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마로니에

삼생아짐 2015. 10.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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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햇밤이 한창이다.


알밤이 영글어 넘쳐나는 요맘때, 알밤처럼 시침 뚝 떼고 함께 영글어가는 나도밤나무, 일명 마로니에다.




이파리가 일곱장이라 일명 서양칠엽수라 불리는 마로니에는 안네프랑크의 일기에 자주 등장해 안네프랑크의 나무라고도 불리우며, 우리나라에서는 구슬픈 노래 때문에 더 유명해진듯 하다.


춘천에 있던 ‘마로니에’라는 카페에서 저녁 일곱시만 되면 이 노래를 틀어주곤 했는데 친구들과 그 노래 들으려고 가끔 가곤했었다.


5~6월에 붉은 무늬가 있는 하얀 꽃이 피는데 외국에서는 이 꽃 필 무렵에 남녀 모두 바람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밤꽃류의 나무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향 때문인듯 싶다.


마로니에 열매를 까보면 정말 밤처럼 생겼다.


사포닌과 글르코사이드 타닌 등의 독성이 있어 의식을 잃기도 한다는데, 말에게는 약이라고 한다.

타닌 성분을 빼고 묵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는데,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하다.

파리의 몽마르뜨 가로수가 이 마로니에라는데 작년에 갔을땐 마로니에는 못 보고 아카시아 비스름한 나무만 보았다. 화가 예술가들이 마로니에 나무 아래 모여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렸다는데 겨울이라 그랬는지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마로니에를 본 기억이 없다.


우리나라 설화 중에 신사임당이 율곡을 잉태했을 때 산신령이 말하기를 아이가 호환으로 죽을 운명이니 밤나무 백그루를 잘 기르면 호환을 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만 한 나무가 죽어 100그루를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호랑이가 율곡을 데려가려 할 때 옆에 나무가 썩 나서 “나도 밤나무다” 해서 호환을 면했다고 해서 이이의 호가 율곡이 됐다고도 한다는데, 그야말로 설화일 뿐, 울릉도의 너도 밤나무와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고 한다.




5년 전, 이웃 농장에서 마로니에 나무 한 그루를 주셔서 센터 앞에 심었는데 꽤 컸다. 아직 꽃이 피지 않고 열매는 맺히지 않지만, 볼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누군가를 가슴 시리도록 사랑하고 싶었던 기억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 떠오른다.


서방 친구 집에 갔다가 본 마로니에 열매.

까보니 정말 밤과 비스름. '너도밤나무'이건 '나도밤나무'이건 밤이 아닌건 확실하다.


사람 또한 그러하다.

두 발로 서서 걷는다고 모두 사람은 아닐게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란 말씀. 너무 심오한가? 나부터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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