞어서 지으면
밥이 차지고 검은 색소가 알맞게 우러나와
정말 맛난 찰옥수수밥이 되죠.
아마 이 미흑 찰옥수수 밥 해드신 분들은 알거예요.
흑미니 현미찹쌀이니..뭐 아무리 섞어도
이 미흑 찰옥수수밥맛은 도저히 못 쫓아오죠.
영양면에서나 맛에서나...제가 먹어본 잡곡밥 중에
미흑 찰옥수수 쌀 밥이 최고예요.
전 거짓말 안하거든요.
믿으셔도 돼요.
이 옥수수쌀만 따로 삶아 팥과 밤과 함께 찰옥수수범먹을 만들어도 좋고...
밥 먹기 싫을 때
푸욱 삶아서 퍼먹으면...
그야말로 무공해 웰빙 먹거리가 되는거죠.
시중에 파는 아이들 간식보다...
조금 먹어도 든든하고...
각종 해로운 첨가물도 없고...
정말 괜찮은 우리 먹거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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