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첫날, 출발할 무렵이 되자 하늘은 언제 비를 퍼부었냐는 듯 화창하기만 하다.닌빈이라는 곳에서 삼판배를 탔다. 가이드가 사준 베트남의 명물, 야자수 잎의 모자 ‘논’을 쓰고, 둘씩 짝을 지어 배에 올랐다. 태어나면서부터 강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 오랫동안 대대로 노를 저어왔을 그들의 손마디가 우리 농부의 아낙들보다 거칠다. 물풀과 연꽃으로 뒤덮인 잔잔하고 아름다운 땀꼽경치는 여행자의 긴장을 한때나마 풀어 놓았지만 아침부터 술에 취해 소주를 찾는 한 떼거리의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자 기분을 잡쳐 버렸다. 배에 물이 좀 찬 걸 가지고 배가 샌다고 손바닥만한 깨진 플라스틱 조각으로 연실 물을 퍼내질 않나, 쉴 새 없이 말을 걸질 않나, 그러지 않았으면 싶은 행동들을 많이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조금쯤은 더 예의를 갖추고 점잖았으면 좋겠다.
베트남에서는 모든 게 다 작다. 잠자리도 반토막이네, 했더니 명숙이 언니가 웃는다. 늙은 여자 사공이 연꽃을 따서 목걸이를 만들어 준다. 언니와 가방을 뒤져 먹으려고 가져왔던 사탕과 과자를 모두 내어 주었다. 씽까몬. 고맙긴. 정작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우리인데......
첫날 저녁에 본 수상극은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물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 베트남 조상들의 사냥과 낚시, 그리고 그들의 수호신인 유니콘, 용 등 전설의 동물들이 나와 한바탕 어우러져 춤 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수상극으로 만들었다. 막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저렇게 얽히지 않고 잘 조종하는지 인형과 연결된 줄만 쳐다보다가 간간이 등장 인물들을 놓치곤 했다. 우리의 전통극은 대체로 관객과 등장 인물들이 어우러져 한판 신명나는 굿판이건만 일방적으로 바라 보기만 하니 좀 지루한 감이 있다. 해외 공연 가면 저 물을 어떻게 채우지, 예술적인 감상관과는 거리가 먼 생각만 하고 있으니 조금 내 자신이 한심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