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새해라, 기쁜 새해라

삼생아짐 2015. 1.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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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 기쁜 새해라

기쁜 일 자주 생겨 기뻐했으면.
풍년들고 과실 잘 익어서
태평 시절에 한가한 사람 되었으면.

 

新年喜新年 喜事喜頻頻 신년희신년 희사희빈빈
田穀豊登園果好            전곡풍등원과호 
太平時節作閑人            태평시절작한인

 

 

새해라. 좋은 새해라
좋은 일 자랑할 만하면 좋겠네.
앞마을 노랫가락 뒷마을에 이어지고
앞집 늙은이 뒷집 늙은이와 
부유함을 다투기를.

 

新年好新年 好事好堪誇 신년호신년 호사호감과
南里人家賡北里            남리인가갱북리 
東家翁富鬪西家            동가옹부투서가 

 

 

새해라. 즐거운 새해라
즐거운 일 더욱 넉넉하여 즐겁기를
집집마다 찧은 곡식 창고에 넘쳐나고
사람마다 지은 옷 궤짝에 가득했으면.

 

新年樂新年 樂事樂更悏 신년락신년 낙사락갱협
家家粟溢囷倉               가가속일균창 
人人製衣盈箱悏            인인제의영상협

 

 - 박세당 춘첩(春帖)

-이종묵의 '한시마중'번역 인용

 

서쪽 개울의 나무꾼이라 스스로를 낮추며 농부들과 어울려 농사를 짓고, 

집을짓되 울타리를 둘러치지 않으며, 스스로 지은 묘지명에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다 합치되는 바가 없이 쓸쓸하게 죽을지언정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에 맞춰 살면서 남들이 선하다고 하면 된다고 여기는 자에게 

끝내 고개숙이고 마음을 낮추지 않겠다" 

고 했던 고결한 선비...


끝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선비의 새해소감입니다.

 

예전에는 이것이 최고의 행복한 삶이었거늘......

 

'복'많이 받으라고 기원해주는 많은 분들께,
나또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습관처럼 응답하며
오늘날 우리에게 올 수 있는 최고의 '복'이 도대체 무엇일까 되볼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기원해야 할 복보다 '무탈함'이 최고의 복이 아닐런지...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건 아닐런지...
(가끔 욕심과 최선의 경계가 무엇일까 나름 고민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는 웰빙(wellbeimg)보다 웰다잉(well dying)이라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은 지금, 그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어떤 의미로든지요....

 


유난히 힘든 한해였네요.


이 시간, 어떤 이유로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마음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2015년을 차분히 맞이합니다.

 

(아, 교회 다니시는 시어머님껜 하느님의 축복을,

절에 다니시는 친정어머님껜 부처님의 자비를,

성당 나가는 친구에겐 성모마리아의 사랑을,

성황당,서낭당에 치성드리는 동네형님들껜 우주삼라만상의 신들의 복이 내려주시길 기원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실컷 받고 남으면 저한테도 조금씩 보내라고...잘했죠?ㅋ)

 

 

윗부분의 사진은 성체성혈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오르비에또 두오모 성당과 분침과 시침이 뒤바뀐 시계탑

(거꾸로 가나요??)

 



그리고 오르비에또의 피노키오,

오늘날, 거짓말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기적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세상이, 사람들이 좀 달라질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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