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끔...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들 '못살겠다'소리가 이해가 갈 때가 있어요.
하루에도 열두번씩 천사와 악마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건 물론...
때로는 정말 엉뚱한 짓으로 사람 복장을 뒤집어놓는데...
아무리 머리를 단정하게 깎으라 해도...
깎은 듯 만 듯 꼭 덥수룩한 산발머리로 사람 눈길을 짜증나게 하더니...
여자친구가 생겼는지...가느다란 2백원짜리 빗을 들고 다니며
연실 거울만 들여다보며
하루종일 머리에 빗질만 해요.
게다가 귀 밑에 어울리지도 않는 구렛나룻 같은 꽁지는 왜 남겨두는지...
하두 화가나서 울 최후의 보루더러 미용실 델구가서
머리 화악~~깎아버리라 했더니...
들어서면서부터 엉엉 울고 들어서는데...
그날 저녁 내내 울더라구요.
그래도 깎은 길이가 맘에 안 들었는데...
좀 더 시원하게 화악 쳤음 싶은데 녀석은 억울하다고 그담날 아침까정 울먹울먹...
그담날 학교가서 여자친구가 귀엽다고 해줬는지
학교갔다와서야 풀어지더라구요.
알고보니
귀두컷인가 뭔가...
아마도 귀밑 구렛나룻(?)사촌 같은 걸 잘라버렸나봐요.
요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귀밑에 머리 한가닥씩 남기는게 유행이래요
뭐,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그런대나, 어쩐대나...
그걸 엄마가 잘라버리게 해서 자존심을 짓밟은거래요.
삼생아짐 ; 놀고있네.
자존심 써먹을데가 없어서 귀밑에 지저분한 꽁지 매달아서 자존심 살리냐...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는 성적이나 어찌 좀 살려봐라...쯧쯧...
정작 신경써야 할 데는 안 쓰고 쓰잘데 없는데다 자존심걸고...
그러더니 엊그제 자기 스스로 머리 깎고 오겠대요.
그동안 머리깎아라, 깎아라 열두번도 더 해도 안가고 개기던 녀석이...웬일로..
얼른 그러라 그랬죠.
삼생아짐 ; 웬일이야??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영재넘 ; 엄마, 반삭할래요.
삼생아짐 ; 반삭?? 그게 뭔데??
영재넘 ; 엄마가 바라시는 단정한 머리요.
삼생아짐 ; 어찌됐든 그 덥수룩은 하지마.
그래서 미용실로 혼자 보냈는데...
머리깎고 나오는 순간 기절할 뻔 했지요.
소년원에서 갓 나온 비스름한...
그도 아니면 이제 막 훈련소 입영을 앞둔 군대신병 내지는...
하여튼 머리를 깎긴 깎았는데...
두 번 보고 싶지 않은 머리스타일...
전, 반삭이란게 그런 머리스타일인지 정말 몰랐어요.
삼생아짐 ; 내가 미쳐...정말...저넘땜에...
내가 제명에 못 죽지...에휴...
한숨만 팍팍 나오면서 두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아요.
영재넘 ; 엄마, 바라시는대로 시원하게 잘 깎았죠??
삼생아짐 ; 꼴도 보기싫어. 내 눈에 띄지마.
하두 화가나서 그래버렸어요.
그랬더니 녀석, 또 눈에 눈물 핑 돌면서...방으로 문 닫고 들어가
걸어버리네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요.
저녀석이 어릴 때 아랫턱이 짧아서 모유를 충분히 못 멕여서 그런지...
도대체 왜 미운짓만 골라서 하는지...
내가 태교를 잘못했나...반성도 해 보고...
하여튼 며칠동안 넘 보기싫어서
녀석만 보면...기냥 고개가 다른 쪽으로 파악...돌아가더라구요.
녀석도 눈만 마주치면...눈물 찔끔...
그넘과 저의 신경전이 보기가 안타까웠는지
민재녀석 ; 엄마, 형 머리 이쁘다고 말해줘봐.
삼생아짐 ; 하나도 안 이쁜데 어떻게 그래.
민재넘 ;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말해야 형도 기분좋아하잖아.
엄마가 형 머리 밉다고 그러니까 형이 슬퍼하잖아.
삼생아짐 ; 몰라. 하여튼 신경질 나.
저두 제가 어른답지 못하다는 거 잘 아는데...
정말 정말 속상해요.
일부러 제게 반항한 건지...
아님 녀석이 정말 뭔가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삭발이나 단식으로 자기 의지 다지는 것처럼 머리를 이렇게 자른건지..
하여튼
두고두고 속상한데...
가만히 보고있던 울 최후의 보루 ; 잘했어. 앞으로 이렇게만 깎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쭈욱~~
그랬더니 녀석, 고개를 설레설레 젓네요.
최후의 보루 ; 그렇게만 깎으라니깐. 보기좋은걸, 뭐.
녀석, 씨익 웃더니 두 손꺼정 내저으며 펄쩍 뛰네요.
수향이랑 민재녀석, 하하 웃어버리구요...
수향넘 ; 역시...아빠가 엄마보다 한 수위야!!
삼생아짐 : 엥??
그니깐...
녀석도 제 머리 스타일이 남에게 결코 보기좋은 스타일이 아니란걸 안단 얘기잖아요.
결국 내 속을 뒤집어놓은 거라는 말인데..
수향넘 ; 엄마, 남자아이들은 저렇게 한번씩 꼭 그래요.
'반삭'이라고...저 머리가 유행하는 적도 있어요.
우리반 남자애들도 한번씩 저렇게 깎는 애 있어요. 그리고..
엄마가 쟤 귀밑머리 잘라버려서 아마 화나서 그런걸거예요.
기냥 놔두면 다신 안 그래요.
......
결국 엄마인 제가 먼저 녀석의 자존심을 밟아버려서 그랬다는 얘기네요.
참, 유행도 가지가지...
별게 다 사람속을...헤집어놓네요.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들은...결국 또래에서 유행하는 것도 잘 알아둬야...
한다는 얘기네요....
정말 엄마노릇...살면 살수록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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