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외)

베트남여행기8

삼생아짐 2007. 11. 11.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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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이란 참 혹독하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걸 보면 명작이란 구구절절하기 보다 어떤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해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간의 참혹한 욕망과는 상관없이 들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물소의 옆구리에 면도칼집을 내어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생피를 빨아 먹다 잡힌 베트남 기자. 미국인 기자와 헤어져 혼자서 전쟁지를 탈출하던 그 기자의 두려움과 고통이, 긴 긴 들판을 지나는 동안 내내 뇌리에 떠오른다. 전쟁을 벌인 나라가 휴머니티를 논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한 미국인 기자가 베트남 기자와의 의리를 지켰다 해서 한 나라를 온통 죽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참혹한 전쟁의 잔인성이 상쇄될 수 있단 말인가. 이념이야 어찌됐든 가장 큰 희생자는 베트남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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