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훌~~~훌~~~

삼생아짐 2008. 9. 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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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그 순간에는 가장 좋은 줄 알았던 것들이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가치를 상실하고...

 

그리고

 

도리어 골치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럴때마다 내것이 되었을 때의 기쁨이나 누군가의 들인 정성... 생각함...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놓아두자니 거슬리고...

 


예전에 한때 오리털잠바, 오리털이불 등등이 유행인 때가 있어서...

 

울시어머니 오리농장까지 가셔서 어머니에겐 막내이자 딸같이 애교많던

 

울 최후의 보루 잠바 사다 주시고...

 

우리 친정어머닌 이불을 사주셨어요.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깐 재봉질한 틈에서 오리털이 한개 두개 빠져나와서

 

이불 갤 때마다 방안에 날려서...

 

좀...그렇더라구요.

 

 

마침 시집 올 때 장만해 온 베개중에서

 

머리 시원하라고 엄마가 메밀껍질을 넣고 만들어주신 베개가 있었는데...

 

얘도 자꾸 실밥이 터져서 새어나오길래 아예 속을 화악~~ 쏟아버리고

 

베개껍질이 아까워서 놔뒀던게 생각나서 

 

여기에다 제가 오리털을 집어넣어 베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치더라구요.

 

제가 가위들고 설치니깐...

 

 

울 최후의 보루 ; 어허~~ 좋은 생각이 아냐.

 

오리털 날려서 안돼.

 

그러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함... 또 무지 고집탱이(?) 울 아부지 딸이 아니지요.

 


근데...좋은 생각이 아니긴 아니더라구요.

 

정말 오리털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이넘이 날개가 달렸는지 온 집안을 둥둥~~ 마치 눈오는 것처럼...

 

게다가 제 옷이랑 코랑 입이랑 마구마구 날아들어오는데 기침이 마악 절로...

 

재채기 한번 하고 난 후...저도모르게...

 

삼생아짐 ; 정말 날아다니넹?? 어떻게 알았지??

 

울 최후의 보루, 그것 보라는 듯 피식 웃네요.

 

근데...제가 포기할 줄 알았겠죠??

 

 


아예 이불이랑...베개커버랑 가위랑 몽땅 들고 마당으로 나와서...

 


본격적으로 이불 잘라가며 오리털 꺼내어 베개안에 넣기 시작했죠.

 

나가는 거 반...

 

집어넣는 거 반...


마당에 온통 오리털 날리구요...

 

 

빨래줄은 물론이고...

 

 

기껏 빨아놓은 빨래에꺼정...

 

울 최후의 보루 : 저지레 한다, 저지레...쯧쯧...

 

하더니... 빨래 널어주다 신경질 파악(!!)내며 들어가 버려요.

 

삼생아짐 ; 괜찮아, 괜찮아, 다 날아가겠지, 뭐.

 

잘 날아다니는걸...

 


이왕 저지레 소리 들은거 기냥 끝꺼정 해야지 싶어...

 

몽땅 뜯어서 채워넣었더니...

 

베개 하나가  팽팽하게 따악(!) 차네요.

 

 

오랫만에 바느질도 하고...

 

실이 시침질하는 실이라...쬐끔 밉긴 하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지었어요.

 

골치덩어리(?) 이불 한 장이 결국 유용한 베개(!) 한 개로 변신한 거지요.

 

 

평소에 높은 베개 좋아하는 울 최후의 보루에게

 

삼생아짐 ; 선물!!!

 

하고 다짜고짜 코앞에다 의기양양하게 내밀었더니...

 

최후의 보루, 씨익 웃고서 베고 있던 베개 휘익 집어던져 버리고

 

얼른 받아서 베고 눕네요.

 

(물론 제가 먼저 한 번 베어봤지요.

푹신하면서도 탄탄하고...머리에 닿은 느낌이 괜찮아요.)

 

 

 

그나저나... 마당을 치우느라 치웠는데...

 

털이 여기저기 날려서 잔디에 가 붙고...

 

구석에 몰려가고...

쓸다 쓸다 지쳐서... 기냥 날아가겠지 싶어 포기해버렸죠.

 

 

......

 


저녁에...오랫만에 닭고기를 사다가 닭찜(닭도리탕?)을 해 주었는데...

 

밤늦게와서 맛있게 먹고난 수향넘...

 

 

그담날 아침...잠깬다고 마당에 나갔다 오더니...

 

수향넘 ; 엄마, 어제 닭 잡았어??

 

 

삼생아짐 ; ??

 

수향넘 ; 마당에 닭털인지 오리털인지 하얗게 널렸던데...

 

 

예전에 집에서 닭 기를 때 울 최후의 보루가 어설프게 잡아서

 

(처음이었대요, 닭잡는거...)

 

 

닭이 피랑 깃털을 온통 휘날리며 집안을 돌아친 적이 있어서

 

아마도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표정이 여엉...

 

 

괜히 닭먹었다는 듯한 표정이 좀 안돼보여서... 해명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재넘 ; 오리 잡았어. 오리도리탕이야.

 

수향넘 ; 오리도리탕?? 오리도리?? 오리도리??

 

발음이 웃긴지 몇 번 따라하더니

 

고개를 양쪽으로 도리도리 해보곤...마악 깔깔거리고 웃네요.

 

'도리'란 말이 '새'라는 뜻, 맞죠??

 

 

어쨌든 이불장안에서 오랫동안 자리차지 하던 골치덩어리 잘 해결했단 생각 들어서...

 

기분은 좋네요.

 

 

......

 

 

그나저나 사람들의 마음도...이렇게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남 잘 되는 거 시기하는 마음...

 

나한테 직접적인 이득이 되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는 마음...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

 

말 한 마디에 상대방은 상처입고 피를 흘리는데...고소해하는 마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마음...

 

무엇이든 잘되기보다 안되기를 바라는 마음...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마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마음...

 

 

 

내 마음 한구석에도 어딘가 이런 마음 있다면...

 

이참에...몽땅 들어내어 훌훌 날려버려야겠단 생각 드네요.

 

 

정말로

 

훌 ~~~~~ 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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