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내 집 앞 꽃밭 가꾸듯...

삼생아짐 2008. 9. 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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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 모든것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죠??

 

 

제가 바로 그 경우네요...

 

마을 어르신들이 열심히 꽃을 심어

 

아무것도 없던 표지석 주변에 이렇게 많은 꽃을 피워놓았는데...

 

감사하면서도 늘...마음 한 구석엔...

 

조금 더 정돈되어 보인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키가 큰 백일홍은 밑에 심고...

 

 

이색깔 저색깔 갖가지 색깔이 뒤섞이지 않게...

 

같은 줄은 같은 색으로 심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고 기껏 어르신들이 심어놓으신거...

 

제 손으로 한송이 심지도 않았으면서 뭐라 그럼

 

기분상하심 어쩌나...

 


게다가 몸이 아파서 일도 못 나가시는 분들이

 

의기투합하셔서 마을 표지석 주변에 저마다

 

호미와 모종삽, 물조리를 들고 나오셔서

 

잡풀도 뽑아주고...

 

또 집에서 이쁜 꽃도 가지고 나와 심으신 걸 본지라...

 

게다가 누구네 집 꽃 이쁘더라, 그 꽃도 캐다 심어야지...들은지라...

 

더욱 아무 말도 못하고...

 

그랬답니다.

 

 

그랬는데...

 

마을 이장이 이 꽃밭이 남들 보기엔 어수선해보일지 몰라도

 

자신은 자랑스럽다고...하더라구요.

 

 

 

자매결연사 굿모닝 신한증권사 초청으로

 

서울 봄꽃 나들이를 다녀오신 어르신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저마다 다니면서 이쁜 꽃들이 보이기만 하면

 

한그루 두그루씩 내집앞 꽃밭가꾸듯 경쟁적으로 캐어다 심은

 

꽃밭이 바로 이 꽃밭이라구요...

 


그리고 일부러 돈을 들여 입힌 잔디마저도 캐어내고...

 

그 자리에마저 꽃을 심으셨다고...



그 말을 듣고 저도 늘 지나치기만 했던 이 표지석앞에 일부러 내려서

 

자세히 꽃밭을 살펴보았답니다.

 


그랬더니 정말 처음보다 많은 종류의 새로새로 심어놓은 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붉디 붉은 맨드라미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아(봉선화)

 

 

그리고 잘 눈에 띄지도 않았던 채송화

 


(어린 시절 화단가에 핀 채송화씨앗으로 깨소금이라며 소꿉놀이 했던 추억이...)

 


그리고 국화처럼 생긴 금국이라 하나요??

 

 

그리고 분홍의 얘는 정말 꽃도 이파리도

 

국화처럼 생겼네요.

 

 

게다가 이파리인지 꽃인지 무지 헷갈리는

 

초록바탕에 하얀 줄기 간 꽃...

 

 

그리고 이 코스모스는 뒷집 박도선 아저씨가

 

심었음에 거의 100프로 확실...

 

왜냐하면 우리마을에서 코스모스 가장 많은 집이

 

그 아저씨네거든요.

 

 

게다가 지난번에 일 안나가실때

 

그 무덥던 날 아주머니들이랑 오셔서 아주머니들이 풀 뽑으실때

 

아저씨가 개울에서 물 한통씩 일일이 퍼다날라

 

한송이 한송이 물 주면서

 

살아나지 못할까봐 무척 걱정하시며 이 꽃을 심으시는걸 제가 봤거든요.

 



 

아저씨의 정성과 염려를 알았는지

 

한 뿌리도 안죽고 모두 잘 살아서

 

지금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나서

 

상군두리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안녕, 날봐!! 이젠 가을이야~~"

 

하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분홍색,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 하얀색,샛노랑색...

 

하여튼 온갖 색이란 색은 다 심어진 이 꽃밭이...

 

바로 어르신들의 정성이 하나하나 모여진 거라 생각하고 다시보니...

 

그리고

 

백일홍에서부터 채송화, 봉선화, 코스모스, 맨드라미...기타 등등

 

갖가지 꽃들이

 

바로 마을 어르신들 제각각 한송이 한송이 가져다 보탠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라 생각하니...

 

이 꽃밭이 다시 보여져요.

 

그리고...제가 보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그 마음을

 

헤아린 이장도 다시 보아지구요.

 

 

보세요!!

 

처음 이 마을 표지석을 세웠을 때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지금 이 표지석 주변은 얼마나 많은 생명들로

 

넘쳐나는지를요...

 

이렇게 많은 꽃들에게 벌과 나비와 잠자리가 날아와

 

먹이를 구하고, 쉴 곳을 찾고, 잠자리(?)를 구한답니다.

 


도시의 잘 조경된 화원처럼

 

단정하고 깔끔하고 획일적이고 정리된 맛은 없어도...

 

평생을 산골농촌에서 땅만 바라보며 흙을 일궈오신

 

순박하고 무뚝뚝한 촌로들이...

 

자매마을을 위해 많은 것을 베풀어주신

 

자매결연사에 대한 보답의 마음으로

 

그렇게

 

가꾸어가는 작은 정원입니다...

 

 

그리고, 또한...

 

눈에 보여지는 것들만 중시하던 제게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그 이면에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해 준

 

그런 꽃밭입니다.

 

 

내집처럼, 내마음처럼

 

그렇게 마을 표지석 주변을 가꾸어가는 마을 어르신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그리고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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