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아이들은(대개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이다. 우리집 세녀석을 포함해서 몽땅.....)
나보고 아수라백작이란다.
마악 야단을 치다가도 전화가 오면 목소리가 180도 달라진단다.
그럴밖에..말썽쟁이 녀석들을 다루다가 보면 가끔 언성이 높아지는데
그럴 때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고객의 전화
그 요란한 목소리가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거늘...
나긋하고 상냥하게 응대하고 공손히 전화를 끊고 보면
어이없는 눈초리로 일제히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땐 한 번 씨익 웃어주면 끝이다.
뭐...아까 내던 화를 다시 내기도 우습기 때문이다.
그런데...내 스스로 지극히 진실하고 선량한 사람이라 믿는 나는 별로 이 호칭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번 유럽 여행을 앞두고는 내자신에게 아수라백작 같은 면이 있다는 걸 새삼 알았다.
남편이 유럽 여행을 계획하며 내게는 기회가 없단다.
그순간 화악 느껴지는 배신감...
그냥 비행기에만 태워주면 동생네가서 따로 놀 테니 어떻게 단체여행 끊을 때 비행기값만이라도 싸게 끊어달라고 했는데 거만한 목소리로 한 번 생각해 보겠단다.나 하는 거 봐서 결정한댄다.
이서방님을 밥을 굶겨? 이불을 따로 펴고 긴 긴 밤 혼자 자게해? 확 혼자서라도 아무데나 떠나버려?
이를 갈며 별 별 상상을 다하다 작전을 바꾸었다.
맘속이야 부글부글 웬수같은 이 서방아, 심통이 댓발이지만
겉으로는 상냥하게, 더 친절하게,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내가 주는 그 편안함과 안락함에 감동하여 차마 나를 떼어놓지 못하도록..ㅋ
아양과 애교와 온갖 심부름과 하여튼 삼시세끼 식사 외에도 시시때때로 간식과 밤참외에도 바나나랑 우유 갈아서 쥬스 대령까지...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가며 남편의 비위를 맞추었더니
드디어
여권을 만들란다.
그동안 써왔던 여권은 몇 권이나 되는데 몽땅 다 시한만료...
참 오래도 떠나지 않았구나......
얼마만에 해 보는 해외여행이냐...
우여곡절끝에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유럽연수를 떠나게 되었다.
(예전에 강원도 프로그램 관리자 경진대회때 대상타서 부상으로 유럽 연수 보내주신다 하고 안 보내주신거 지금까지 서운해요.나중에 제주도에는 보내 주셨지만 그래도 손에 잡혔던 유럽 여행 놓치고 얼마나 허탈했는지...ㅠㅠ)
인천 국제 공항 가는 길에 들른 아라뱃길...
멀리 자전거 대축전때 참가했던 장소가 보인다.
저 높은 곳에 올라가 한강을 내려다보며 메시지도 남겼었는데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고 매스컴에 나온다.
아까운지고...
한때 방송작가 생활을 잠깐 하며 기자 생활을 꿈꾸기도 하였고
그도 안되면 여행 작가라도 되겠다는 꿈을 꾸었던 내가 이렇게 강원도 산골짜기에 갇혀서 살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업무상 자주 돌아다녀야 하는 출장으로 그나마의 역마살을 달래고 있던 차...
(아주 어려서부터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할머니랑 살면서 할머니따라 전국을 떠돌아 다녀 역마살이 몸에 붙었나봐요..ㅠㅠ)
공항에 앉아 어디론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혹은 돌아올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다.
이탈리아 밀라노까지의 비행시간 13시간
그도 즐거울 듯 싶었는데, 막상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 지루하다.
엄마더러 동생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가시라고 하여도 비행기 타는 거 무서워서 못 가시겠다고 하더니 정말 만만찮은 비행시간이다.
조카녀석, 들어올 때마다 참 힘들었겠구나 했더니
영화 일곱편만 보면 된단다.
야도 엄청 긍정적인 성격이다.
남동생네 둘째딸의 성격이 고집세고 독립적이고 사고방식이 독특하고 특이하다고 나를 닮았다고 한다.
남동생도 여동생도 못이기는자식들의 행동을 흉(?) 비슷하게 보면서, 말끝에 큰고모(이모?) 닮았다고 흘리곤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엄청나게 이쁜 조카들이다.
닮았다고 하니 더 이쁜걸 어떡하나..ㅋ
사막도 지나고, 바다도 지나고 숲도 지나고 호수도 지나고 강도 지나고 얼음빙판도 지나고...
날고 날아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밀라노 국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어둑한 저녁무렵
밀라노공항에서 한시간 가량을 기다렸다가 다시 로마로 날아갔다.
밀라노 공항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제부가 항공사에서 일할 때 같이 있던 직원이라며 아쉬운 거 있음 물어보라는데, 화장실 다녀온거 하고, 의자에 앉아 폰 갖고 논 거 밖엔 없어 그냥 지나쳤다.ㅋ.
로마공항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차를 타고 간다.
지치고 엄청 꾀죄째한 내모습...셀카도 못 찍었다.
어쨌든, 그래도, 드디어 이탈리아에 왔다!!!
공항 앞 버스정류장
웰컴 투 로마!
그래, 그래, 네가 나를 반기는구나.
아주 어려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부터, 중학교 시절 몰래몰래 영화관 다니며 스파르타쿠스며 벤허며 글래디에이터며 이소룡영화를 보면서부터, 고등학교때 로마에 관한 온갖 속담을 들을 때부터, 줄리어스 시저며, 호민관이며, 원로원이며 노예며, 폼페이 유적지며, 미술책에서 역사책에서 온갖 조각과 미술 작품을 사진으로 보고 외우면서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푸코의 추'등을 읽으면서, 아오이와 준세이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면서 얼마나 이탈리아에 대한 환상을 키웠었는지...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그리고 느껴보리라!
근데 웬걸?
버스정류장 앞이 완전 꽁초더미다.
청소도 안하나?
했더니 이탈리아에선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청소부에게 혼난단다. 불 날 위험이 있다고 그냥 바닥에 버려야 한단다.쓸기좋게끔^^;;
아무데서나 피고, 바닥에 자연스럽게, 기품있게, 우아하게 휙 집어던지면 된단다.
함께 간 한일여행사 이재권 전무님, '우아하게'를 엄청 강조하신다.
그래서 로마를 일컫어 세상에서 제일 큰 쓰레기통이라 한다던가?
어찌됐든 흡연자들에겐 천국이란다.
담배 마악 끊은 누구(?)는 정말 부럽고 억울하겠다.ㅋ
정해진 숙소로 가는데, 시간은 벌써 밤 9시 39분
손목에 찬 시계는 한국시간으로, 스마트폰은 알아서 이태리 시간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하루를 더 사는거네?
했더니 돌아오면 하루를 당기는거란다.
결국 그게 그거란 얘기
도착한 날은 시차때문에 약을 먹고 잠들었는데
(시차적응약...멜라토닌..일종의 호르몬제인데 정확히 말하면 수면제 역할이란다.)
우리와 동행한 여행사 전무님 말이 정확히 1시 59분쯤에 깨어나는게 정상이란다.
그 시간에 깨지 않으면 아주 특이한 사람이라던데
정말 약을 먹으나 마나
1시 59분에 깨어 아침까지 말똥말똥
비몽사몽으로 이탈리아에서의 첫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 먹고, 로마에서의 일정을 시작하기전, 잠시 호텔밖으로 나와 로마의 분위기를 맡아본다.
호텔을 둘러싸고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호텔을 벗어난 길 끝까지 줄지어 늘어선 소나무들...
전쟁 중에 병사들의 쉴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던데, 사실 식물학자들에 의하면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 잘 자란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로마의 멸망을 소나무의 번성에서 보고 있기도 하다. 소나무가 잘 자라는 땅은 다른 작물들이 잘 못자란다고.
그러나 소나무는 그 푸르름 때문에 로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소나무의 푸르름처럼 로마가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그래서인지 아님 지중해 국가의 날씨 탓인지 로마의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소나무에 비해 엄청 크다.
소나무 자체의 키와 덩치도 엄청나거니와 이파리 하나도 우리 나라 소나무의 두배에서 세배쯤 된다.
이 소나무 한 그루만 베어내도 로마에서는 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볼로냐 출신의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교향시 연작이 있는데 그 중 생각나는 작품 하나가 '로마의 소나무'
1924년 45세 때의 작품인데 몇 세기에 걸쳐 살아온 로마의 오래된 4곳의 소나무를 노래했다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소나무 자체의 웅장함이나 생동감 보다는 로마의 부흥기, 전성기 등의 화려함과 흥겨움, 고대 중세에 전 세계를 지배한 로마에 대한 향수 등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하나의 빠른 악장과 두개의 느린 악장, 그리고 행진곡풍의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녹음된 나이팅게일 소리를 음악에 썼다고 하니 어찌됐든 실험정신이 독특한 작곡가임에 틀림없다.
http://www.youtube.com/watch?v=5fkJaJTgMCQ(로마의 소나무)
레스피기는 관현악의 대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품을 연구하며 관현악법을 익혔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서 사사받았으며, 관현악법으로 라벨과 맞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벨은...한때 내가 미치도록 열광해서 보던 '노다메칸타빌레'에서 여주인공 노다메가 유럽으로 와서 치아키 신이치가 보는 가운데 연주하던 거울의 다섯곡 중 '어릿광대의 아침노래' 작곡가이다.
경쾌하면서도 난해한 그 곡이 파리의 아파트에 울려퍼지며 러시아 여자친구인 타냐와 프란츠와 만나게 되는 장면.
노다메 칸타빌레 OST로도 쓰였던 곡인데,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로 연주법은 난해하다는 평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는 곡이다.)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 듣기(노다메 칸타빌레 OST)
한국의 유도화와 비슷...
베트남에서 본 유도화도 한국의 유도화보다 엄청 크고 가로수가 거의 이 나무로 심어졌었는데...
사연은 좀 그렇다.
베트남은 일부다처제국가일수 밖에 없는게 전쟁에서 하도 많은 남자가 죽으므로 종족번식을 위해 남자에게 다수의 아내가 허용되었는데 아내들끼리 질투와 세력을 다투다가 남자에게 원망을 돌려 이 유도화나무가지로 만든 젓가락을 남편에게 주어 식사를 하게 했다는데
이 유도화 나무에는 독이 있어 남자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다고..
참 여자의 질투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유도화나무를 볼 때마다 조금 소름이 끼친다.
이 또한 소나무?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사이프러스 나무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에 등장하는 나무...
우리 나라 제주에도 있다는데 이탈리아에는 이 사이프러스 나무가 엄청 많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소나무를 이렇게 길렀나 하는 무식한 견해...ㅋ
키프로스 라고도 한다는데 측백나무과이다.
복잡다단, 감격, 엄청난 감회와 기대를 갖고 호텔을 떠나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바로 바티칸시티
전 세계에서 벽으로 둘러싸인 가장 작은 국가이면서 가장 많은 국민(8억명쯤의 신도??)를 갖고 있는 로마속의 작은 제국, 교황이 살고 있는 바티칸시티이다.
(절임배추 배송 작업중이라 2편은 언제쯤 쓸런지...
몇 몇 분이 얼릉 유럽이야기 올려달라 하셔서 시작은 했는데...엄두가 안 나네요.
아직 맘속으로 여행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고...
그래도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맘 약한 삼생아짐이라 그 몇 분 말씀에 이렇게 유럽 여행기 시작했네요.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올릴께요.흑...)
제 개인적으로도 페이스북으로 떠났던 마음, 이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마음 있습니다.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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