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봄이 더디 온다고... 남쪽 지방에서는 이미 연일 꽃소식이며 봄나물이며 봄소식 가득했지만...
강원도 산골마을의 봄은 멀었다고 매일매일 밭에 나가보고
꽃나무들 가지를 들여다보며 조바심 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보다 꽃도 늦게 피고 봄 햇살도 늦게 퍼진다고 해서
강원도 추운 산골마을에 봄이 오지 않는 건 아니더군요.
자두꽃, 배꽃, 진달래꽃... 늦었어도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하고
부지런히 꿀을 따는 벌들의 날갯짓에 귀가 멍멍해도
땅속에서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봄나물들의 소리를 놓칠 리 없지요.
마당의 엄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치솟고
뒤뜰의 오가피는 제아무리 날카로운 가시로 사람의 침입을 막아도
맛나고 향기로우며 몸에도 좋은 봄나물들을 30년 가까운 농가의 살림살이에
이골이 난 농가의 아낙이 포기할리 있을까요?
가시에 찔려가며 나무야, 미안 미안해~ 해가면서 오가피 순을 따서 꽃다발을 만들고
명이나물 이파리에 얹어 삼겹살 구이를 해 먹으니 일철 들어서 몸은 힘들어도 뱃속이 든든합니다.
집 뒤의 우리 산에서 따온 참두릅과 마당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자라는 개두릅을 따서
펄펄 끓는 소금물에 데쳐 바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다른 반찬 필요 없네요.
동네 산에서 공동으로 재배하는 표고버섯은 올해 너무 가물어서 버섯 중에 일등으로 치는 백화고가 되어버렸다고
남에게 팔지 말고 꼭 식구들이 먹으라고 동네 형님이 연락 주셔서 좀 비싼 듯해도 백화고를 넉넉히 구입했습니다.
이른 봄, 자연산이 아니면 거의 만나기가 어려운 백화고지요.
백화고는 향과 맛과 영양이 일반 버섯보다 훨씬 낫다고 합니다.
꼭지를 따서 일 년 내 먹을 표고는 햇볕에 말리고 찌개에 넣어 먹을 양으로 몇 개는 냉장고에 보관했습니다.
아직 마음만은 소녀인 제가 봄 타령 하는 동안 남편은 농사일을 하느라
며칠째 남편은 찰옥수수 심을 밭을 만드느라 엄청 바쁩니다.
매일매일 밭에 나가 땅을 갈고 곱게 고랑을 타개고 비닐을 씌워 찰옥수수를 심을 밭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흙투성이가 되어 일하다 보면 식사때가 되어도 잘 들어오질 않고
또 집안에 흙 떨어뜨린다고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꺼려해서
밖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한 초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식초, 매실액, 설탕, 물을 각각 한 큰 술씩 준비해서
일대일로 섞고 고운 소금은 반작은 술을 넣어 촛물을 준비했습니다.
부추를 잘게 다져 촛물에 섞은 밥과 잘 버무려서 한 입 크기의 초밥으로 뭉쳐놓았습니다.
작은 건 제 것이고 큰 건 남편용입니다. ㅎ
또 한 공기의 밥에는 날치알과 김가루, 깨소금
역시 촛물을 넣고 얘들도 꼭꼭 뭉쳐서 밑밥으로 만들었습니다.
커다란 김치통 두 통 가득 담아놓은 명이나물 장아찌도 꺼내어서 작게 자르고
편으로 떠놓았던 표고버섯도 소금물에 데쳐 참기름, 소금을 약간 넣고 양념해 놓았습니다.
두릅도 반으로 갈라놓았고요.
준비해 놓았던 밥 위에 초고추장과 쌈장을 바르고 하나씩 얹어 즉석 초밥을 만들었습니다.
혹 싱겁다 할까 달래장을 곁들이고 차갑게 보관한 콩나물국을 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밥이 너무 밋밋하여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배나무 꽃 두 이파리를 따다가 살짝 얹어놓았네요.
이렇게 차린 점심상을 남편에게 대령하니 너무 좋아합니다.
매일매일 이렇게 밥상을 차렸다면 우리는 삼남매가 아니라 십남매쯤 낳았을거야~ 농담도 해가면서
늦게 찾아온 봄이지만 만끽하는 즐거움도 누려봅니다.
우리 인생에 두 번 오지 않을 올해만의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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