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연염색 체험, 올 겨울 추억을 물들이다!

 

 

 

 

약 30여 년 전, 귀향한 남편을 따라 남편의 고향에 정착하며 잠시 색깔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그 많은 야생화와 꽃들, 풀들, 나무들에서 느꼈던 무한한 색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2015년, 우연히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 천연염색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2015년 초,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천연염색 과정에 신청을 했고 늦게나마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천연염색 과정을 수강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야생의 꽃들, 풀들이 제각기의 향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카레의 원료인 강황은 노란색을,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뽕나무의 심지는 갈색을 띱니다.

 

 

 

 

땅콩 껍질처럼 보이는 오배자, 붉나무의 잎에 붙은 벌레집에서는 어떤 색이 나올까요? 원시료로 만든 것은 엷은 미색에 가깝지만 이것에 백반처리하면 좀 더 진한 미색이 나오고, 다시 이것에 철을 처리하면 이렇게 흑색내지는 회색 계통의 차분한 색료로 안정됩니다.

 

 

 

 

겨울이면 목감기에 잘 걸리기에 오배자 염색을 한 스카프를 목에 둘렀습니다. 직접 만든 것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역시 한약재로 쓰이는 가자는 가자나무의 열매인데, 미로밸런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천을 염색할 때에는 이렇게 넓게 펴서 천천히 넣어주어야 골고루 염색이 됩니다.  이 가자열매는 티베트에서는 약중의 왕이라 부르며 인간의 여러 고통을 덜어준다 하여 불화에서 부처님의 손안에 그리기도 합니다. 소화불량, 복통, 수렴, 지사 등의 작용을 하는데, 이렇게 노란색뿐만이 아니라 회색, 고동색의 염료를 내어줍니다.

 

 

 

 

 

옛날 임금님이 입었다던 곤룡포의 붉은 색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소목에서 나왔습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소목은 향균제와 혈액응고 방지제로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역을 통해 삼국시대에서부터 이 소목을 염료로 사용해왔다고 합니다. 쪽빛 하늘, 쪽빛 바다라고 들어보셨나요? 쪽과에 속하는 청대에 탄산칼륨을 첨가하고 아2티온산나트륨을 첨가하여 실온에 잠시 내버려두면 거품이 뽀글뽀글 나오면서 환원되어 염색하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위에 뜨는 가루를 걷어 내어가며 조금씩 염색하다보면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중의 하나라는 쪽빛이 나오는 것입니다.

 

 

 

 

천연염색은 담그는 깊이에 따라, 그리고 담그는 시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옵니다. 푸른 쪽염색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시원한 느낌의 색이 나온 것 같습니다. 천연염색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때로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더 멋진 색이 나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 진한 색이, 또 때로는 너무 연한 색이 나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피부색,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감정과 감정들이 교류하여 하나가 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며, 대립하기도 합니다. 천연염색 과정을 통해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색으로 한마음이 되어 작업을 하는 동안 역할 분담을 하고, 서로 뜻을 맞추고, 색깔을 달리 내고,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토의를 거치면서 그리고 각각의 천에 다양한 색깔을 물들이면서 잠시 동안 개인을 잊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나가 되면서 정도 들어서 수업이 끝나는 날에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자주색의 팥죽, 노오란 늙은 호박으로 끓인 호박죽, 거를 때마다 점점 더 뽀얗고 하얘지던 감자가루까지 천연의 색으로 수놓아지는 우리들의 먹을거리. 그리고 색색의 염료로 물들 들인 입을 것들. 내 주변의 색을 돌아보면서 색으로 표현하면 나는 어떤 색깔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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