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햇사과

삼생아짐 2008. 9.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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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빌기자 교육을 받으러 갔던 춘천 미래농업 교육원...

 

점심 식사 하러 내려가는 길에 보니...

 

길 양편으로 과수원들이 쭈르륵~~~

 

 

주렁주렁 달콤한 포도나무와...

 

 


사과나무...

 

 

어떤 넘은 "나 제발 따가세요~~"

]

하는 표정으로 슬쩍 팔을 뻗기만 해도 될 듯

 

길 바깥으로 가지를 쭈욱 내밀고 있어서...

 

그 유혹 참느라 무지 애썼답니다.

 

 

 

머루와 포도가 나란히 심겨진 곳도 있고...

 

 

다닥다닥 붙은 복숭아에...

 

 

한 입 깨물면 선녀가 되어버릴듯...유혹하는...

 

천도복숭아...

 

 

과수원도 모자라서 정원수마저 배나무...

 

(하긴 우리집에도 배나무 있어요.)

 

 

지나치면서 본 사과들은

 

"저건 못 먹는거야, 아직 안 익어서 신걸거야..."

 

 

애써 위로하며 지나쳤는데...

 

 

(옆에서 같이 가던 살둔마을 이태호님, 제가 저건 못먹는걸거야...

 

하고 소리내어 말하니깐...

 

킥킥 웃으시고...)

 

 

근데...이미 새빨갛게 익어버린 사과가...

 

"날 좀 봐주세요~~"

 

하는데...정말 따고 싶고, 한입 꽉(!) 깨물고 싶어 미치겠더라구요.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아

 

점심값 걷은 거 도로 달라 그래서

 

사과 사먹어야지...

그랬는뎅...안 된대요.

 

(당연히 안되겠죠.

 

 근데 막국수 앞에 놓고 앉았어도

 

빨갛고 새콤달콤한 사과만 눈 앞에서 아롱거려...반도 못 먹고...)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과일나무 쪽에는 눈 질끈 감고...

 

차라리 보질 말자...

 


꽃만 봤어요.

 

 

한 송이 나팔꽃도 이쁘지만...

 

 

나팔꽃 담장은 더 이뻐요.

 

 

난생처음 보는 구슬같이 생긴 꽃...

 

(좀작살나무...안선생님, 고마워요.)

 

 

이것도 처음 보는데...

 

바로 호두나무라네요.

 

전 호두열매가 사람뇌같이 생긴 모습만 봤는데

 

그건 씨앗이래요.

 

이렇게 호두도 은행처럼 또 다른 껍질이 있었네요.

 


이거 이름이...음...뿌리를 먹는

 

고구마같이 생긴...

 

야콘잎과 줄기...라네요.

 

맞죠??

 


얘는요...

대추나무인건 알겠는데 잎이 넘 잘아요.

 

그래서 새로운 종이 나왔나부다...그랬는데

 

대추나무가 바이러스 걸린 거래요.

 

아무래도 쟤는 조만간...사라져야 할 듯 싶네요.

 

치료약이 없어 다들 베어버린다네요...

 

 

하여튼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 많이 보고, 허벅지 꽉꽉 찔러가며...

 

눈 질끈 감아가며...과수원길 지나쳐서...

 

교육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뜻밖의 선물이...


 

경상북도 영해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셋째 삼촌이세요.

 

제가 워낙 사과귀신이라...해마다 사과를 보내주시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올사과를 보내주셨네요.

 

 

저도 친척분들께 해마다 농사지은 찰옥수수를 한 두박스씩 보내 드리곤 했는데

 

맛나게 드셨다면서

 

이렇게 편지꺼정 써서 사과를 보내 주셨어요.

 

 

 

제가 그넘의 사랑(?)에 눈이 멀어 농촌으로 시집왔다구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사실 농촌 생활 선택한 데에는 이 삼촌 영향이 커요.

 

자랄적에 오빠랑 동생들이랑 방학만 되면 삼촌댁에 버스타고, 기차타고...

 

열 두시간씩 여행해서 찾아가서 지내다 오곤 했거든요.

 

그때 삼촌과 새벽이면 나란히 팔짱끼고 산책겸 논물 보러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 때 느낀 새벽공기와 맑은 농촌의 싱그러움에 반해...

 

이렇게 농촌 생활 하잖아요.

 

 

 

제가 농촌으로 시집간다 그랬더니 삼촌께선...

 

"뭐할라꼬 그 힘든데 갈라카노" 하고, 혀를 끌끌 차시더니...

 

지금은 함께 농사짓는다고 태풍오면 전화주시고,  눈 많이 오면 전화주시고...

 

가끔 가끔 안부 챙겨주세요.

 

 

 

 

 

그나저나...

 

밥도 먹기전에 사과부터 한 알 닦아서 베어무는데...

 

아사삭 과육이 씹히면서 햇사과의 달콤한 물이 입안에 사르륵 퍼지는데...

 

그 맛을 무엇에 비유할까요.

 

 

가뜩이나 유포리 과수원길에서 햇사과의 유혹에 잔뜩 시달린 담에 먹는 사과맛이란...

 

아마도 농부의 마음은 농부가 안다고

 

평소에도 사과만 있음 밥도 안 먹는 제가

 

그 유포리 길에서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지 아셨나봐요.

 

덕분에 요즘 날마다 사과베어무는 재미로...

 

하루의 고단함을 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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