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들이 닭갈비를 너무나 좋아해서 춘천에 나가서 외식할때면 꼭 닭갈비집에 가곤 하는데요,
사실 저는 처음 시집와서 남편이 서툴게 닭을 잡는 바람에 가슴에 칼을 꽂은 닭이 피를 흘리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던 악몽(?)탓에 닭고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가 제사 장보기 할 때 닭집에 따라갔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닭의 가슴에 칼을 팍(!)꽂고 모가지를 비틀어서 피를 빼는 모습을 보고 그 또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탓도 있고요.
(무엇이든 눈으로 직접 보면 그렇기도 하지만, 이곳 시골 아이들은 자라면서 으레껏 본 모습들이라 그런 저를 이해 못하기도 해요. 고기를 먹으려고 가축을 기른다는 말을 하거든요^^)
앞집에 아들 친구 녀석이 어렸을 때, 자기 엄마한테 개잡아 먹자고 조른다고 해서 제가 기겁을 했더니, 소를 기르는데 어느날 우리 아들이 소잡아먹자고 해서 기함했다는..ㅋ
하지만 도시에서 자란 저는 사실 좀 낯설기도 해서, 먹지 않는게 아니라 어쩐지 잘 안 넘어가는 편이긴 해요.ㅠㅠ
그래도 닭껍질 부분이나 모가지, 날개 등의 부위랑 내장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조금 먹는 편이라 닭갈비를 시킬 때면 내장도 함께 시키는 편인데, 우리 아이들은 내장 부분도 너무 좋아해서 내장 반 고기반 이렇게 시킵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얼굴도 화끈거리고 입안에 군침도 돌고...그 시간에 저는 곁들이로 나오는 동치미무만 열심히 먹습니다.
기본으로 주신 한공기 외에 동치미 무만 한 대접 더 달래서 열심히 동치미 무로 배채우는 편....
그 사이에 우리 아이들은 말랑해진 떡을 집어먹고, 다 익지 않아도 달콤하고 맛좋은 고구마도 먹고...
저도 동치미에 질리면 고구마랑 떡을 먹곤 하지요.
근데...왜 벌써 밥 볶냐구요?
함께 간 일행이 여럿인데, 모두들 내장을 안 먹어봤대요.
모두들 닭고기는 알뜰하게 다 먹고, 남아있는 내장을 내 앞으로 전부 밀어놓아 줍니다.
제평생 이렇게 많은 내장은 처음입니다.!!!
우리아이들과 왔다면 저는 내장은 한 다섯점 먹으면 끝일텐데, 내장 3인분을 전부 제 앞으로 몰아놓아 주는데..보는 순간 헉(!) 소리가 절로...
이젠 당분간 내장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날듯 싶어요.
(근데 맛은 진짜 좋습니다. 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닭갈비보다 닭내장이 훨씬 맛나거든요. 다만 혼자서 다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래서......ㅠㅠ )
내장 3인분을 혼자 어떻게 다 먹냐구요. 일인분 정도 맛나게 먹고, 그담은...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_*
정말 맛있는 내장인데...
(그러고보면 저도 참 모순적인듯...닭고기는 악몽(?)때문에 즐겨먹지 않으면서 닭내장은 잘 먹으니요.ㅎ)
닭고기를 다 먹고 나면 김치와 남은 야채를 넣고 밥을 볶은 뒤 사장님이 자근자근 눌러서 누릉지를 만들어 주십니다.
요렇게 돌돌 말아서 각자의 접시에 한 덩이씩...
노릇하고 바삭하게 눌어서 정말 맛납니다.
닭갈비집이 꽤 많지만 요렇게 솜씨있게 눌러서 누릉지 만들어주는 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여기에 치즈를 노릇하게 녹여서 해주는 게 더 맛나다는데, 저는 느끼해서 별로^^;;
닭갈비를 먹고나서 쟁반막국수를 시키기도 하는데, 매콤달콤 맛나지만 저는 배불러서 패스하려다가 그래도 한 젓갈 맛 보았습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양배추와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 그리고 쫄깃한 막국수의 면발이 환상적이네요.
같이가신 분들이 많을 경우 이렇게 한 쟁반 시켜서 한젓가락씩 먹음 입안이 개운하고 닭고기 먹고 난 약간의 느끼함을 잡아준답니다.
무엇이든 적당히, 그리고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들과 먹어야 더 맛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닭갈비 사진을 본 우리 막내녀석, 닭갈비 먹고 싶다고 타령을 해서 고담날 또다시 닭갈비집을 방문하고 말았습니다.ㅎ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의 환상적인 궁합
춘천에 오실 때면, 가족들과 혹은 좋은 분들과 식사의 기회가 있다면, 꼭 찾아서 맛 보셔요.
춘천에서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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