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자단

[스크랩] [정신우 셰프의 건강밥상 이야기] 8. 매운 낙지 볶음

삼생아짐 2015. 11.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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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방송이 싫다.


그중에서도 맛집 정보가 노출되는 프로그램은 딱 질색이다. 이게 다 자기만족 때문이다. 가뜩이나 쿡방, 먹방 열풍에 스타 셰프들의 패널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너무 많은 음식점 정보며, 요리 레시피들이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어서 왠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등 자신의 SNS 계정에 맛집 인증샷 정도는 기본이고,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황금 레시피를 만들어 보았다는 인증 사례들이 속절없이 올라온다. 


문제는 방송으로 인해 정말 맛있는 집들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당연한 듯 인내를 감수해야 하는 불친절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 논란은 그 이후의 문제다. 방송을 탄 집은 예약이 밀려 있지만, 새로 시작한 집이거나 그에 못지 않은 정성을 쏟은 많은 맛집들이 유명세의 희생양이 된다. 이로 인해 “블로거지”라는 불쾌한 직업군이 등장하여 돈을 받고 맛집 후기를 의도적으로 작성하거나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불법적인 사례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방송에 집중 보도되기도 했다. 이젠 내 맛집, 낙지집들도 이미 방송에 노출당했다, 별수 없이 집에서 해 먹는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전히 낙지는 맛있고, 매콤한 낙지 볶음은 이 불평들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낙지 볶음의 역사

낙지 볶음의 역사는 기껏해야 50여년 남짓이다낙지 볶음의 매력은 아무래도 매콤한 고춧가루 양념이다. 낙지 볶음의 시작은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1960년대까지 있던 조선방직 앞, 즉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술안주로 데쳐 주던 낙지 숙회에, 매운맛을 원하면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한 매운 양념으로 볶아 주었던 것이 유명해져 '조방낙지'라 불리웠고,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 낙곱새[낙지·곱창·새우] 등 다양한 메뉴로 발전하기도 했다. 조방낙지의 특징은 밑 국물로 새우, 조개, 멸치 등을 써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나면서 고춧가루로 매운 맛을 내기 때문에 칼칼하지만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반면에 서울 종로구에는 '무교동 낙지'가 있었다, 60년대 당시 종로 1가에는 일명 낙지 골목이 있었는데 처음엔 낙지를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것이 오늘날의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발전했고 며느리도 모른다는 중독성 강한 이 매운 낙지볶음의 비밀은 낙지집 할머니를 돈방석에 앉게 만들었다.





사실 종로는 근대 음식의 징검다리와도 같은 곳이다. 종로는 조선시대 육의전으로 대표되는 시전이 위치함으로써 조선왕조 경제생활의 중심지를 형성하였고 궁궐과 관아, 시전이 자리하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왕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로주점, 장국밥집 등과 같은 외식 상점들이 발달하게 되고, 해방 이후 자리한 요리집들의 뒤를 이어 다양한 선술집들이 저마다의 메뉴를 갖추어 오늘날에 이르는 맛집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아쉽게도 얼마 전 피맛골과 종로 1가의 대형 화재로 인해 오래된 노포들이 묵은 자리를 떠나 맛집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세련된 신축 건물에 초빙되어 근사하고 세련된 간판과 메뉴판에 당당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토리텔링을 전면에 내세워 전통의 맛집임을 홍보하고 있지만, 조금은 불편해도 가난한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까지 복원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사실 낙지볶음도 예전 같은 추억의 맛은 아니다. 특히 낙지 맛이 다르다. 그 시절의 낙지들은 이제 맛보기가 어렵다.



낙지라고 다 같은 낙지가 아니야!

한자어로는 보통 석거(石距)라 하고, 전라남도 신안, 해남과 영암의 낙지를 최고의 낙지로 여긴다. 고문헌 『자산어보』에서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하였고, 『동의보감』에서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쓰여 있다. 또한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 작가이신 고 차범석 작가의 수필에는 “낙지생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언급 되어 있다.

“생으로 먹기에는 늦은 봄에서부터 초여름에 나는 세발 낙지가 제격이다. 서울 것이 모두 세발 낙지는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낙지는 돌 낙지, 물 낙지, 뻘 낙지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물 낙지는 바다에서 군집하여 서식하는 문어처럼 큼지막하고 수입 낙지나 냉동 낙지의 대표적인 종류이다.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된 상태의 낙지는 전 처리를 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살집이 많아 넉넉한 양이 나오기 때문에 볶음이나 튀김, 전을 부쳐 먹을 땐 상대적으로 가격대비 양도 많다.



하지만 밀가루와 소금을 이용해서 정말 일체의 불순물이 없이 오랜 시간을 치대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잡내를 없애 주어야만 양념 맛이 제대로 스며들어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뻘 낙지는 갯벌의 영양과 맛을 그대로 지닌 만큼 가격도 비싸고 맛도 좋고 신선하지만 크기가 작고, 수확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귀한 낙지이다. 살아 있는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 때문에 생회나 살짝 데친 숙회로 즐겨 먹거나 낙지젓, 낙지 탕탕이와 같은 음식으로 발전했다. ‘낙지 탕탕’은 낙지를 나무 도마 위에서 탕탕 소리내 다져 계란노른자와 참기름을 넣고 밥과 함께 쓱쓱 비벼 먹는데 연하면서도 쫄깃한 낙지의 육질이 제대로 느껴진다. 최근에는 여기에 소고기 육회를 한데 어울려 더욱 고급스런 메뉴로 발전했다. 낙지의 변신은 언제나 무죄다.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 때문에 낙지에 맛있는 비법 양념 하나만 있다면 당신은 어디에서도 인기 만점의 요리사로 변신할 수 있다


낙지의 순결한 희생이 맛을 만든다

낙지는 맛이 좋은 식재료이다. 낙지가 들어간 김치는 맛이 달고 깊다. 버섯과 함께 볶은 낙지는 건강 요리의 주역이다. 지방은 거의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어 조혈강장 작용을 하고 힘이 없을 때 원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고단백, 저지방에 풍부한 아미노산으로 보양식 뿐만 아니라 날씬한 여성들에게 입맛 당기는 메뉴이기도 하다. 아마 산낙지 가격이 저렴했다면 아빠들의 해장국에 북엇국 대신에 연포탕이 올라 왔을 것이다. 아이들 도시락엔 스팸 대신에 낙지전이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본래 여자 분들은 양념의 칼로리는 무시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원 재료의 영양만 날카롭게 지적하는 귀여운 에티켓을 남자들은 고분고분 들어 주어야 한다. 흡착력이 강하고 활발한 행동력을 지닌 낙지를 보면 난 원더우먼처럼 강인한 여성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매운 양념이 곁들여져 캡싸이신이 스트레스 해소에 일조를 하면 신기하리만치 그녀들은 온순해 진다. 이 낙지의 순결한 희생이 잔잔한 사랑의 호수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매운 낙지 볶음


재료

낙지 3마리, 대파 1대, 부추 100g, 양파 1/2개, 표고버섯 2개,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흑임자 약간, 밀가루 약간, 참기름 약간.

밑 국물) 북어포 1/3컵, 다시마 1장, 멸치 1/3컵, 건새우 1큰술, 대파 1대, 양파 1/2개, 건 고추 1개, 물 4컵.

양념장) 밑 국물1/3컵, 콩가루 1큰술, 고춧가루 4큰술(청양고추 2 / 일반 고춧가루2), 고추장 1큰술, 매실액 1큰술, 간장 1작은술, 올리고당 2큰술, 다진 생강 1/2 작은술, 다진 마늘 2큰술, 후추 약간, 참기름 약간.


만들기



1. 밑 국물)은 분량의 재료를 냄비에 넣고 15분간 우려 낸 뒤에 체에 밭쳐 맑은 국물만 준비합니다.



2. 1)의 국물에 콩가루를 넣고 저어가며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 뒤 한 김 식힌 후에 나머지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양념장)을 완성하여 냉장 보관합니다. (24시간 저온 숙성 시킨 뒤에 사용하고 단 맛을 내고 싶으면 양파 1/2개를 갈아 함께 양념장에 넣어 줍니다.)


3. 낙지는 내장과 입을 제거하고 물로 한번 씻은 후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문질러 불순물을 충분히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 낸 후에 한입 크기로 잘라 준비합니다, 대파, 부추, 양파, 버섯, 고추도 깨끗이 손질하여 한입 크기로 잘라 준비하여 둡니다.


4.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3)의 낙지와 부추를 제외한 채소를 넣어 볶다가 2)의 양념장)을 넣어 윤기나게 볶아 줍니다. 마무리로 참기름을 넣어 향을 더하고, 그릇에 부추를 깔고 완성된 낙지볶음을 얹은 후 마지막에 흑임자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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