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반가운 빗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몇달만에 듣는 빗소리인지...^^;;
아무리 농부는 하늘이 먹어라해야 먹는다지만 배추 심어놓고 거의 백일만에 오는 비다.
더불어 바람 소리 요란하니 기온 내려갈까 것도 근심이고.
그동안 스프링쿨러도 돌리고, 며칠씩 밤잠 못이루며 큰 물통에 물 받아 고랑이 흠뻑 젖도록 물도 잡아주고...
물 안들어갈까봐 1,200 평 비닐 옆구리도 일일이 손으로 걷어줬단다,서방님이.ㅠㅠ
영하 8도로 내려간 날들땜에 이불(?)도 덮어줬다. (서방님이!!!)
심을때에도 꽂아놓고 뒤쫓아가며 한포기 한포기 모두 쪼그려앉아 손으로 일일이 묻어주느라 다리에 알이 배서 며칠을 고생했는데...
(이건 내가..!!!)
심고 가꾼 정성만 해도 하늘을 찌를 터인데
수확하여 나르고 자르고 절여, 여러번 씻어 물기 빼고 담아 내보내는 정성까지.
배추 밭에서 자르는것도 힘이 필요하고,
나르는 것도,
반토막 내는 것에도 힘이 필요하다.ㅠㅠ
배추 한박스 20킬로, 담고 옮기는것도 큰일.
어쩐지 마을 형님들이 점점 절임배추를 포기한다했다.ㅠㅠ
남자들이 안 도와주면 못하는 일.
서방님들도 나이 들어 못하시겠다고 한다며 다들 아쉬워하신다.
(어쩐지 딴 동네 형님들이 내가 고객 아까워 절임배추 한다니까 나보고 억세빠졌다고 하더라.^^;;)
절임배추 한박스에 택배비 포함 39,000원,
작년까지 20년동안 35,000원이었는데
택배비 5천원에, 박스비닐 2천원, 두배로 오른 소금값, 물값, 전기료, 인건비, 카드수수료, 마일리지, 노동시간 생각하면 포기당 2천원꼴도 힘들다.
농부의 아내이자 농촌마을 관리자, 그리고 농부 자체의 삶이 정말 고달프다는 생각도 ...
잠자리에 들면 관절 마디마디가 아픈게 지나 이젠 온 몸의 뼈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일 일하고, 초저녁이면 저녁먹자마자 곯아떨어지기 바쁜데...
ㅡ 너 남자친구 없냐?
ㅡ 왜?
ㅡ 배추 끌어들이게.
ㅡ 헐~~~
밥 먹으면서 서방님이 나한테 이렇게 말하니
얼마나 일손이 딸려 절실하면 아빠가 엄마 남자친구마저 찾으며 이러겠나(?)싶어
아들들이 친구들을 2주에 걸쳐 교대로 델구 들어오고 또 데려온단다.ㅋ
두놈다 여자친구 한명씩 끼워서.
아들놈들 여자친구인가 기대했는데 가만 보니 같이 온 녀석들 여친인듯.
아, 실망.
ㅡ 영양가 없네.
했더니 서방님이 웃는다.
오늘도 오리주물럭 볶음밥에 서방님 하트.ㅋ
좀 조잡하긴 하지만 서방님맘이라니까 어머님들이 웃으신다.ㅡㅡ;;
동네 절임배추 공장에서도 용역도 못 구해 고민했다는데 일반 농가에서야...
(마을 부녀회원분들도 나이들고 힘들어서 일 못 하신단다.
노령화,고령화에 이어 인건비 상승에 여성화까지...농촌의 인력난은 정말 심각하다.ㅠㅠ)
나 또한 80넘은 양가 어머님들을 모셔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부려먹으니 죄송할 따름.
(일 해야 치매 안걸린다는 큰소리하에...대신 식도락의 즐거움을 드리고 있다.ㅋ)
그동안 절임배추 해오신 마을 형님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시간들...
장성들인 만큼 배추가 달고 고소하니 그또한 보람이다.^^
삼생마을 절임배추주문바로가기 ; 없어요. 품절입니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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