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블로그 쵸니 주부기자

[스크랩] 엿처럼 끈끈한 시골의 정

삼생아짐 2015. 3. 13. 17:02
728x90

<!-BY_DAUM->

 

 

 

명절 한 번 지나가면 제 인기(?)가 조금(!) 올라갑니다.

 

명절 때만 되면 할머니 댁에 놀러 왔던 손주들이 게임 잔뜩 깔아놓고 바이러스도 더불어 잘~ 설치해놓고,

이것저것 잔뜩 깔고 건드려놓아 부팅하는데만도 10분이 넘게 걸리니

집에 와서 컴퓨터 좀 고쳐달라고 하신답니다. ㅎㅎ

 

제어판 들어가서 게임이랑 쓸데없이 따라나와 깔린 프로그램 삭제하고,

 바이러스 치료하고 , 새로 프로그램 깔아드리고...

그렇게 필요하신 부분들을 해결해 드리지요.

 

 

 

그렇게 컴퓨터를 손봐 드리고 나면 고맙다면서 엿도 주시고,

 손수 담으신 머루와인도 주시고, 강냉이도 주시고,

무말랭이, 가지 말린 것, 호박 말린 것 등을 주시는데요~

사양하면 다음에 부탁 못한다고,

전문업체보다 훨씬 싸다며 굳이 굳이 싸주시곤 하세요.


그래서 저도 고맙게 받아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마침 엿을 고으고 계셨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전통 음식들,

 엿 만들기를 배우고 싶던 터였는지라 엿을 고으는 장면을 눈여겨 봤습니다.


 늦은 저녁 무렵에야 밥을 해서 엿기름을 걸러 밤새 삭히고,

아침 7시부터 끓이셨다고 하더라고요.

 

 

 

 

준비물은 쌀 한말, 엿기름 한 되 반, 그리고 거름망(삼베 자루나 면포)입니다.
먼저 쌀을 잘 씻어서 한 시간 정도 불린 후, 찜통에 넣고 찌거나 조금 질벅하게 밥을 합니다.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 나오는 싸리기 쌀을 써도 좋은데 일반 통쌀보다는 양이 적게 나온다고 하네요.
엿기름을 물에 섞어 질벅하도록 풀어준 후 밥이 조금 식은 후 섞어줍니다.

 

 

 

이것을 항아리에 넣거나 함지에 담아 공기가 새지 않도록 뚜껑을 잘 덮어준 후에

하룻밤 동안(7-8시간) 삭혀줍니다.

삼베나 면 보자기에 넣고 두부 만들 때 콩물 짜내듯 쌀국물을 잘 짜내줍니다.

 

 

 

그리고 이 걸러낸 물을 솥에 넣고 약한 불로 4-5시간 은근하게 졸여줍니다.

 

 

 

졸이는 동안 솥 밑에 눌어붙거나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힘드네요.
저도 어머니 옆에서 교대로 저어주었는데 쉬지 않고 저어주어야 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눌게 되면 쓴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렇게 바글바글 끓으면서 주르륵 끊어지지 않고 흐르는 정도에서 멈추면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조청이 되는 거고요.

 

 

 

이 시점에서 어머님께서 한 대접 퍼주셨습니다.

집에 가서 떡 찍어 먹으라고 주셨답니다.

 

 

 

그리고 약한 불로 계속해서 30분 정도를 더 졸여 거품이 500원짜리 동전만 해져서

뽕뽕 올라오면 바로 맛난 쌀엿, 갱엿이 완성되는 거랍니다.

 

 

 

다 고아진 액체 상태의 엿을 쟁반에 동그란 모양으로 따르고,

이것을 냉동실에 넣거나 차게 식혀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갱엿,

즉 고아서 만드는 엿 과정은 끝납니다.

 

 

 

이렇게 부침개만한 크기로 한장 한장 만들어서 각각 비닐봉지에 담거나 콩가루를 묻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어 살짝 두들겨주면

 

 

 

이렇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서 맛난 간식이 되는 거랍니다.

실온에서 보관할 경우에는 쉽게 녹아서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보관은 되도록

냉동실에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엿을 만들고 난 부분으로 강냉이를 버무려 강냉이 강정도 만들어서 주셨답니다.


너무 고소하고 정말 맛있습니다. ^^
무엇보다 어머님의 정성이 들어간 거라 더 감동스럽기도 하고요.
그동안 어머님들이 만들어 주시던 갱엿(강엿)!


쉽게 쉽게 생각 없이 받았는데, 지켜보면서 또 직접 해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마치 오랫동안 벌 선 기분입니다.


맛난 엿 한 조각 입에 넣고 녹이면서 집에 오는 길,

아직 꽃은 피지 않는 산골이지만 마음속엔 이미 이 옴을 느꼈습니다.

 

 

  |  |  |  |  | 

농촌진흥청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소중한 댓글

과 함께 

[스크랩]

으로 가져가주세요! - 희망의 새시대를 만들어가는 농촌진흥청 -

출처 : 쵸니
글쓴이 : 쵸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