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말 잘해보려 했어요...
믹서기에 갈면 맛이 없다 그래서
일일이 손으로 마늘이랑 생강도 찧고...
(울 신랑이 찧었지만...)
찹쌀풀도 쑤고...
통통하고 영양가 높은 굴도 넣고...
대파 넣으면 금방 시어진다 그래서
쪽파 일일이 까서 썰고
갓도 일일이 다 쪼개서 씻어서 썰고...
개인적으로 조미료 들어간 음식 먹음 머리가 아파서...
(속 메슥거리면서 울렁거려 인공 조미료는 안 써요...)
양파 한자루 갈아 넣고...
국물이 자박자박 있어야 맛나니깐
햇무도 갈아 넣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구요.
우리 식구 겨우내 먹을 김치니깐
정성에 정성을 다해 양념준비를 했는데...
......
왜 배추 버무리는 사진이 없냐구요??
그럴밖에요...
제가 김장하다 죽다 살아났다구요...
아무리 절이고 절여도 배추가 산더미..
어깨랑 팔이 아파오며 심상찮다 생각했는데...
자그마치 울 신랑이 배추를 150포기나 뜯어다 놓은걸 모르고
(아무래도 150포기 더 되는거 같어요...)
세어보지도 않고 다 절였잖아요...
그거 씻어서 버무리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해도 해도 배추더미가 안 줄어들어요...
사진이고 뭐고 김치 버무려 항아리에 집어넣는데...
하루종일 해도 끝이 안 나요...
울 남편 제 눈치 슬슬 보며 전화오기만 기다리더니
전화오자마자 꽁지가 빠져라 결혼식 집으로 도망가버리고...
......
찬바람 불고 날 추워지죠...
뒷정리 태산이죠...
겨우 마치고 집안에 들어왔는데 완전 넉다운...
울 아들이 고생했다면서 따뜻한 커피를 타다주더라구요...
어디서 봤는지 귤로 데코레이션도 하고...
겨우 일어나 마시고 기운 차리려는데 술 살짝 취한 울 신랑 들어오더니 하는 말...
"야, 김장은 여자 일이잖어. 난 김치 안 먹어도 살어..."
무지 열 받아서 이웃집 형님들이랑 보람이 엄마 만나서 신랑 흉보려구 제가
김장 한 얘기 하니까
채은네 형님 왈 : 뭘 그거 갖고 그래? 난 200포기 해서 우리 동서네 줬어.
옆에 있던 보람엄마...실 실 웃더니..
그것도 김장이라구...난 350포기 해서 우리 형님네랑 시누들이랑 나눴어요...
......
도대체 이게 얘기가 안 돼요...
제 얘긴 씨가 안 먹히더라구요...
제가 갓 시집와서 김장하던 생각나네요..
그때 배추 딱 다섯포기에 무 세 개 했었는데...
그래도 그 해 겨울에 김치 남았었는데...
어쨌든 이제 몸살난 거 좀 나으니까 여섯 항아리에 가득 든 김장김치 생각하면
올 겨울 반찬 걱정은 별로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 들어요.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전,김치국, 김치말이,볶음김치,김치칼국수, 김치만두...
또 김치로 하는 거...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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