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줌마도 과분한 나이랍니다.ㅠㅠ

삼생아짐 2024. 1. 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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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서부터이던가?
 
 
 
꽃이나 나무는 자연에 있어야 가장 자연스러운거라던 내가...
 
문득 나만의 무언가(!!)를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봄이면 우리집 앞산에 올라가 진달래가지를 꺾어다 식탁에 놓기도 하고,
 
여름이면 밭 귀퉁이에 심어놓은 라일락 꽃을 꺾어다 놓기도 하고, 겨울이면 마을 공원에서 이름 모르는 빨간 열매의 가지를 따다 놓기도 했다.
 
 
오일장날,
 
난생처음 내돈주고, 로즈마리 화분을 하나씩 사서 두번이나 길렀는데...두번다 죽었다.ㅠㅠ
예전에 선물받은 호접난이며 벤자민이며 군자란이며 다 죽길래 역시 나는 화초 기르는 재주는 없나보다 하고
 
그담부턴 선물받은 화분들은 모조리 양가 어머님들께 내보내 버렸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늘 나만의 화초를 하나 기르고픈 욕심 하나 있었나보다.
지난 가을, 서석 코스모스 축제때,
 
다육화분 만들어가는 체험이 있어 하나 모셔왔다.
 
 
물주고, 햇볕 쬐이고, 애지중지 기르면서 한 마디 새순 커나오는거 보는게 왜 그리 신기한지...
 
 
 
예전에 뉴질랜드 갔을때 다육이가 사람키보다 큰 정원수로 자라난것을 본지라 그만큼은 아니어도
 
얘도 오래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만두 빚다가도, 택배 작업 하다가도 수시로 들여다본다.ㅋ
 
만두 빚으러 온 형님들이 물 자주 주면 죽는다고 해서 혹 목마른건 아닌지 걱정하며 들여다보던 횟수를 가까스로 줄였다.
막내녀석 왔을 때에도 손바닥보다 더 작은 조그만 화분을 물주고 챙기니까 아들 녀석이 웃으며 그런다.
ㅡ 엄마, 그러고 있으니까 할머니들이랑 똑같아.
 
ㅡ 헐~~
 
이놈의 자슥이...ㅡㅡ;;

 

 
나도 안다.
 
나도 할머니인걸.
 
 
근데 왠지 정곡을 찔린 느낌.
 
서럽다고나 할까?
ㅡ 야, 외할머니는 화초 기르는거 싫어해.
우리가 갈때마다 화초 꽃 피운거 자랑하며 영양제 사다 꼽고
 
애들같이 드나들면서 말걸고 인사하며 애지중지 하시길래 엄청 화초를 좋아하시나부다 했는데
 
엄마 진갑때 챙길거 다 챙겨드리고 새언니가 화분 몇개 선물해 드릴까 했더니 펄쩍 뛰시며 내가 좋아서 기르는줄 아냐고,
 
남동생이 선물받은거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고 정성들이신거란다.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 ㅋ)
 
근데, 나 할머니 된지 10년이나 넘었는데 왜 아직도 할머니 소리가 낯선지 모르겠다.
첫손주 태어나고 말 배울때
 
할머니가 아니라 이모라 부르라고 했더니 사위가 혼잣말로 완전 개족보라 그런적이 있었다.
 
자기 엄마는 고모라 부르라고 했다면서.^^;;
 
어쨌든 그 때만해도 막내딸 안 만들어준 죄로
 
졸지에 할머니 됐던 터이라 10년 동안 손주들이 줄줄이 태어나도 할머니 아닌 ' 밈미'로 불려와서
 
할머니 소리가 어색했는데 막내아들이 할머니 같다니까 어쩐지 서럽다.
ㅡ 여보야, 울 막내가 나보고 할머니 같대. 나 그렇게 늙어보여?
 
ㅡ 아니야, 넌 아직도 이뻐. 아줌마 같어.
헐~~
 
그래, 이젠 아줌마도 감지덕지한 나이지, 내나이가.
ㅡ 고맙네,고마워.ㅡㅡ;;;
뭘 더 바랄까...
 
 
어쨌든 무심한 내마음에도 작은 소망하나 자라고 있다.ㅋ
 
(눈 구경하라고 햇살 가득 창가로 옮겨줌. 석달 사이에 딱 한마디 자라 이젠 끝이 빨간색이 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