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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

삼생아짐 2013. 10.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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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부지깽이도 저 혼자 뛴다지요?

 

 

그만큼 거두미가 바쁘고 농가의 일손이 딸려

하루하루 떠오르고 지는 볕이 참 아깝고 아쉬운 때가 가을입니다.

 

 

봄에 밭가장자리며 논두렁에 심어 서리내리면 꺾어야지 했던 서리태콩인데 마을일이며 행사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콩이 튀어 달아난다고 성화를 부리시던 뒷집 할아버지가 기어이 콩을 꺾어다가 저희 우사앞에 차곡차곡 쌓아놓으셨습니다.

 

 

일주일간 이런저런 큰 행사며 마을의 개소식과 체험 준비 등에 몰두했던 나머지 행사를 치르자마자 감기 몸살이 나서 꼬박 하루 반나절을 앓아버렸습니다.

 

온 몸 관절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프고 열도 나고 밤새도록 잠 못 이루며 끙끙 앓다가 약먹은 병아리처럼 비실비실하자 남편이 혼자서 들깨를 털기로 작정했나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앞집 아저씨가 일을 안 갔다며 남편을 도와 들깨를 털어주셨습니다.

 

 

될 지 안 될지 모르면서도 시험삼아 찰옥수수밭 사이사이에 꽂아 놓았던 들깨인데 제법 실하게 맺혀 깻잎도 따고, 작대기로 털어보니 꽤 많은 양이 나왔습니다.

 

 

아마 한 가마는 족히 될 듯 싶다네요.

이걸 어찌 까부나......아직 어지러운 나머지 비실비실 널어놓은 들깨를 쳐다보고 한숨을 푸욱 쉬는데 남편이 웬 기계 하나를 갖다 놓았습니다.

 

 

이게 뭘까요??

바로바로 콤프레샤라는 겁니다.

자동차나 자전거 바퀴에 바람도 넣고, 먼지도 털어내고 두루두루 쓰이는 기계인데 남편이 이녀석을 끄집어 내왔네요.

 

 

들깨는 꺾어내서 털면 남아있던 이파리며 깨송이들이 으깨어져서 먼지처럼 들깨와 속속이 섞여있는데 이것을 키질을 해서 분리해 내어야 합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시골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도 키질 할 줄을 몰라 콩을 손질할 때에도 주로 선풍기를 사용하여 티껍지등을 날리곤 하였는데 남편이 올해에는 콤프레샤를 동원한 거지요.

 

 

뒤집어가며 불어내고 뒤집어가며 불어내고

한도 끝도 없습니다.

생각처럼 이게 쉽지를 않아 기어이 치워두었던 선풍기를 내왔습니다.

 

 

역시 곡식의 찌꺼기들 걸러내는 데에는 선풍기가 최고입니다.

덜익은 쭉정이 들깨며 먼지처럼 자잘하던 띠껍질들이 몽땅 날아갑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태어났으면 분명 저는 소박감이었을거랍니다.

키질 못한다고 소박 운운을......참 대단한 남편입니다.

 

 

이렇게 손질한 들깨가 세 자루, 양으로 따지면 정말 한가마 정도 됩니다. 해마다 찰옥수수를 따내고 김장밭으로 일부 심고는 그저 놀리던 땅이었는데 참 쏠쏠한 수확입니다.

 

 

아이들과 내기하며 심었던 무도 벌써 이렇게 자라 뽑아서 깍두기도 하고 채나물도 하고...일찌감치 동치미도 담습니다.

 

 

사실 이 김장무는 너무 일찍 심는다 싶었는데 몇년 전 대장암을 앓으신 어머님께 시래기가 좋다하여 드리려고 남편이 시래기를 수확하고자 일찍 심게 한 거랍니다.

연애할 때 효자골의 김효자라고 자화자찬 하더니 가만보면 은근 효자노릇 하긴 합니다.

 

 

시래기는 햇볕을 보면 누렇게 말라 버리기에 창고에 즉석으로 봉을 걸치고 이렇게 시래기 건조대를 만들어 차곡차곡 널어 말립니다.

 

봄에 지인이 주신 마씨를 어찌 심나 고민하다가 비료 푸대에 한번 심어보았더랬습니다.

마는 땅속 깊이(약 1미터 정도)파고 들어가기에 캐낼때에 중장비를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료푸대에 심었다가 나중에 비료푸대를 쭈욱 찢어버리면 수확이 쉽지 않을까 싶어 심어보았는데 비료푸대 길이가 좀 짧았다네요.

더 내려가질 못해 굵지를 못하고 요모양이 되어버렸네요.

내년에는 쌀자루쯤에다 심으면 될 듯 싶다네요.

 

대신 마씨는 제법 수확했습니다.

비료푸대 여섯개에서 수확한 마인데, 그래도 남편이 한달 정도 갈아마실 마주스의 분량은 되니 나름 성공입니다.

 

이웃들이 수확한 거라며 조금씩 나누어 준 것들입니다.이쁘고 맛난 고구마, 가래...

비료푸대 가득 잣도 보내왔네요.

(이 잣은 우리 산에서 딴 것이지만요. 남편이 미처 수확할 재주도 틈도 없어 동네 후배에게 따서 팔아가지라고 했나봅니다.)

비료푸대 하나가득 가져왔는데 이녀석 손질도 만만찮겠네요.

가을은 이렇게 서로서로 나누고, 부지런히 거두고 그렇게 그렇게 바쁜 철입니다. 오죽하면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덩달아 들뛴다고 했을까요....

 

하루하루 바쁘게 바쁘게 살면서 농가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요즈음...

가끔은 먼 산으로 눈길을 돌려 조금씩 바뀌어가는 나무색깔을 바라다보고

앞마당에 가득 떨어지는 낙엽을 모아 태우며 가을 느낌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이면 좋겠습니다,이 가을은요.

 

마지막으로 집에서 맛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고추요리와 오이 요리 한 가지 알려드려요.

 

 

양파, 부추, 고춧가루, 파, 마늘, 깨소금,젓국,매실청으로 속을 버무리고

 

 

가위집을 내어 세시간 이상 소금물에 절여 벌어진 아삭이고추(오이맛 고추)에 버무린 속을 집어넣으면 맛난 고추김치가 완성된답니다.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썩 괜찮은 고추김치, 한 번 해 보셔요.

손이 조금 많이 가긴 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만큼 꽤 맛난 반찬이 된답니다.

 

다음은 오이김치

 

 

오이도 길이로 반을 잘라 속을 파내고 소금,식초,설탕물에 서너시간 정도 절이고

무를 채썰어 비트액에 반은 담그고 반은 소금식촛물에 담가 절였다가

풋고추 채, 당근채를 썰어 오이속에 채운 뒤

 

 

한입 크기로 썰고 식초,설탕,소금,매실액을 각각 일대일대일로 섞어 먹기 직전에 오이위에 끼얹어주면

아삭달콤새콤 맛나면서도 색다른 오이 반찬이 만들어지지요.

요번 행사때 내놓았는데 손님들 반응이 꽤 괜찮았답니다.

어떠세요, 주부구단 참 쉽죠?