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생일이야기(2)

삼생아짐 2008. 9. 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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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우리 식구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 아무도 못말릴 식구들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거의 일주일치 용돈을 털어(일주일에 만원...말썽 부리면 그나마도 미지급.)

 

동생을 위해 '마음의 선물'을 사 놓고도

 

부러 '마음의 선물'밖에 준비 못 했다고

 

아무것도 준비 안 한척...동생을 놀려먹는 누나나...

 


전날 늦게꺼정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과

 

탱자탱자 술 마시고

 

깜빡잊고 빈손으로 들어와선...미안하니깐...

 

선물받은 포도로 생일선물이라고 내놓더니...

 

좀 부족하다 싶었는지...

 

최후의 보루 ; 참, 이것도 있다!! 자 선물!!

 

 

옥선주(=추석 선물받은 술)도 선물이라고...

 

울 최후의 보루 술 좋아한다고 추석 선물조차 온통 술만 들어와요.

(옥선주, 오가피주, 와인에 양주꺼정...참내...

 

삼생아짐 ; 헉!! 아무리 선물을 준비 못했어도 그렇지, 애한테 술을...

 

근데 울 민재녀석, 방긋방긋 웃으며 : 감사합니다, 아빠.

 

제가 포도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그리고 아빠가 가장 좋아하시는 것도 제게 주시다니...역시 아빠가 최고예요.

 

기가 막혀 제가 혀를 끌끌 차니깐,

 

민재녀석 ; (제 귀에 대고 소곤소곤) 괜찮아요, 엄마.

 

이 술 잘 놔뒀다가 내년에 아빠 생신때 다시 드림 돼요.

 

하고 속삭이네요.

 

삼생아짐 ; (속으로)이넘도 참, 대단한 넘이네...

 

 


분위기 낸다고 불 끄고

 

생일케�에 촛불 붙인건 좋았는데...

 

왜 울 민재가 이렇게 안 기쁜 표정이냐구요??

 

그럴밖에요.

 

고깔모자 쓰자마자, 이넘 아빠 ; 축하해, 생일빵이야!!!

 

고무줄을 타앙(!) 튕겼다 놓는 바람에 졸지에 턱에 빨간 고무줄 자욱 난 녀석,

 

너무 아파 그만 눈물이 글썽...

 

수향이랑 영재랑...생일축하 노래 부르다가... 모두들...넘 기가막혀...

 

결국 민재 고깔모자 고무줄 빼서 이렇게 써버렸네요.


삼생아짐 ; 생일날 아침에 ...돌아가며 애를 울려??

 

 

영재녀석, 민재가 자기 생일때 마음의 선물이라며

 

"뽀뽀"한 번으로 때울게 뻔하다고 선물을 해, 말어...혼잣소리 하더니...

 

역시나 빈 손으로 멀뚱멀뚱.

 

삼생아짐 ; 넌 준비 안 했어??

 

영재 ; 전 이미 줬어요, 그지??

 

민재 ; 형은 이미 줬어, 엄마.

 

삼생아짐 ; 뭐 줬는데??

 

영재넘 ; 몰라도 돼요, 비밀이예요. 하여튼 좋은 거 줬어요.

 

울최후의 보루 ; 뭔데? 게임씨디??

 

수향넘 ; 뭔데?? 야동씨디??

 

삼생아짐 ; 헐~~~

 

영재랑 민재넘 : (동시에) 아~~~니~~~

 

근데, 녀석들...서로 눈을 찡긋하더니 끝꺼정 안 밝히네요.

 


어쨌거나...생일날 아침부터 눈물을 흘렸건 말건...

 

녀석, 학교 가기 전에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과자 상자 뜯어서 신나게 분류하고 있네요.

 

아마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간단한 파티를 할 듯 싶어요.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날...

 

누구나 다 맞이하는 생일날...

 

그렇지만 아직... 이렇게 어리고 순수하기에

 

그 생일날을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기다리는 거겠지요.

 

 

 

제 나이쯤 되면...살다보면...생일날이 되어도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기보다...나는 도대체 왜 태어났을까...

 

회의가 들 때도 많고...

 

때론 사는게 안 사는거 보다 더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많고...

 

그리고

 

일기장 끝에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이유 열가지 이상을 적어놓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며, 살아가는 날들도 많지요.

 

 

세상에 태어남 자체조차 축복이기보다는

 

'살아내야'하는 고통과 인내의 길이란 생각 들 때도 많구요...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이기를 바라구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지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이렇게 건강하게 살면서 매년 돌아오는 생일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축복인데...

 

어린시절처럼 그렇게

 

생일날이 돌아오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으니...

 

도대체 얼마만큼의 나이를 먹어야

 

'삶'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란 소리가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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