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빌기자 교육을 받으러 갔던 춘천 미래농업 교육원...
점심 식사 하러 내려가는 길에 보니...
길 양편으로 과수원들이 쭈르륵~~~
주렁주렁 달콤한 포도나무와...
사과나무...
어떤 넘은 "나 제발 따가세요~~"
]
하는 표정으로 슬쩍 팔을 뻗기만 해도 될 듯
길 바깥으로 가지를 쭈욱 내밀고 있어서...
그 유혹 참느라 무지 애썼답니다.
머루와 포도가 나란히 심겨진 곳도 있고...
다닥다닥 붙은 복숭아에...
한 입 깨물면 선녀가 되어버릴듯...유혹하는...
천도복숭아...
과수원도 모자라서 정원수마저 배나무...
(하긴 우리집에도 배나무 있어요.)
지나치면서 본 사과들은
"저건 못 먹는거야, 아직 안 익어서 신걸거야..."
애써 위로하며 지나쳤는데...
(옆에서 같이 가던 살둔마을 이태호님, 제가 저건 못먹는걸거야...
하고 소리내어 말하니깐...
킥킥 웃으시고...)
근데...이미 새빨갛게 익어버린 사과가...
"날 좀 봐주세요~~"
하는데...정말 따고 싶고, 한입 꽉(!) 깨물고 싶어 미치겠더라구요.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아
점심값 걷은 거 도로 달라 그래서
사과 사먹어야지...
그랬는뎅...안 된대요.
(당연히 안되겠죠.
근데 막국수 앞에 놓고 앉았어도
빨갛고 새콤달콤한 사과만 눈 앞에서 아롱거려...반도 못 먹고...)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과일나무 쪽에는 눈 질끈 감고...
차라리 보질 말자...
꽃만 봤어요.
한 송이 나팔꽃도 이쁘지만...
나팔꽃 담장은 더 이뻐요.
난생처음 보는 구슬같이 생긴 꽃...
(좀작살나무...안선생님, 고마워요.)
이것도 처음 보는데...
바로 호두나무라네요.
전 호두열매가 사람뇌같이 생긴 모습만 봤는데
그건 씨앗이래요.
이렇게 호두도 은행처럼 또 다른 껍질이 있었네요.
이거 이름이...음...뿌리를 먹는
고구마같이 생긴...
야콘잎과 줄기...라네요.
맞죠??
얘는요...
대추나무인건 알겠는데 잎이 넘 잘아요.
그래서 새로운 종이 나왔나부다...그랬는데
대추나무가 바이러스 걸린 거래요.
아무래도 쟤는 조만간...사라져야 할 듯 싶네요.
치료약이 없어 다들 베어버린다네요...
하여튼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 많이 보고, 허벅지 꽉꽉 찔러가며...
눈 질끈 감아가며...과수원길 지나쳐서...
교육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뜻밖의 선물이...
경상북도 영해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셋째 삼촌이세요.
제가 워낙 사과귀신이라...해마다 사과를 보내주시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올사과를 보내주셨네요.
저도 친척분들께 해마다 농사지은 찰옥수수를 한 두박스씩 보내 드리곤 했는데
맛나게 드셨다면서
이렇게 편지꺼정 써서 사과를 보내 주셨어요.
제가 그넘의 사랑(?)에 눈이 멀어 농촌으로 시집왔다구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사실 농촌 생활 선택한 데에는 이 삼촌 영향이 커요.
자랄적에 오빠랑 동생들이랑 방학만 되면 삼촌댁에 버스타고, 기차타고...
열 두시간씩 여행해서 찾아가서 지내다 오곤 했거든요.
그때 삼촌과 새벽이면 나란히 팔짱끼고 산책겸 논물 보러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 때 느낀 새벽공기와 맑은 농촌의 싱그러움에 반해...
이렇게 농촌 생활 하잖아요.
제가 농촌으로 시집간다 그랬더니 삼촌께선...
"뭐할라꼬 그 힘든데 갈라카노" 하고, 혀를 끌끌 차시더니...
지금은 함께 농사짓는다고 태풍오면 전화주시고, 눈 많이 오면 전화주시고...
가끔 가끔 안부 챙겨주세요.
그나저나...
밥도 먹기전에 사과부터 한 알 닦아서 베어무는데...
아사삭 과육이 씹히면서 햇사과의 달콤한 물이 입안에 사르륵 퍼지는데...
그 맛을 무엇에 비유할까요.
가뜩이나 유포리 과수원길에서 햇사과의 유혹에 잔뜩 시달린 담에 먹는 사과맛이란...
아마도 농부의 마음은 농부가 안다고
평소에도 사과만 있음 밥도 안 먹는 제가
그 유포리 길에서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지 아셨나봐요.
덕분에 요즘 날마다 사과베어무는 재미로...
하루의 고단함을 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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