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로 가는 길.
가도가도 들판이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새파란 하늘, 간간이 보이는 노란 건물은 관공서란다. 노랑은 화합을 상징한다고. 얼마나 오랫동안 강대국의 식민지였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렸던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한때는 일부오처제까지 허용했단다. 남자들은 그저 살아만 주어도 좋다고, 여자들이 자식 낳고 생계를 책임지는 제도였단다. 그래서인지 도로 한 켠의 막노동 현장에는 가인을 진 여자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중장비 한 대면 너끈할 걸, 천만의 말씀, 철저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란다.
아픈 역사 덕분에 지금은 일억이 넘는 인구증가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단다. 과유불급. 그래서인지 학교에 가 있어야 하는 시간에 구걸하는 아이도, 부모를 도와 고기잡고 일하는 아이도 심심찮게 보인다. 신발조차 신지 못한 아이도 더러 보인다. 집 앞 빈터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조차 맨발이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내 둘째놈이 떠오른다. 어찌된 녀석이 어려서 도무지 신발을 신지 못했다. 현관에서 신고나간 신발은 마당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맨발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사람들의 제발 신발 좀 사신기란 억울한 소리를 들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맨발로 다니는 버릇은 고치질 못했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잔병치레 한 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남들은 비싼 과외 시켜서 들어간다는 수학 영재 교육원에 척 하니 붙어서 산골 촌놈이 공부는 젤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후로 나도 가끔 밭에서 일 할 때는 맨발로 하곤 하는데 발목이 아프지도 않고 움직이기 편하고, 피로도 덜한 게 머리마저 상쾌한 듯 하다. 보는 사람이야 애처럽건 말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