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않는 막내 녀석이
목욕탕에 들어가더니...갑자기 비명을 질러댑니다.
민재 ; 혀엉~~~~. 도와줘~~~~
온 식구가 놀라서 달려갔지요.
수향넘 ; 에게게....
작은 거미 한 마리...벽을 따라 기어가네요.
영재넘 휴지 가져다 잡아서 밖으로 놓아줍니다.
수향 ; 거미가 무서워??
민재 ; (부들부들 떨며)거미 너무너무 무서워. 싫어.
삼생아짐 ; 거미는 유익한 동물인데...여름에 나쁜 벌레들 잡아주는걸??
민재 ; 그래도 독거미 있잖아. 사람 깨물면 죽잖아.
수향 ; 저건 독거미 아냐. 무서워할 필요 없어.
그래도 녀석, 책을 넘 많이 봤는지... 진저리를 칩니다.
민재 ; 그래도 세상에서 거미가 젤 싫어.
어제 저녁...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녀석들이 제가 나가자
영재, 민재 ; 엄마, 조금만 일찍 나오시지.
그랬으면 예쁜 송충이 볼 수 있었는데.
삼생아짐 ; 예쁜 송충이? 송충이가 이뻐??
민재 ; 털이 부숭부숭한게 얼마나 귀여운데??
삼생아짐 ; 귀여워?? 거미가 무섭다는 넘이 송충이가 귀여워??
민재녀석, 얼굴 빨개지자 영재녀석이 한마디 보태네요.
영재 ; 엄마, 사물에 대한 편견을 버려.
거미가 안 무섭고, 송충이가 징그럽다는 건 편견이야.
엄마가 사물에 대한 진정한 이치를 깨달을 때
비로소 나와 더불어 도를 논할 수 있을거야.
삼생아짐 ; (기가막혀 속으로) 놀고있네...
하려다가
기냥 웃고 말았습니다.
......
요즘 녀석이 배우고 있는 국어 교과서에 이규보의 '슬견설'이라는 것이 나오거든요.
어떤 사람이 '개'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는 것을 보고
넘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개를 먹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자
저자가 어떤 사람이 '이'를 잡아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다시는 이를 죽이지 않겠다고 하는 말을 하지요
'개'를 먹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큰 동물인 개와 하찮은 이를 어찌 비교할 수 있냐며 화를 내는 거요...
그러자 그 지은이가
개이건 이이건간에 모두 사는 것을 원하고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만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생명은 누구에게나 하나다...
등등
만물은 모두 소중하다 내지는 평등하다 라는 의미의 글인데...
...............
그걸 배웠다고 요렇게 써먹네요.
삼생아짐 ; 얘들아, 이 빨래 좀 걷어다갤래??
영재, 민재 ; 엄마 집에 계시잖아요??
삼생아짐 ; 얘들아, 집안일은 엄마가 다 해야한다는 편견을 버려.
너희가 가족과 집안일에 대한 진정한 이치를 깨달을 때
비로소 엄마와 더불어 가족의 행복을 논할 수 있을거야.
영재, 민재 ; 어제도 우리가 걷었는뎅...
낮은 줄에 있는 빨래는 민재가 걷고
높은 줄에 있는 빨래는 영재가 걷어
한넘은 개고, 한 넘은 치우니까 제 일이 훨 줄어드네요.
덕분에 녀석들에겐 맛난 저녁식사를 해 줄 수 있었고요.
삼생아짐 ; 재밌네??
이거 앞으로 종종 써먹어야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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